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보그> 독점 공개! 교토를 정복한 무라카미 다카시의 황금 조각상

2024.03.15

by 류가영

    <보그> 독점 공개! 교토를 정복한 무라카미 다카시의 황금 조각상

    교토 시립 교세라 미술관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의 ‘Flower Parent and Child’(2020)와 루이 비통의 트렁크 조각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리, 다카시가 언제나처럼 쾌활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루이 비통/아카네 기요하라(Akane Kiyohara) ©︎무라카미 다카시/카이카이 키키

    지난 3월 12일, 아름답고 한적한 정취가 유유히 흐르는 교토 시립 교세라 미술관의 연못 한가운데 두 눈을 의심케 하는 거대한 황금 조각상이 등장했습니다. 황금 해바라기 형상과 아이 해바라기 형상이 손을 맞잡은 채 루이 비통의 트렁크 위에 우뚝 서 있는 이 조각상을 보니 곧바로 한 아티스트가 떠올랐는데요. 바로 활짝 웃고 있는 무지개 꽃, ‘슈퍼플랫 플라워(Superflat Flower)’로 유명한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입니다.

    우리에겐 석촌호수의 ‘러버덕’이 상기되는 이 대형 조각은 사실 팬데믹으로 세상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던 2020년, 희망과 회복의 메시지를 담아 루이 비통과 무라카미 다카시가 함께 제작한 설치 작품 ‘Flower Parent and Child’(2020)와 트렁크입니다. 2002년 루이 비통 디자이너로 영입된 후 꾸준히 협업을 이어온 다카시의 최신 협업이었죠. 그 결과를 선보이는 무대로 교세라 미술관이 낙점된 것은 마침 9월 1일까지 미술관의 개관 90주년을 기념한 전시, 무라카미 다카시의 개인전 <무라카미 다카시 모노노케 교토(Takashi Murakami Mononoke Kyoto)>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8년 만에 열린 다카시의 대규모 개인전이자 도쿄 외의 지역에서는 처음 열린 그의 전시이기도 하죠. 새로 그린 걸작과 일본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을 비롯해 신작을 필두로 한 총 170여 점의 작품이 이번 기회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면모를 드러내며 낮에도, 밤에도 찬란한 황금빛을 잃지 않는 이 조각상은 루이 비통과 다카시의 끈끈한 우정을 상징하는 요소로 가득합니다. 특히 트렁크는 2003년 다카시와 루이 비통이 함께 개발한 모노그램 멀티컬러 트렁크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캔버스 커버, 금속 연결 고리와 나무 디테일이 돋보이죠. 그 위에 ‘슈퍼플랫 플라워’가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초월한 메종 루이 비통과 도시 간의 역사적인 협업을 축하하며 우뚝 서 있습니다.

    교세라 미술관 개관 90주년을 기념해 펼쳐지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규모 개인전 <무라카미 다카시 모노노케 교토>는 그의 신작을 포함해 총 170여 점의 작품이 한꺼번에 공개되는 자리다. 9월 1일까지. ©︎루이 비통/아카네 기요하라(Akane Kiyohara) ©︎무라카미 다카시/카이카이 키키

    전통 미술과 ‘오타쿠’ 문화의 경계를 흐린 무라카미 다카시의 ‘슈퍼플랫 선언문’이 현대미술계에 막강한 충격파를 일으킨 이래 일본의 전통 회화 기법과 애니메이션, 만화, 비디오게임은 전 세계로 흘러들어 예술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카시가 기획하고 주최하는 ‘슈퍼플랫’ 전시는 2000년과 2001년 일본과 미국을 순회하며 전후 일본인의 감수성과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정치사회적 변화와 종교 문제를 평면 위에서 고찰하는 담론으로 모든 현대인을 초대했죠. 그러면서 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겨냥하는 다카시의 의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대담한 장인 정신을 지닌 건축가, 예술가, 디자이너와 함께 루이 비통에서 창조하는 ‘여행의 예술(Art of Travel)’이 그렇게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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