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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MRI가 새로운 웰니스라고?

2024.03.06

by 송가혜

  • Dhruv Khullar

전신 MRI가 새로운 웰니스라고?

내면을 속속들이 살펴주는 전신 MRI가 새로운 웰니스로 급부상 중이다. 생명 연장을 위한 예방책일까, 과잉 기술일까?

슈즈는 프라다(Prada).

군인 출신의 선명한 초록색 눈, 강인한 턱선을 뽐내는 중년의 라이언 크라운홈(Ryan Crownholm)은 자신을 건강 저널리스트라 소개한다. 건설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던 그는 얼마 전부터 자신의 몸을 데이터 소스로 보기 시작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그는 혈당 측정기로 꾸준히 혈당을 측정했고, ‘오우라 링(Oura Ring, 몇 달 전 숙면을 위한 신문물로 자세히 다룬 적 있다)’을 구매해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했으며, 건강에 유익한 식품 배달 서비스를 구독했다. 또한 몇 달에 한 번, 값비싼 비용을 치르며 ‘장수를 책임져주는(그가 내게 이렇게 표현했다)’ 전담 주치의가 그의 혈액을 검사 기관에 보내 종합 검사를 실시한다. 라이언은 뼈 건강과 체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일반적인 ‘이중 에너지 엑스레이 흡수 계측법’ 또는 ‘덱사(DEXA)’라 불리는 검사를 받는다. 이는 일반적으로 골다공증 위험성이 있는 고연령 여성에게 추천하는 검사다. “저는 모든 것의 정량화를 통해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건강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어느 날 오후, 라이언은 비즈니스 팟캐스트를 듣다가 ‘프레누보(Prenuvo)’라는 기업을 접하게 됐다. 이 기업은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통제’하도록 돕겠다고 장담한다. 프레누보는 약 335만원에 이르는 비용으로 머리부터 발목까지 MRI를 촬영해 그 결과를 분석하고 이상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라이언에게 몸속 촬영은 그의 건강관리에 완벽한 한 끗을 더해주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하여 그는 LA에 프레누보 지점이 생기기 전 검사를 신청했다. “기분이 매우 좋았어요. 하지만 제 내부에 뭐가 도사리고 있을지 궁금해졌죠.” MRI 검사 며칠 후, 그는 회의 중 전화를 통해 오른쪽 신장에 약 7.5cm 크기의 덩어리가 발견됐다는 결과를 들었다. “의사는 ‘양성인지 악성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절제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는 그 덩어리를 제거했고, 조직 검사 결과 신세포암(Renal Cell Carcinoma) 양성 판정을 받았다. 치료 가능한 암이지만 치명적인 경우도 있다. 라이언은 그 기업 덕분에 자신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라이언은 평범한 환자는 아니다. 선택적인 의료 서비스를 다채롭게 감당할 정도로 금전적으로 여유로우며, 또 그것을 이용할 만큼 건강에 열정적인 사람이다. 그는 의사들의 추천 여부와 관계없이 그 실험적인 기술에 매료됐다. 심지어 결정적으로 위험한 종양이 있었다. 전신 검사에서 분명히 드러날 정도의 크기지만, 증상은 전혀 없었다. 모든 면에서 그는 프레누보에 이상적인 고객이었다. 결국 그 기업은 라이언을 홍보 영상에 등장시켰고, 그는 MRI 전도사로 활약하게 됐다.

라이언은 그 후 가족과 지인 열댓 명도 검사를 받게 했다. 하지만 그처럼 극적인 경험을 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그들 중 상당수가 부차적인 진단만 받았을 뿐입니다.” 그는 지인과 가족들이 대수롭지 않거나 애매모호한 이상 정도만 밝혀졌다는 뜻으로 말했다. 비록 프레누보가 그들의 목숨을 구하지는 않았더라도 그 기업은 여전히 그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이제, 그들은 견고한 기준이 되는 정보를 확보하게 됐죠.”

나는 의사로서 라이언의 이야기에 신중하게 접근했다. 미국 어떤 전문 의학회도 예방 차원의 검사 방법으로 전신 MRI를 찬성하지 않는다. 미국 예방의학회(American College of Preventive Medicine)는 그들이 돈과 의료 자원을 낭비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론적으로 더 많은 영상 촬영의 활용을 찬성하는 미국 방사선의학회(American College of Radiology) 역시 성명을 통해 “전신 검사는 생명 연장에서 비용 또는 효율성 측면으로 어떤 효과도 확인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아프지 않다면 MRI를 찍지 말라’고 하는 쪽이다. 오진, 추가 검진, 불필요한 조직 검사, 피할 수 없는 불안감, 과도한 비용을 초래하는 일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라이언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신 MRI 검사를 받아야 할지 여부를 고민하는 것이다.

프레누보는 라이언처럼 회사를 설립해 돈을 벌고, 건강관리를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 한 남성에 의해 설립됐다. 스탠퍼드 MBA 출신의 기술 사업가 앤드류 레이시(Andrew Lacy)는 2018년 방사선 전문의 라즈폴 아타리왈라(Rajpaul Attariwala)로부터 전신 MRI 검사를 받기 위해 밴쿠버로 날아갔다. 캐나다 출신인 아타리왈라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특별 고객을 검진하기 위해 MRI 기계를 구입했다(MRI 검사 기계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13억~40억 정도다). 레이시는 나중에 “그때 촬영한 이미지를 다시 보면서 그저 어안이 벙벙했죠. 살면서 그때처럼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대박 날 사업이야’라는 강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도 본인처럼 안도감을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쓸 거라 확신했다.

몇 년 후 레이시와 아타리왈라는 함께 실리콘밸리에 클리닉을 개원했다. 그들이 검사를 맡았던 벤처 투자가 중 일부가 그 사업에 투자자로 참여하게 됐다. 최종적으로 프레누보는 935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고, 대표적인 투자자로는 생명공학 회사 23앤미(23andMe)의 공동 창립자 앤 워치츠키(Anne Wojcicki), 슈퍼모델 신디 크로포드, 전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등이 있다. 프레누보의 성장엔 마케팅도 한몫했다. 이 회사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이 검사를 통해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숨겨진 건강의 위험 요소를 찾아낼 수도 있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비즈니스 리더, 유명 인사와 인플루언서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왔다. 프레누보의 웹사이트에서 무료 ‘리스크 테스트’를 받으면 이 기업은 다양한 질병의 위험성을 추정하는 결과지를 보낼 뿐 아니라, MRI 검사를 받도록 설득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을 취한다. ‘팔기 위해’ 집요하게 말이다. 프레누보는 올해 뉴욕 패션 위크가 열리는 동안 디자이너 잭 포즌, 모델 릴리 앨드리지에게 무료 검사를 제공했고, 심지어 에디터 올리비에 잠(Olivier Zahm)은 패션쇼와 패션쇼 사이 틈새 시간에 검사를 받았다. 지난 8월 수억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킴 카다시안은 MRI 기계 앞에서 프레누보의 차콜색 가운을 착용하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그녀는 “이 검사를 통해 몇몇 친구가 목숨을 구했어요. 여러분과도 공유하고 싶군요”라고 멘션을 적은 후 ‘#NotAnAd’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그녀는 예전에도 자신의 엉덩이가 진짜임을 증명하고자 MRI를 촬영해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 프레누보는 9개 지점을 설립했다. 앞으로 12곳을 더 오픈할 계획이며, 일부 기업의 경영진은 직원 복리 후생으로 무료 MRI 촬영권을 제공한다. 물론 경쟁 업체도 등장했다. 무엇보다 에즈라(Ezra)의 도약이 가장 두드러진다. 뉴욕에 설립된 이 스타트업 기업은 3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모금했다. 에즈라는 180만원에서 330만원의 가격대로 전신 MRI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5년 회원권은 약 935만원이다. 이 기업은 최근 더 빠르지만, 덜 세밀한 검사를 통해 정보가 발생하는 AI 지원 기술에 대한 FDA 승인을 마쳤다. 결국 약 70만원의 15분짜리 MRI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에즈라의 창립자 에미 갤(Emi Gal)은 종종 검사를 통해 발견했을지도 모를 질환 때문에 죽은 환자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그가 기업을 설립한 바로 그때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종종 그녀가 좀 더 일찍 검사받지 않은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사람들은 적어도 1년에 한 번 MRI 촬영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갤에게 그 주장의 과학적 근거 부족에 대해 묻자, 그는 “최첨단 기술이 항상 권고 지침보다 앞서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진행될 연구를 통해 전문가들이 틀렸음이 증명될 것이며, 결국 자신의 회사 기술을 인정하게 될 거라는 걸 시사하는 듯했다. 갤은 현대 유방 조영술은 1960년대에 개발됐지만 미국 암학회가 그 기술을 검사 도구로 권장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으며, 1992년까지 획일화된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일부 의사는 현재 유방 조영술이 남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대규모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은 수십 년 동안 검진이 이뤄졌지만 유방암 사망률이 감소하지 않았으며, 진단받은 유방암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불필요하게 화학요법,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한다. 갤은 “전염병 학자에게 ‘우리가 서른 살에 암 검진을 받아야 합니까?’라고 문의한다면, 그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할 겁니다”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두통을 앓았고, 우연히 그것이 뇌종양 때문이었다는 것이 판명되면 어떨까요?”

한때 유행했지만 방사선 노출 위험성과 거짓 양성 오류 발생률이 제기되며 검사를 제공한 기업이 줄줄이 파산했던 CT 검사와 달리, 전신 MRI 검사는 두 가지 중요한 점에서 다르다. 잠재적으로 해로운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으며, 암이 흔히 발생하는 신체 내부 장기의 연조직을 훨씬 면밀히 조사한다. 그러나 여전히 불만 사항은 있는 듯하다. MRI는 오로지 추가 검사로만 명확해질 수 있는 미세한 이상을 감지할 만큼 민감하다. 그 추가 검사는 통증, 방사선, 감염, 재정 및 심리적 고통 등의 악영향을 초래하기도 한다. MRI 검사의 높아지는 인기는 의학과 우리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점차적으로 환자들은 수동적으로 치료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적극적인 고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반면, 요즘은 카다시안이 올리는 SNS 게시물이 1,000건 정도의 학술 연구와 맞먹는다.

의사들은 때때로 암의 종류별 차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농가 마당을 비유한다. 종양은 속도와 탈출 능력에 따라 거북이, 새 또는 토끼가 될 수 있다. 검사와 치료의 목표는 암을 울타리로 막는 것이다. 거북이는 매우 느려서 울타리를 치든 안 치든, 절대 마당을 넘어서지 못한다. 새들은 날아다니기에 울타리와 상관이 없다. 그리하여 그런 암이 조기에 발견된다 해도 막을 ‘진짜’ 방법은 없다. 오직 토끼만 실제로 울타리에 가둘 수 있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적어도 진단된 암 중 1/4은 과잉 진료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런 종양은 거북이에 해당되며, 절대 마당 밖으로 나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9년부터 일부 암의 무료 검진을 시작하면서 이 점을 극명히 보여줬다. 갑상선암이 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많은 환자는 유료로 이 암 검진을 추가 선택했다. 1990년대 초와 2020년 초반 사이, 갑상선암 발병률은 걱정할 만한 수치인 15배나 치솟았다. 하지만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단 한 번도 상승하지 않았으며,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이 암 진단이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유두상 갑상선 종양’이었는데, 이는 모든 성인의 1/3에 존재하며 거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수만 명이 갑상선을 제거하고 평생 호르몬 보충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거북이에게 울타리를 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격이다.

의사들이 MRI처럼 고도로 민감한 검사로 건강한 사람을 검진할 때 결국 애매모호한 결과물을 찾는 경향이 있다. 곧 터질 동맥류일까, 아니면 무해한 혈관 변형일까? 치명적인 암일까, 아니면 섬유 선종일까? 펜실베이니아 대학 방사선 전문의 사우라브 자(Saurabh Jha)는 “우리는 우연히 발견된 몇 가지 이상을 들고 감시 열차에 탑승하게 되죠”라고 내게 설명했다. “그리고 때때로 그 열차가 탈선할 때도 있고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나는 직접 목격했다. 한 환자에게 혈전 검사를 받게 했고, 거기서 의도치 않게 폐 이상이 밝혀졌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환자에게 조직 검사 일정을 잡아줬다. 누군가가 그의 몸에 칼을 대고 폐를 조금 잘라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 검사로 감염되면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설사를 유발할 때도 있다. 결국 입원과 장기간의 재활이 뒤따른다.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그리스 비극 같아요.” 자는 덧붙였다. “일단 그 정보를 듣는 순간부터 절대 잊을 수 없게 되죠. 부득불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조교수이자 ‘후속 의료 케어’에 대해 기본적인 연구를 실행하는 이샤니 강굴리(Ishani Ganguli) 박사는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건강하지 않은 쪽으로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환자 중 우연히 작은 동맥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는 동맥류가 의학적으로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지만 증상에 대처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고 한다. 그러면서 강굴리 박사는 “이제 두통이 생길 때마다 즉시 진료받으려고 하겠죠”라고 말했다.

게다가 개인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모호한 결과를 명확히 하기 위한 일부 후속 검사는 종종 보험이 적용되며, 이는 결국 우리 모두의 비용 분담을 의미한다. 강굴리 박사는 저위험 백내장 수술 전 일상적인 심전도 검사를 받은 환자를 연구했다. 여섯 중 한 명 정도가 초음파, 스트레스 검사 및 심장 전문의 진료 등이 포함된 검사를 받았으며, 이는 추가 의료비 지출로 이어진다. 강굴리 박사에 따르면 이 후속 검사가 대부분의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환자가 검사받을 만한 여유가 없다는 점,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만이 전신 MRI의 더 큰 비용 지출을 막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비교적 틈새시장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전신 MRI가 순전히 이롭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가 없기 때문에 보험이 적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몸속에 숨어 있는 치명적인 종양에 대한 이야기와 비교하면, 과학적 연구와 보험 적용을 논하는 것은 너무 피도 눈물도 없는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이 점에서 에즈라와 프레누보는 분명 말하기 좋은 점을 갖고 있다. 미시간 대학교 암 센터 공동 원장이자 방사선 전문의 매튜 데이븐포트(Matthew Davenport) 교수는 “내가 일반인이었다면 정말 당황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왜 이 기술을 사용해 암을 찾아내면 안 되는 거야?’라고 하며 그 견해에 굉장히 공감하겠죠. 안타깝게도 그것은 잘못된 상식입니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일반인이 전신 MRI 검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0.1% 미만인 반면 비싸고, 짜증 나고, 심리적으로 해롭거나, 신체적으로 해로울 수 있는 일이 일어날 확률은 5~10%죠”라고 말한다.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 건초 더미에 해를 입힐 뿐인데 말이죠.”

나는 직접 프레누보에서 검사를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기업의 웹사이트에서 활기 넘치는 광고 사진을 보며 여기저기 클릭한 끝에 몇 달간 예약이 꽉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햄프턴에서 여름을 나고 돌아온 부유한 뉴요커들 때문이었다. 나는 하루에 몇 번씩 빈자리가 있는지 체크해보았다. 어느 날 저녁 아이들을 재운 후 공석을 확인했을 때 흥분이 밀려왔다. 그러나 클릭하는 순간 그 자리도 사라지고 말았다. 매진된 콘서트 티켓을 사려고 애쓰는 팬이 된 심정이었다.

그다음 나는 누군가의 친절한 응대를 바라며 프레누보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벤이라는 상담 직원이 전화를 받고는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다. 벤은 하키 선수를 연상시키는 절제된 톤을 지닌 사람이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시스템이 지금 살짝 다운돼서요.” 그가 말했다. 몇 분 후 그가 다시 전화를 받더니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죄송합니다. 크리스마스까지 예약 가능한 자리가 없습니다.”

“MRI 검사가 이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어요. 최근 예약률이 갑자기 급증했죠.” 벤은 내게 자신의 직통 번호를 문자로 전송해주었다. 며칠 후 퇴근길에 전화를 확인했더니 예약 가능한 자리가 하나 비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나는 집으로 달려가 머리부터 상반신까지만 촬영하는 검사를 신청할 수 있었다. 프레누보는 뭔가를 달성한 느낌을 줬다. 내 몸속을 들여다볼 기회를 확보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죄책감이 들었다. 나는 증거 기반 의학을 교육받은 사람이고, 그 측면으로 보면 ‘내가 자원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 전날 밤에 그 죄책감은 불안으로 바뀌었다. 알고 싶지 않은 뭔가를 곧 알게 될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날이 밝았고 나는 프레누보 진료실을 찾았다. 그 빌딩은 추천 광고로 장식되어 있었다. “프레누보는 제가 마땅히 누릴 마음의 평화를 주었습니다.” 투자회사의 한 대표가 확고하게 말했다. 대기실을 일류 호텔처럼 높이 솟은 목재 천장으로 꾸몄고, 진한 향이 풍겼다. 제공되는 탄산수를 마시면서 둘러보니 건강 관련 서적으로 가득 찬 책장이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 ‘슈퍼 휴먼: 나이를 거꾸로 먹을, 어쩌면 영원히 살 수도 있는 완벽한 계획(Super Human: The Bulletproof Plan to Age Backward and Maybe Even Live Forever)’이라는 다소 의심스러운 제목의 책도 있었다.

프레누보에서 주는 가운을 입고 나오자, 잭이라는 수염 기른 기술자가 MRI 기계가 설치된 커다란 방으로 안내했다. 거대한 하얀 도넛 같아 보였다. “뭔가 분주했던 모양이에요.” 나는 주뼛주뼛 물었다. “킴 카다시안이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자 일주일 만에 팔로워가 수십만으로 늘었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죠.” 잭은 나를 폭신한 테이블 위로 올라가도록 도와준 다음, 가슴 위로 보호 장치를 내렸고 머리에 헬멧을 씌웠다. 순간 공포심과 폐소공포증이 밀려왔다. 이렇게 1시간을 보내야 하는 참이었다. “심호흡 몇 번 해보세요.” 잭이 달래듯 말했다. 그다음 귀에 헤드폰을 씌워주고, 뒤쪽에 있는 텔레비전을 볼 수 있도록 눈앞에 거울을 놓아주었다. 마침내 테이블이 MRI가 있는 쪽으로 들어섰다.

내가 이 기고문을 쓰기 위해 이야기 나눈 사람들 대부분이 예방 차원에서 MRI 검사를 받아서 좋다고 말했다. 몇몇은 그동안 앓던 만성 통증이 심각한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어 마음이 놓였다고 표현했다. 애매한 결과를 받았지만 나중에 양성으로 진단받은 한 젊은 여성은 “결과는 알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통제권을 쥐게 되었으니까요.” 거의 모든 사람이 검사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거라고 말했다. “의료진의 업무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죠.” 한 남자가 말했다. “제가 잠재적인 문제를 제때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느끼게 해줬습니다.” 이들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며, 여러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경로와 재정을 확보한 얼리 어답터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확신은 확률론적 세상에서 의료 정보가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키워준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통제력이 정당한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경험적 문제다. 이것은 전신 MRI 기업이 선택적으로 다루고자 관심을 보이는 사항이기도 하다. 프레누보는 그들이 확보한 임상 결과가 50만 건에 이른다고 의기양양하게 알려줬다. 하지만 이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아마도 가벼운 관절염과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고, 전체적으로는 환자가 이미 알고 있는 질환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프레누보에 따르면 검사받은 사람의 5% 정도가 ‘잠재적으로 목숨을 구해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한다. 몇 퍼센트가 우연히 찾은 결과물를 알게 되었는지, 심지어 검사받은 사람이 몇 명인지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레이시의 주장에 따르면 국민 전체가 전신 MRI를 2년에 한 번씩 찍는다면 ‘모든 것이 조기에 발견되기 때문에’ 이 검사가 절감해주는 것은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인생 경험보다 실리콘밸리 투자 설명서를 더 잘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

동시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현재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암은 두 번째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살인자로 남아 있다. 그리고 많은 악성 종양이 이미 퍼진 후 진단된다. 소수의 암만 검진을 통해 밝혀지고 그저 대부분의 암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의료 시스템에 환자들이 좌절감을 느끼는 이유가 너무나 공감된다. 에즈라의 수석 과학자이자 뉴욕 대학교 랭곤(NYU. Langone) 병원 방사선학과 교수 다니엘 소딕슨(Daniel Sodickson)은 “이 논쟁은 심심치 않게 불거지고, 실망스러울 정도로 친숙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술 애호가들은 긍정적인 반면, 의료 전문가들은 회의적으로 보고 있어요. 의료계가 이전의 몇 가지 실패에 대응해 사전 예방 영상 촬영에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던 것 같아요.” 소딕슨은 거짓 양성이 문제라는 것을 인정했지만, 환자들이 충분히 자주 검사를 받는다면, 인공지능을 통해 중요한 것과 그릇된 것을 구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부분이 이전 검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그것을 우려 항목에서 실질적으로 배제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거짓 양성이 두려워 더 많은 검사를 하고 싶지 않죠. 하지만 실제로, 더 많이 검사하는 것이 거짓 양성을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방사선과 의사 자는 연속적인 MRI 검사는 환자보다 프레누보에 더 많은 이득을 준다고 말했다. 때때로 양성 병변과 치명적인 병변을 구별하는 데 몇 년 동안 수많은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사례처럼 과잉 진단의 급속 확산을 우려했다. “한 개인만으로 과잉 진단을 받았다고 판단하기란 정말 어렵죠.” 자가 말했다. “과잉 진단은 전체 인구수를 살펴볼 때 드러나죠. 모두 개인적으로 그들의 암이 발견되고 적절히 치료받는다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심지어 우리가 통계적으로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그렇게 느낀다니까요.”

내가 레이시에게 모호한 결과에 따른 심리적 피해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프레누보에서 조사한 환자의 99%가 긍정적인 경험으로 알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뭔가를 진단받아도 전혀 불안감이 초래되지 않을 때 우리가 성공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제 치료를 위해 도입할 수 있는 선택 사항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그것은 긍정적이고 힘을 실어주는 일입니다”라고 주장했다.

MRI 촬영을 하고 일주일 후, 프레누보에서 전화로 곧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그곳 간호사와 상담 일정을 잡았다. 보통 검사 결과 보고서가 상담 전 미리 발송되는데, 보고서를 받지 못한 채 상담 예약 시간이 다가오자 걱정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다음 간호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가끔 검사 결과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더 좋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결과 보고서를 미리 발송하지 않기도 합니다”라고 그녀가 말했다. 이 말을 들어도 마음이 전혀 놓이지 않았다.

나의 폐, 간, 췌장, 뇌에서는 어떤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부비강이 살짝 부어 있지만, 아마도 알레르기 때문인 듯했다. 그런데 전립선에서 숨어 있던 병변이 발견됐다. 간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병변은 암 발전 가능성을 바탕으로 1~5단계로 등급이 매겨진다고 했다. “고객님에게서 발견된 병변은 3단계로, 딱 중간이죠.” 그녀는 그 병변이 위험한 것으로 입증되면, 아이스크림에 잘못 들어간 건포도처럼 ‘그저 덜어내면’ 된다고 말하며 담당 주치의와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으라고 권했다. 그들이 몇 가지 검사를 지시할 것이며, 어쩌면 생체 검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검사 후속 케어가 시작되었다.

의사들은 병변의 우연한 발견을 두고 ‘우연종’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말은 해답보다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하는 말이다. 나는 아마도 전립선암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고, 또한 전립선암 대부분이 치명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흔하다 보니, 남성 사망 원인 2위 암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며칠 후, 나는 주치의에게 전신 MRI 촬영에 대해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녀는 친절하게 혈액 검사를 처방했고, 비뇨기과 의사는 전립선 전용 MRI 검사를 추천했다. 그리고 결과가 걱정된다면 그 후 정기적으로 추적 검사를 받으라고 권했다. 즉시 실시된 일련의 검사 비용은 아마 몇천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험으로 절반 정도는 커버가 되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 돈을 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려해보았다. 당뇨병 환자를 위한 몇 달 치 인슐린, 천식을 앓는 어린이를 위한 흡입기 수십 개, 그리고 암을 발견하고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입증된 대장 내시경 검사 등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방사선 전문의 데이븐포트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프레누보는 당신 이야기를 아마도 성공 사례로 볼 거예요. 하지만 저는 비극이라고 생각하죠.” 그가 탄식했다. “그들이 당신 마음속에 불안감을 조장했거든요. 원래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이제 환자가 되었군요.”

하버드 대학교 법학과 교수이자 정책 학자인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은 저서
<너무 많은 정보(Too Much Information)>에서 두 가지 주요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정보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정보가 실제적 가치를 지녔거나(그것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또는 뭔가를 할 수 있는 도구로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때때로 이 가치들이 상충한다. 극장에서 본 열량표가 건강에 유익한 결정을 하도록 영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영화 보러 간 포인트를 놓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정보는 각자에게 각기 다른 것을 의미한다. 연속 포도당 감지기는 당뇨 환자에게 굉장히 유용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기기는 젊고 건강하며, 그로부터 얻을 것이 많지도 않은, 이른바 바이오해커들 사이에서도 종종 인기를 끈다. 의학의 미래가 동등하게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흔히 일어난다. 건강 정보에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그런 정보를 통해 기분이 좋아지는 것뿐일 수도 있다.

내년에 내 전립선의 병변이 두 배로 커지면, 나는 그것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길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 내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전립선 MRI를 다시 찍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검사는 건강에 대한 내 인식을 뒤집어놓았다. 나는 더 이상 내가 괜찮다고 가정하지 않고, 건강을 입증해줄 검사를 원할 뿐이다.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이틀 후, 프레누보 직원 벤이 내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좋은 소식을 공유해주세요. 프레누보에서 겪은 사례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세요!’라는 제목의 메일이었다. 벤의 글은 마케터계의 선교사가 하는 말 같았다. “아시다시피, 우리 목표는 ‘예방을 통한 건강관리’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입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저와 지인, 가족 또는 동료들의 연결 고리가 되어주세요. 저희가 제공하는 검사를 통해 그분들도 혜택을 누리도록 도와주세요.” (VK)

    Dhruv Khul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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