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순의 코끼리

코끼리에게 코가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좋은 예술 작품은 단순한 의문으로 관객의 세상을 뒤흔든다. 엄정순 작가는 ‘코 없는 코끼리’(2022)로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서 박서보 예술상을 수상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오게 된 코끼리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 경로에서 만난 시각장애 학생들과 ‘장님 코끼리 만지기’ 우화를 직접 체험했고, 그 결과가 바로 ‘코 없는 코끼리’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청각, 촉각, 후각으로 경험한 코끼리를 조형물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편견과 결핍의 대상을 통해 결핍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배웠다”고 증언한다.

이화여대 서양화과, 독일 뮌헨대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건국대 예술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한 엄정순은 1996년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을 설립해 다채로운 미술교육을 진행해왔다.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의 연장선에서 선보인 그간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개인전 <흔들리는 코끼리>에는 코끼리를 주제로 작업한 드로잉, 회화, 사진, 조형 등 60여 점의 작품이 한데 모였다. 결핍으로 인한 개인적 두려움과 사회적 편견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결핍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기쁨이 있다면 무엇인가. 코끼리 사이를 거닐며 가늠해보길 권한다. 두손갤러리에서 2월 2일부터 3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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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Duso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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