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에 관하여: 프라다 2024 F/W 남성복 컬렉션
평범한 현대인의 하루는 이렇습니다. 동도 트기 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사무실로 향합니다. 휘몰아치듯 일을 해치우고 나면 어느덧 해가 지고 말죠. 집에 돌아가 저녁을 먹고 설거지며 청소를 하고 나면 벌써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고요. 이렇게 매일을 반복합니다.
좋든 싫든 컴퓨터가 가득한 사무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이동 시간에는 휴대폰에 코를 박고 있죠. 2024 F/W 컬렉션을 위해 프라다는 가장 모던한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무실을 선택했습니다. 쇼에 참석한 카리나와 이재욱 역시 디자인 특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업무용 의자’에 앉아 쇼를 관람했고요. 쇼 시작 시간도 직장인이 점심을 먹고 한창 졸리기 시작한 오후 2시였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 밑으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점이었죠. 우리 곁에 있지만, 종종 그 소중함은 물론 존재마저 잊곤 하는 대자연이요. 잔디 위에는 낙엽이 떨어져 있었고, 수풀 사이로는 맑은 물이 흘렀습니다. 사무 공간과 자연을 갈라놓은 것은 투명한 유리 바닥이었습니다. 쇼에 참석한 게스트는 발밑 풍경을 바라볼 수 있을 뿐, 물과 풀을 직접 만질 수는 없었죠.
프라다 2024 F/W 컬렉션의 주된 메시지는 기본으로의 회귀였습니다. 모든 것의 근간을 이루는 대자연, 남성복의 근간인 수트, 그리고 쇼의 제목이기도 한 인간 본성(Human Nature)으로의 회귀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는 컬러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미우치아와 라프는 컬렉션의 모든 룩이 환경과 계절의 개념을 반영한다고 말했는데요. 이 말처럼 그들은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색깔만 활용해 컬렉션을 완성했습니다. 타이 컬러는 황토나 풀을 연상시켰고, 보라색 스위밍 캡은 가지 색깔을 닮았죠. 캡의 오돌토돌한 질감은 도마뱀의 피부에서 영감을 받은 듯했고요.
쇼에 등장한 룩은 한마디로 ‘오피스 웨어’라 요약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룩이 직장에 그대로 입고 가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죠. 아이템의 실루엣을 슬림하게 유지한 덕분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깔끔한 슬림 핏을 선보이던 1990년대 후반 라프 시몬스의 컬렉션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품이 넉넉한 재킷과 코트에는 금장 버튼을 달아 더 클래식한 무드였죠.
스타일링 역시 심플했습니다. 니트 톱, 드레스 셔츠 등 기본적인 아이템을 다양하게 조합하며 룩을 완성했죠. 프라다만의 전복적 상상력은 액세서리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벨트 루프를 제거하고, 아예 윗부분에 벨트를 붙여버린 수트 팬츠가 좋은 예죠. 삼각형의 가죽 고리가 여러 개 이어진 듯한 나선형 벨트 역시 눈에 띄었습니다. 자연에는 리듬과 질서가 있다는 쇼 노트의 문장이 떠올랐죠.
슈즈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컬러의 가죽을 엮어 만든 슬리퍼는 편안한 느낌을 자아내며 슬림한 팬츠와 확실한 대조를 이뤘고, 메인 테마가 ‘자연’인 만큼 원목을 밑창으로 활용한 구두 역시 등장했죠.
지금 당장 적용해볼 ‘스타일링 팁’도 있었습니다. 데일리 룩을 한층 다채롭게 만든 컬러 매치가 바로 그것이죠. 이번 컬렉션에는 다양한 톤의 퍼플부터 레드, 핑크 등 다채로운 컬러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차분하고 톤 다운된 컬러만 고집한 덕에, 서로 다른 컬러를 겹쳐 입더라도 이질적인 느낌이 없었죠. 올해는 흔히 말하는 톤인톤 스타일링에 도전해도 좋겠습니다.
강렬한 컬러의 팬츠를 활용해 포인트를 준 룩도 참고할 만합니다. 이때 명심할 것은 클래식한 톱과 슈즈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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