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뷰티 굿즈’, 도대체 왜?

2024.04.05

by 이주현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뷰티 굿즈’, 도대체 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의 영역을 넘어 감성을 어루만지는 ‘굿즈’의 등장. 트렌드를 영민하게 반영한 뷰티 마케팅의 신세계!

    띠리리릭! 오전 9시, 지난밤 미리 맞춰둔 알람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자 사파리 브라우저를 서둘러 켰다. 인기 있는 과목의 수강 신청,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보다 어렵다는 로드(Rhode)의 그 유명한 ‘립 케이스’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 기종을 선택하고, 립 틴트 색깔을 5분 넘게 고르고 골라 정한 뒤 ‘장바구니에 추가하기(Add to Cart)’ 버튼을 클릭했다. 장바구니 페이지에서 결제하려는 순간, 절망적인 메시지의 팝업 창이 하나 뜬다. Sold Out! 세상에. 품절이라니, 아침부터 운이 좋지 않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까? 낙담한 심정으로 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선 너도나도 구매 실패 인증 샷과 우는 얼굴의 이모티콘이 넘쳐났다.

    헤일리 비버가 만든 로드의 립 케이스는 이미 100만 개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펩타이드 립 트리트먼트’를 스마트폰 뒷면에 잘 고정하기 위해 실리콘 소재로 디자인되었다. 립글로스의 가격은 16달러인 반면 립 케이스의 가격은 35달러, 한화로 4만5,000원 정도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한정판으로 판매된 탓에 미국판 ‘당근 마켓’인 포시마크(Poshmark)에서는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 145달러에 판매되는 기이한 광경도 펼쳐진다.

    립 케이스의 공식 론칭을 앞두고 온라인 전쟁은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코덕’들은 미리 갖고 싶은 열망에 립글로스를 스마트폰 뒷면에 투명 테이프로 칭칭 감는가 하면, 문어 다리의 빨판처럼 생긴 흡착식 액세서리 ‘옥토버디(Octo Buddy)’를 활용해 립 제품을 부착하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으니까. 영국 <보그> 패션 피처 에디터 줄리아 홉스(Julia Hobbs)는 거울 셀피와 함께 ‘My Rhode or Die’라는 텍스트로 격한 애정을 드러냈다.

    <BoF>는 액세서리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로드의 립 케이스에서 소비자 행동을 제대로 파악한 발칙한 천재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말한다. 코트 주머니나 가방 깊숙한 곳에서 립글로스를 잃어버리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오늘날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스마트폰에 부착하기로 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영민한 아이디어. ‘1일 1셀피’ 시대에 립 케이스를 활용한 MZ세대의 거울 셀피가 로드의 립글로스를 그야말로 ‘공짜’ 광고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교통 카드처럼 립글로스를 항상 한 손에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일상생활과 자연스럽게 통합시켜 스마트폰만큼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만든다. 게다가 더 많은 사람이 삼성 페이, 애플 페이와 같은 디지털 지갑을 사용하니 로드의 립 케이스 출시는 시의적절할 뿐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기까지 하다.

    팬덤에 힘입어 판매되는 물건을 일컫는 ‘굿즈(Goods)’. 굿즈를 통한 뷰티 홍보 마케팅의 역사는 2014년 미국 뉴욕 태생의 글로시에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시에의 창립자 에밀리 와이즈(Emily Weiss)는 당시 뷰티 블로그 ‘인투 더 글로스(Into the Gloss)’를 운영하며 본품보다 증정품으로 제공되는 ‘보너스’ 매력의 진가를 진작 알아봤다. 이후 뉴욕에 첫 문을 연 글로시에 매장에선 립글로스 한 개를 구입해도 핑크색의 버블 파우치와 아기자기한 스티커를 증정하는 화끈한 패키징을 선보였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출시한 글로시에 베니티 백, 키 링 등의 굿즈는 어쩌면 본 제품보다도 더 인기를 끌었다. 글로시에 본사 직원을 위해 만든 그레이 로고 맨투맨, 쨍한 옐로 컬러의 더플백, 통통한 물통은 폭발적인 문의 때문에 계획에도 없던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프렌치 메이크업 아티스트 바이올렛(Violette)의 뷰티 브랜드 바이올렛_FR(Violette_FR)도 최근에 후디 등 의류 라인을 공개했다. 브랜드를 관통하는 코발트 블루와 스킨케어 패키지 컬러를 활용한 한정판 스웨트셔츠는 한때 웨이팅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의 네일 브랜드 플리징(Pleasing)도 굿즈 ‘맛집’으로 손꼽힌다(블랙 로고 맨투맨 셔츠는 블랙핑크 제니가 월드 투어 기간에 착용한 후 한동안 품귀 현상을 빚었다!). 굿즈 하나 잘 만들기론 네온 컬러의 볼캡, 파우치 등으로 브랜드 특유의 밝은 긍정 에너지를 한껏 표출하는 드렁크 엘리펀트(Drunk Elephant), 달력과 필통 등 문구류를 선보이는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의 레어 뷰티(Rare Beauty), 메이크업을 위한 조명과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를 탑재한 화장대 전용 거울을 제작한 리한나(Rihanna)의 펜티 뷰티(Fenty Beauty)도 빼놓을 수 없다. 환경을 사랑하는 착한 브랜드로 알려진 러쉬(Lush)는 한 번 사용 후 버려지는 종이 포장지를 줄이기 위해 재활용 가능한 리사이클링 손수건을 출시했으며, 매 시즌 다양한 패턴과 디자인을 선보이는 탓에 중독적인 쇼핑을 자아낸다. 빈티지한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탱크 톱, 티셔츠, 비치 타월 등 버케이션(Vacation)의 재기 발랄한 굿즈는 역시 에디터의 위시 리스트에 오른 지 오래다.

    트렌드에 누구보다 명민하게 반응하는 국내 뷰티 브랜드의 발 빠른 움직임도 빼놓을 수 없다. 주력 제품 판매를 위한 조연의 역할을 자처하던 굿즈는 소장 욕구를 면밀히 자극하며 굿즈를 위해 최소 구매 가격을 맞춰 본품까지 구매하는 주객전도 현상을 일으킨다. 논픽션(Nonfiction)은 콘크리트 소속 아티스트 권철화 작가와 협업으로 만든 ‘페르소나’ 배스 매트를 필두로, 세 명의 세라미스트와 만든 솝 전용 트레이, 윤여동 작가와 만든 트레이까지, 연달아 모두 완판 기록을 세웠다. 그들의 보디 제품을 일상에서 다각도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재능 있는 아티스트와 고심해 만든다.

    비건 뷰티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한 디어달리아(Dear Dahlia)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발생을 저감할 수 있는 유리 빨대와 에코 백을 선보이며 단순히 뷰티 영역의 확장에 머물지 않으며 굿즈에 브랜드의 철학을 고스란히 내비친다. 힌스(Hince)의 무드 리플렉터와 무드 네스트, 어뮤즈(Amuse)의 키치한 키 링과 휴대용 파우치, 오드타입(Oddtype)의 반짝이는 실버 백, 어노브(Unove)의 마이크로 레더 백, 알보우(RboW)의 쿠션, SW19의 트레이, 솔트레인(Saltrain)의 소금과 스웨트셔츠는 뛰어난 퀄리티 덕에 개인 소장을 넘어서 선물용으로도 하나씩 더 구입했을 정도다.

    기껏해야 파우치나 손거울에 머물던 뷰티 월드의 굿즈 스펙트럼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광범위해지고 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상술 혹은 기념품에 가깝다고 느껴지던 뷰티 굿즈의 반란. 제품과 품질은 기본, 혁신적인 사고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더 나아가 라이프스타일의 필수 요소다. (VK)

    컨트리뷰팅 에디터
    우주연
    아트워크
    노네임(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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