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자세 교정에 늦은 때란 없다

2024.03.31

by Thessaly La Force

    자세 교정에 늦은 때란 없다

    곧고 아름다운 자세는 곧 바른 몸과 마음의 척도. (왼쪽부터)톱은 에이치앤엠(H&M), 팬츠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셔츠와 팬츠는 로에베(Loewe), 톱과 팬츠는 알라이아(Alaïa), 셔츠와 드레스는 디올(Dior).

    청춘이 젊음의 소중함을 모르듯, 어리고 키 큰 사람들은 신장을 그렇게 여기기 마련이다. 6학년 때 단체 사진을 찍다 느낀 실망감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 나는 그해 여름 급성장기를 겪었다. 항상 키가 큰 편이었지만 본격적으로 ‘장신’으로 분류됐다. 친척, 선생님들, 심지어 식료품점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는 늘 눈길을 끌었다. 사진 촬영 당일 신경 써서 옷을 차려입었다. 하지만 사진사는 나를 맨 뒷줄, 가장 키가 큰 남자아이 옆에 세웠다. 정말 잔인한 운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내 키를 경멸하게 됐다.

    그러다 찾은 해결책이 구부정한 자세였다. 조금이라도 작아 보이려고 어깨를 앞으로 구부리고, 머리를 숙인 채 천천히 걸어 다녔다. 나중에는 벽에 몸을 어색하게 기대거나 앉은 채 대화 나누는 것을 선호했다. 1990년대 후반이었다. 자세 교정 수업이 있을 리 만무했고, 어머니 세대와 마찬가지로 어깨를 펴고 가슴을 활짝 열고 바르게 서라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캘리포니아의 서핑, 스케이트 문화로 생긴 한가롭고 평온한 멋, 그리고 유행하던 그런지 룩이 구부정한 자세를 고착화할 뿐이었다. 머리를 탈색한 선머슴 같은 주변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나쁜 자세, 즉 구부정한 자세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는 그런 자세를 더는 취하지 않게 됐다. 내 키가 일종의 자산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결혼을 했으며, 출산과 육아를 하게 됐다. 마침내 모성애가 전혀 자랑스럽지 않던 내 신체적 의미를 느끼게 해줬다. 유일한 문제라면 원래의 곧은 자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라운드 숄더’로 지낸 세월이 몸에 나쁜 영향을 끼쳤고, 두 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코어 근육은 무너져 있었다. 게다가 수십 년간 해온 컴퓨터 작업도 한몫했다.

    이쯤 되니 ‘교정’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보고 싶었다. 바른 자세로 서 있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다. 다수의 연구는 임상적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연구는 웅크린 채 복도를 걷는 사람들이 시원시원한 걸음걸이를 가진 사람들보다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내가 낙관적인 결과를 기대할 만한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척추 수술 전문가이자 신경외과 의사 아미르 복슈어(Amir Vokshoor)가 “이미 몸에 배어버린 습관조차도 합리적인 행동 계획을 통해 고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목걸이를 차고 있다고 상상해봐. 그 목걸이가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을 원하지 않겠어?” 뉴욕 시립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는 오랜 친구 애드리안 댄치그 워링(Adrian Danchig-Waring)이 물었다. 우리는 휘트니 미술관 꼭대기 층에 서서 예술 작품을 관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는 ‘바르게 서 있기’ 기술을 조금이나마 습득하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는 자신의 완벽하게 곧은 척추를 좌우로 돌렸다. 그를 따라 해보려고 시도하며 애드리안의 목선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을 상상했지만, 나는 퉁퉁한 몸의 나이 든 남자처럼 둔하게 움직였다.

    “고리타분한 조언이긴 하지만, 천장에 달린 끈이 당신을 끌어당긴다고 상상해보세요.” 뉴욕의 척추 지압사 랜디 자페(Randi Jaffe)가 이야기했다. 그녀는 현대 생활의 상당 부분이 잘못된 자세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앉아 있는 것, 무거운 배낭이나 핸드백을 메는 것이 대표적 예다. 모유 수유를 하고, 어린아이를 들어 올리고, 유모차를 미는 나와 같은 엄마들은 더 악영향을 받게 된다. “지금 최악의 원인은 바로 스마트폰이에요.” 랜디는 덧붙였다. 나는 무슨 죄지은 사람처럼 전화기를 쳐다봤다. 사람 머리의 무게는 평균적으로 4.5~5.5kg. 고개를 앞으로 60도 정도 숙이면 우리 목에 26kg가량의 하중이 더해진다. 재택근무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데, 이 또한 자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녀에 따르면 수면 자세도 영향을 줄 수 있다(엎드려 자는 자세가 가장 좋지 않다)며 가지런한 자세를 유도하는, 기울어진 모양의 교정 전용 베개를 추천했다.

    랜디는 마사지 침대 위에서 내 등을 쭉 폈다. 다리를 아래쪽으로 쭉 당기고, 엉치뼈를 조정했다. “아주 나쁜 편은 아니에요.” 그녀는 내 상태를 정중하게 평가하며 어깨를 뒤로 당겼다. 그리고 과제를 하나 내줬다. 주변 뉴요커의 자세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나쁜 자세를 보면 스스로 자세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구부정한 자세를 고치는 열쇠는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흔히 날개뼈라 부르는 양쪽 견갑골이 더 가까워지게 하는 옷이나 액세서리가 큰 도움이 된다고 복슈어는 조언했다. 어깨에 걸어 상반신에 벨크로로 고정하는, 붕대처럼 생긴 ‘백임브레이스(BackEmbrace)’라는 자세 교정기가 바로 그런 것이다. 도구를 목격한 친구는 “괴상망측하게 생겼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꽤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셔츠나 드레스 안에 걸치기도 편하고, 어깨를 뒤로 젖히는 데 도움을 주며 자세가 구부정해질 때마다 의식하게 했다. 시중에 자세 교정기가 여럿 출시돼 있다. 어깨뼈 사이에 살짝 부착할 수 있는 ‘업라이트 고(Upright Go)’부터 정형외과에서 설계해 특허받은 직물로 만든 ‘폼 파워 브라(Forme Power Bra)’처럼 더 정밀한 애슬레저 제품까지 다양하다. “자세 교정기를 착용하는 것은 자세를 바로잡는 데 좋은 방법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척추 지압사 대니 올슨(Dani Olson)이 말했다.

    하지만 필라테스 애플리케이션 ‘비 더 메소드(B the Method)’의 크리에이터 리아 바사 (Lia Bartha)가 말했듯 진짜 문제는 몸의 더 깊숙한 곳, 즉 코어 근육과 골반 아래에서부터 비롯됐다. 바사는 전통 방식대로 훈련받은 필라테스 강사로, 5년 전부터 자신의 방법대로 자세를 교정해주기 시작했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사용하기보다는 작은 밸런스 볼과 매트를 사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척추측만증을 앓던 댄서 출신의 바사는 회사 업무를 하면서 뭔가 불만족스럽고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 후 필라테스로 눈을 돌렸다. 어깨뿐 아니라 여러 요소가 좋은 자세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것이 그녀의 전언. “그저 갈비뼈에서 어깨를 들어 올린다고 여기지 마세요. 고관절 주변의 해먹 모양 근육 골반기저근에서부터 어깨를 들어 올리는 것처럼 여기세요. 엉덩이 근육이 지탱해주는 것이 느껴지면 더 효과적입니다.” 두 아이 출산 후 내 코어 근육은 불어터진 국수처럼 느껴졌다고 바사에게 고백했지만, 그녀는 나를 격려하며 꾸준히 연습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사와 자세 교정부터 ‘길게 늘이고 뻗기’ 운동 등을 몇 주 동안 한 후, 어깨를 뒤로 젖히는 것이 훨씬 덜 고통스러웠고 예전과 달리 몸 전체를 똑바로 세울 때 아랫배 근육을 사용하게 됐다.

    유연성 또한 중요하다. 나는 요가 강사 애슐리 도르(Ashley Dorr)로부터 첼시의 요가 스튜디오 ‘수크(Souk)’에서 수업을 받는 중이다. 도르는 내게 가슴을 열고, 척추를 부드럽게 비틀고, 엉덩이 근육을 이완시키는 동작을 지도했다. ‘베이비 코브라’ ‘업독’ ‘물고기 자세’ ‘나무 자세’ ‘삼각형 자세’ 등의 동작 모두가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녀가 내 머리를 앞으로 숙여놓고 목을 부드럽게 마사지하자 순간적으로 머리 무게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요가가 지닌 최고의 장점은 ‘마음과 몸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도르는 설명했다. “우리는 최대한 바른 자세로 방에 들어갈 수 있지만, 곧 잊어버리고 가장 편하게 느끼거나 익숙한 자세로 돌아가죠.” 그리고 그녀는 ‘사바사나 자세’로 수업을 마무리 지으며, 바닥에 어깨뼈를 대고 누워 척추의 감각을 몸소 느껴보게 했다.

    타고나길 척추가 더 굽은 사람도 있다. 발레리노 친구 애드리안이 머리를 똑바로 세우고 박물관을 걸어 다니는 모습을 바라봤다. 책을 머리에 이고 다닐 수도 있을 것처럼 보였다. 나는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멈춰 섰다. 그리고 숨을 들이마시고, 어깨를 펴고, 턱을 들어 올려 옆으로 고개를 살짝 돌린 채 골반기저근에서부터 몸을 바로 세웠다. (VK)

    포토그래퍼
    Jack Davison
    모델
    Jill Kortleve, Awar Odhiang, Angelina Kendall, Chu Wong
    헤어
    Shingo Shibata
    메이크업
    Kanako Takase
    세트 디자인
    Rachel Ford Thomas
    프로덕션
    Farago Productions
    로컬 프로덕션
    Teru Teru P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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