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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녹이는 신간 에세이 4

2024.01.24

마음을 녹이는 신간 에세이 4

책장 사이 따스함이 깃든 올겨울 신간 에세이.

<새벽과 음악>

출판사 ‘시간의흐름’에서 선보여온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마지막 책 <새벽과 음악>이 출간됐습니다. 시인 이제니의 첫 산문집으로, ‘새벽’과 ‘음악’을 경유해 글쓰기의 실존적 고독을 건너온 시인의 내면적 고백을 섬세하고 유려하게 담아낸 스물네 편의 글입니다. 책 본문에 QR 코드로 실린 두 개의 플레이리스트는 불면의 새벽, 책을 펼친 이들을 위한 음악을 선사합니다.

어느 새벽 너는 조금 외롭고 지치고 힘든 것 같다. 너는 그만 생을 놓고 싶은 것 같고, 삶이 어떻게 흘러가든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표류하는 마음으로 너는 살아왔다. 너는 네 마음을 물들이는 어둡고 무거운 기운에 맞서 은밀히 분투해왔고 그것에 함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그것. 삶의 의미 없음. 단순히 무의미함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너는 허상과 허망함 속에서. 사소하고도 거대한 존재들이 네 곁에서 네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이 음악 속에서 느낀다. ‘도약하는 곡선이 있어 우리는’ 중에서

<읽을, 거리>

시인 김민정이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쓴 총 서른한 편의 ‘읽을거리’를 담은 <읽을, 거리>는 출판사 ‘난다’가 선보이는 새로운 시리즈 ‘시의적절’의 일환으로 출간된 책입니다. ‘제철 책’을 만들려는 기획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매일 한 편의 글을 써서 매달 한 권의 책을 출간합니다. 달력처럼 매일 한 편씩 가볍게 읽으며 올 한 해 시간의 흐름을 글로써 체감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전 열한 시. 포항 죽도성당에서 최승자 시인의 영세식이 있었다. 최승자 아녜스. 승자 최의 본명. 미사 가운데 주임신부님 말씀이 화살처럼 꽂혀 그 즉시 잊지 않으려고 메모장에 옮겼다. “살아가는 것이 꼭 해내야만 하는 숙제입니다.” 후에 보니 그게 아니었다. 유성원 과장이 촬영한 영상 속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사랑하는 것이 꼭 해내야만 하는 숙제입니다.” 살아가는 것과 사랑하는 것.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 이 화두가 평생 내 숙제임을 안고 파주로 돌아왔다. ‘1월 16일 – 편집자 김민정의 즐거운 최승자 일기’ 중에서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133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크리에이터이자 배우 문상훈의 첫 산문집.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 당시 유재석에게 쓴 편지를 통해 예사롭지 않은 글솜씨를 공개했는데요. 평소 대중을 상대로 말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말’이 가장 어려웠다는 문상훈은 이 책을 쓰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말을 가장 오해한 사람은 자신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하는군요. 시선을 끄는 책의 제목에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과 자신과 같은 이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가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네가 밉다고 할 때는 다섯을, 사랑한다고 할 때는 열을 세고 말하기로 한다. 말이 앞서고 글이 앞서서 솔직하지 못했다는 말을 자주 하기로 한다. 상대의 표현이 서툰 것을 보고 마음이 작다고 여기지 않는 사려가 있으면 좋겠다. 내 비유와 언어유희가 또 내 마음을 새치기했다고 알려주기로 한다. 내가 미안한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운 사람에게 저울질한 마음만큼만 내밀기로, 그 마음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받아들이며 살기로 한다. ‘새치기’ 중에서

<모두가 듣는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너와 나>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낸 작가 루시드폴이 새롭게 선보이는 6년 만의 신작 에세이. 서한집이나 사진집, 음반과 결합된 방식이 아니라 단독 산문집으로는 첫 책입니다. 음악과 소리에 대한 글을 모은 <모두가 듣는다>는 ‘듣는 행위’를 비단 소리를 감각하는 것을 넘어 ‘나의 소리를 낮추고 타자의 울림에 감응’하는 의미로 확장하며 깊이 있는 사유를 전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동굴에도 수많은 동식물이 산다. 누군가는 그들의 소리를 듣지만, 누군가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찻길을 넓힌다고 수십 년 넘게 살아온 나무를 잘라낸 숲이 있다. 어떤 이들은 그곳에 사는 맹꽁이와 쇠똥구리와 긴꼬리딱새의 소리를 듣지만, 또 어떤 이들은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나무를 잘라냈다. 들리지 않는데 대체 뭐가 문제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무리 “세상은 듣지 않는다” 해도 함께 사는 타자의 몸짓을 애써 듣고, 보려는 사람도 우리 곁에는 정말 많다고. ‘들리지 않는 몸짓’ 중에서

사진
시간의흐름, 난다, 위너스북, 돌베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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