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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남매’ 혈육의 ‘꼴값’을 볼 수 있나요?

2024.03.04

‘연애남매’ 혈육의 ‘꼴값’을 볼 수 있나요?

‘환승연애’와 ‘연애남매’. 두 글자만 달라졌지만, 도파민 농도의 차이는 크다. 지난 1일 JTBC에서 첫 방영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애남매>는 <환승연애>를 연출한 이진주 PD의 새로운 기획이다. 여러 남녀가 한집에서 생활하며 서로를 ‘간’ 보는 형식은 같다. 그런데 이번에 함께하는 건 ‘엑스’가 아니라 ‘혈육’이다. 헤어진 연인이 바라보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는 <환승연애>는 ‘수목 미니시리즈’ 감성이었다. 새로운 사랑에 대한 설렘, ‘엑스’에 대한 질투 또는 미련,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감정. 그런데 가족과 함께한 공간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과 감정을 나누는 <연애남매>는 지금은 사라진 ‘일요 아침 드라마’의 감성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일일 드라마’의 감성까지 상상할 수 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

참가자는 네 쌍의 남매다. 당연히 이들은 관계를 숨기고 있다. 그런데 시청자의 입장에서 딱히 누구누구가 진짜 남매일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그의 혈육이 누구든 간에 그의 로맨스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아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의 결혼도 아니고 연애에 가족이 변수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말이다. <환승연애>에서 ‘엑스’는 분명한 변수였다. 그는 나의 새로운 사랑을 방해할 수도 있다.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이 향하는데도 그에게 또 다른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를 다시 사랑하게 된 건 아니어도, 그에게 미안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가족은? 굳이 신경 쓰인다면, 내가 연애할 때 떠는 ‘꼴값’을 가족이 지켜보고 있다는 정도가 아닐까? 누구나 사랑할 때는 집에서와는 다른 사람이 되니 말이다.

그래서 <연애남매>의 제작진은 가족이 사랑의 변수가 되게 만드는 설정을 넣었다. 1화에서 여성 출연자에게 전한 미션은 이런 것이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편지를 써서 그의 혈육으로 추정되는 참가자에게 전달하시오.” 이 미션은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단박에 설명했다. 편지를 받은 출연자는 그 편지를 고스란히 혈육에게 전달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먼저 편지를 준 사람을 평가할 것이다. 내 혈육과 좋은 커플이 되었으면 하는 참가자가 있는 반면, 이왕이면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참가자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뿐 아니라 그 사람의 가족에게도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결국 <연애남매>에서는 이성뿐 아니라 동성에게도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만 한다. 프로그램 제목은 ‘연애’를 달고 있지만, ‘결혼’까지 고려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

<연애남매>가 ‘결혼’까지 떠올리는 건 미션 때문만이 아니다. 남매 관계의 남녀는 ‘엑스 관계’의 남녀보다 더 쉽게 파악될 수밖에 없다. 그걸 제작진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연애남매>는 <환승연애>와 달리 1화에서 몇몇 출연자의 남매 관계를 시청자에게 공개했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가 밝혀질 때, 그들의 부모도 등장한다. 그들은 자녀에 대해 말한다. 어릴 때는 어떤 아이였는지, 남매는 어떻게 자라왔는지, 또 자신들에게 어떤 자녀였는지. 당연히 이런 서사는 출연자의 가족 전체에 대한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더더욱 ‘결혼’을 떠올리는 것이다. 저 사람은 어떤 처남 또는 어떤 시누이가 될 것인가? 저들의 가족은 어떤 시댁 또는 어떤 처가댁이 될까. 결국 <연애남매>는 청춘 남녀의 만남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의 만남에 대한 리얼리티에 가까워 보인다.

“내 사랑을 이어줄 큐피드가 될까? 나의 로맨스를 깰 빌런이 될까?” <연애남매>의 기획 의도에 적힌 이 문장은 곧 시청자가 낚여주었으면 하는 부분일 것이다. (아직 1화만 방송됐지만)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 가운데 빌런이 될 혈육은 없을 것 같다. 1화에서 공개된 두 남매의 관계가 그렇듯이 다른 두 남매 또한 티격태격하면서도 결정적일 때는 서로를 아껴주는 관계일 테니 말이다. 또는 그렇게 포장되어 있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원래도 도움 될 게 없던 혈육의 장난에 잘되어가던 관계가 무너지는 풍경은 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모든 혈육이 선의로만 행동한다고 해도 변수는 발생할 수 있다. 내가 마음에 둔 이성의 혈육이 나의 이성 혈육에게 마음이 있다면? 게다가 나의 혈육도 그의 이성 혈육에게 끌린다면? 그렇게 임성한 작가의 1998년 작 <보고 또 보고>가 보여준 ‘겹사돈’ 상황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 정도 갈등 정도는 초래되어야 누군가는 빌런이 되지 않을까? 여기까지 가늠해보니, 아무래도 빌런들의 잔치인 <나는 SOLO>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강병진

강병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영화 저널리스트입니다. <씨네21>에서 영화 전문 기자, <허프포스트코리아>에서 뉴스 에디터, OTT 플랫폼 왓챠에서는 콘텐츠 마케팅을 담당했습니다. ‘이상한 장면’이란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입니다. 어쩌다 보니 20년 가까이 영화를 비롯해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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