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디자이너, 조스리
올해로 30주년을 맞아 파리에서 열린 박람회 메종 & 오브제 2024. 세계 인테리어와 디자인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곳에서 한국 디자이너 조스리(Zoslee, 이영호)가 ‘새의 하루(A Day of a Bird)’를 선보였다.
디자이너 조스리는 2020년 조스리 스튜디오(Zoslee Studio)를 설립했다. 시대정신을 품고 미래 인류에게 필요한 미학과 라이프스타일을 궁리하고 제안하고자 설립한 산업디자인 전문 회사다.
실제 만난 조스리는 냉철한 두뇌, 생태 지향적 감성, 철학에 기반한 디자이너였다. 그의 디자인은 크게 두 가지를 바탕으로 한다. 첫째, 철학적으로는 ‘본질적인’ 서비스의 의미와 그 결과물이 인간을 위해 적용됐을 때의 ‘책임감’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한다. 그럼에도 유머를 잃지 않으려 한다. 둘째, 미학적으로는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제품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도구로서 사용되길 바란다. 시나리오의 전체 그림을 맞추는 ‘콘텍스트(Context) 중심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메종 & 오브제에서 선보인 ‘새의 하루’는 점·선·면이라는 기본적인 도형만으로 새의 모양을 구현한 시계다. 시침과 분침, 초침이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다른 새의 형태를 연상케 한다.
하늘을 나는 것 같다가도, 땅의 벌레를 주워 먹고, 자기 털을 고르고, 잠을 자고, 수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시계를 볼 때마다 달라진 새의 모습은 무의미하게 흘러갈 수 있는 시간 속에서 순간이나마 일상을 환기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새의 모양, 특정 시간대가 생기는 등 기대감마저 선사한다.
이 시계는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같기도 하다. 디자이너 조스리 역시 모빌에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모빌은 언제 봐도 새롭죠. 특히 실내 공간은 모든 것이 안정된 상태인 가구나 소품처럼 고체의 물건으로 가득한데, 모빌은 공간에 환기를 더합니다. 일상이 다채로워지죠. 제 작품 ‘새의 하루’도 그 일상에서 순간을 포착하는 경험(Time Capturing)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순간과 시간에 의미를 더하길 바라며 디자인했습니다.”
조스리 스튜디오의 또 하나의 작품은 이동형 음압 병동 시스템이다.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 조스리 스튜디오는 카이스트 남택진 교수의 연구 팀과 함께 이동형 음압 병동 시스템을 초기 컨셉 기획부터 상세 디자인·설계·제작·관리하고 검증했다.
일반 음압 병동의 3분의 1 가격이며, 평상시에는 50분의 1 사이즈로 압축해 적재해두었다가 위기 상황에 각 지역의 병원, 실내외 주차장, 체육 시설로 분배해 신속하게 설치할 수 있는 모듈러 방식이다. 의료진은 PP 병원복을 입지 않고도 환자를 외부에서 순회 진료할 수 있는 구조로 편의성을 더했다. 고급스러운 숙박 시설에 묵는 듯한 느낌을 주는 조명 시스템을 갖춰 환자의 불안감을 덜어주고자 했다.
- 사진
- 조스리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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