올해가 가기 전 꼭 봐야 할 다큐멘터리 8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매력의 다큐멘터리. 잘 만든 다큐멘터리는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꿔놓기도 하죠. 올해는 유독 웰메이드 다큐멘터리가 여러 편 공개됐는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부터 에디터와 작가 사이의 역학 관계에 대한 작품까지… <보그> 에디터들이 올해가 가기 전 꼭 봐야 할 다큐멘터리 8편을 직접 선정했습니다.
마리우폴에서의 20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5일째 되던 2022년 2월 28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한다.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마리우폴 전투 초기의 참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AP통신 소속의 영상 저널리스트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Mstyslav Chernov)는 소수 인원으로 팀을 꾸려, 러시아군의 만행을 영상으로 남기기로 한다. 늦겨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전투, 시도 때도 없이 진행된 공습을 담은 영상에서는 전쟁의 참혹함과 제작 팀의 굳은 의지가 동시에 드러난다. 불편한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린 그들은 현대의 영웅이나 다름없다. – 테일러 앤트림
안젤름
‘2023년의 다큐멘터리’의 강력한 우승 후보. 지난 10월 공개된 <안젤름>은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한 독일 출신의 예술가, 안젤름 키퍼의 일생을 담고 있다. 감독 빔 벤더스(Wim Wenders)는 안젤름 키퍼의 기념비적 작품이 전시된 스튜디오를 탐험하며 그의 삶과 커리어를 파노라마처럼 그려낸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키퍼를 상징하는 그로테스크한 드레스와 파괴적인 그림이 실은 조국의 어두운 과거를 직면하기 위함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 클로이 샤마
카펫 카우보이스
존 윌슨(John Wilson)이 제작을 담당한 <카펫 카우보이>는 미국산 카펫의 80%와 전 세계 카펫의 40%를 생산하는 ‘카펫 수도’, 조지아주 돌턴(Dalton)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격인 로드릭 제임스(Roderick James)는 스코틀랜드 출신 카펫 디자이너다. 윌슨은 필리핀 시장에 진출하는 로드릭 제임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점점 달라지는 카펫 업계의 실태와 ‘미국식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한다. – 리사 웡 마카바스코
가장 깊은 호흡
목숨을 걸고 하는 ‘프리 다이빙’은 빅 웨이브 서핑과 F1 레이싱만큼 매력적인 다큐멘터리 소재다. <가장 깊은 호흡(The Deepest Breath)>은 이탈리아 출신의 프리 다이빙 챔피언 알레시아 체키니(Alessia Zecchini)에 관한 이야기다. 체키니는 몇 번씩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프리 다이빙을 포기하지 않는 병적인 면을 보인다. 다큐멘터리는 이집트 다합에서 프리 다이빙 훈련 시설을 운영하는 스티븐 키넌(Stephen Keenan)과 그녀의 관계를 중심으로 다룬다. 그들은 비극적인 엔딩을 피할 수 있을까? – 테일러 앤트림
도니알 루나: 슈퍼모델
1966년 3월, 역사가 쓰였다. 도니알 루나(Donyale Luna)는 흑인 모델 최초로 영국 <보그> 커버를 장식한다. 그녀는 엄청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1960년대와 1970년대 ‘잇 걸’로 군림했다. ‘팩토리’라 불리던 앤디 워홀의 스튜디오에 자주 출몰했으며, 그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메리 퀀트(Mary Quant)의 미니 드레스를 소화하며 런던의 ‘유스퀘이크’ 무브먼트를 이끌었고,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욕망(Blow-Up)>은 물론 윌리엄 클라인과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에도 카메오로 출연했다. 이 모든 업적에도 불과하고 지금의 사람들에게 도니알 루나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도니알 루나: 슈퍼모델>은 그녀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다큐멘터리다. 루나가 직접 쓴 일기, 친구들과 가족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다큐멘터리는 1945년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페기 앤 프리먼(Peggy Ann Freeman)’이 도니알 루나라는 아이콘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 라이아 가르시아 푸르타도
파편들의 집
덴마크 출신의 시몬 레렝 빌몽(Simon Lereng Wilmont)이 제작한 <파편들의 집(A House Made of Splinters)>은 알코올중독과 약물중독,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세 고아에 대한 이야기다. 고아원에서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큐멘터리는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아이들의 부모는 돌아올까? 그들에게 정녕 희망이란 없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87분 내내 기쁨과 절망을 번갈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의 엔딩은 가히 충격적이다. – 테일러 앤트림
킴스 비디오
<킴스 비디오(Kim’s Video)>는 1986년부터 2008년까지 문을 연 뉴욕의 비디오 대여점으로, ‘시네필의 성지’로 불린 킴스 비디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한 이 작품은 1986년부터 2008년까지 뉴욕 세인트 마크스에서 시작해 시칠리아에서 끝난 킴스 비디오와 김용만 대표의 여정을 담고 있다. 88분간 그 행적을 좇다 보면 5만5,000편의 비디오를 수집한 김용만 사장의 열정과 헌신에 경외감마저 들 것이다. – 리사 웡 마카바스코
턴 에브리 페이지
<턴 에브리 페이지(Turn Every Page)>는 작가와 에디터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두려워하지만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관계 말이다. 리지 고틀립(Lizzie Gottlieb)이 감독한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감독의 아버지인 전설적인 에디터 로버트 고틀립과 뉴욕의 주무장관 로버트 모시스(Robert Moses), 전 미국 대통령 린든 B. 존슨의 전기를 쓴 작가 로버트 A. 카로(Robert A. Caro)다. 고틀립은 크게 주목받으며 린든 B. 존슨의 전기를 집필하던 카로를 조련한다. 때론 그가 숨 쉴 공간을 주고, 때론 그를 자극하면서. 원고 편집을 두고 벌어진 두 사람의 전쟁은 지금도 전설처럼 출판계에 전해 내려온다. 지난 6월 92세로 생을 마감한 고틀립에게 <턴 에브리 페이지>만 한 추도사가 또 있을까? – 테일러 앤트림
- 글
- Taylor Antrim, Lisa Wong Macabasco, Laia Garcia-Furtado, Chloe Schama
- 사진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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