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공포의 계절이다. 초여름부터 시작되는 블록버스터 릴레이에 새우 등 터지지 않고, 영화제 화제작과 다음 시상식을 노리는 작품이 몰리는 하반기도 피하자면 작은 장르 영화의 승부처는 여기다. 천만 영화 <파묘>의 좋은 기운이 이들에게까지 이어질까?

<씬>
감독: 한동석 | 출연: 김윤혜, 송이재, 박지훈, 이상아ㅣ개봉: 2024년 4월 3일

실험적인 영화를 추구하는 유명 감독 ‘휘욱’은 춤을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을 찍기 위해 신인 배우 ‘시영’, ‘채윤’과 함께 폐교를 찾는다. 그들은 촬영 첫날부터 오묘한 기운에 휩싸인다. 영화 <소녀>, 드라마 <빈센조>로 주목받았고 하반기 기대작 <정년이> 캐스팅이 확정된 김윤혜가 주연을 맡았다. <씬>은 오컬트, 공포, 미스터리를 결합한 작품으로, 촬영과 미술이 감각적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토리노 국제영화제, 브뤼셀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죽은 자를 부르는 춤사위’를 구현하기 위해 ‘아트프로젝트 보라’의 김보라 예술감독, 현대무용가 겸 작곡가 김재덕이 참여했다. ‘채윤’ 역의 배우 송이재는 무용과 출신이다.

<오멘: 저주의 시작>
감독: 아르카샤 스티븐슨ㅣ출연: 넬 타이거 프리, 타우픽 바롬, 소냐 브라가, 랄프 이네슨, 빌 나이 외ㅣ개봉: 2024년 4월 3일

<엑소시스트>와 더불어 역대 최고의 오컬트 공포 영화로 꼽히는 <오멘>(1976)의 프리퀄이다. 20세기 스튜디오는 최근 <노 원 윌 세이브 유>, <프레이>, <헬레이저> 등 호러물을 만드는 족족 스트리밍으로 직행시켰는데 <오멘: 저주의 시작>은 극장 개봉을 결정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미국 개봉일은 한국보다 늦은 4월 5일이다. 원작 <오멘>은 주인공 부부가 아이를 유산한 후 신부의 소개로 ‘데미안’이라는 아이를 입양하고, 그 아이가 악마의 자식임이 드러나는 내용이다. <오멘: 저주의 시작>은 데미안의 출생을 다룬다. 극 중 수녀가 되기 위해 로마로 떠난 ‘마거릿’은 믿음을 뒤흔드는 어둠의 그림자를 마주한다. 불길한 조짐 속에 6월 6일 6시 사탄의 아이가 태어난다.

<부르달락: 흡혈귀>
감독: 에이드리언 보우ㅣ출연: 케이시 모텟 클레인, 아리안 라베드 | 개봉: 2024년 3월 28일

톨스토이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고딕 컬트다. 아름다운 여인에게 반해 그녀의 집에 머무르게 된 프랑스 귀족이 흡혈귀가 되어 돌아온 그녀의 아버지와 얽히면서 기묘하고 잔혹한 일을 겪는다. 필름의 질감을 살린 클래식한 분위기가 고전 영화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부르달락’은 슬라브 민담에 나오는 흡혈귀를 뜻한다. 영화의 배경도 루마니아 부근이다. 패션 역사에 관심 많은 관객이라면 프랑스 귀족과 슬라브족의 의상 대비에서 가외의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극 중 부르달락은 우리가 흔히 아는 뾰족한 송곳니에 길고 붉은 코트를 걸친 뱀파이어의 모습이 아니다. 그는 나약해 보이지만 유혈이 낭자한 사건을 일으키고 한 가족을 멸망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뒤주>
감독: 김지운ㅣ출연: 김인서, 박예리, 신기환, 정상훈 외ㅣ개봉: 2024년 3월 28일

한국에서 뒤주라면, 더구나 그걸 소재로 공포 영화를 만든다면 당연히 영조가 사도세자를 가둬 죽인 뒤주를 떠올린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뒤주에 갇힌 사람이 사도세자만은 아니었다. 몽골에서는 유목민들이 이동형 감옥으로 뒤주를 사용했다. 제작진은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본 몽골 뒤주 사진에서 이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다. 주인공 ‘아진’은 오래된 몽골 뒤주를 재해석해서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맡는다. 비정한 아버지가 정략결혼을 거부하는 딸을 꽃가마 대신 가뒀다는 사연이 있는 물건이다. 아진은 이번 프로젝트만 성공하면 정교수로 임용되고 이혼한 남편과 사는 딸도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뒤주의 저주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관계자들은 위험한 욕망에 휩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