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상자를 클러치 백으로? 발렌시아가의 가방 변천사
손에 꽉 쥐고 놓고 싶지 않은 것이 있나요? 2024년, 디자이너들은 가방이라고 답했죠. 모델들이 가방을 겨드랑이에 꽉 끼거나 손에 꼭 쥐고 런웨이를 걷도록 연출했고요. <보그>에서도 2024년 가방 트렌드는 손과 겨드랑이가 고생할 것이라는 기사를 쓸 정도로 많은 브랜드가 이를 채택했습니다. 덕분에 스트리트에는 가방을 구겨 손에 들거나 겨드랑이에 끼는 패션 셀럽이 늘었죠.
이를 본 패션 저널리스트 브렌다 오테로(Brenda Otero)는 “걱정스러워 보이거나 과시해야 할 물건인 것처럼 들고 다니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모델들은 지퍼를 열어둔 채 무심한 듯 걸었지만, 몸에 붙이고 다니는 것 자체가 실수”라고 설명했습니다.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방식이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가방을 신줏단지 모시듯 들고 다니는 모습이 매력적일 리 없다는 거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쓰레기봉투를 디자인한 뎀나가 듣는다면 웃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어떤 아이템이든 어떻게 사고 싶게 만드느냐에 방점이 찍히니까요.
뎀나는 상하이에서 열린 2025 발렌시아가 리조트 컬렉션에서도 이를 증명해 보였습니다. 모델들은 겉은 회색, 속은 골판지 같은 전형적인 발렌시아가 슈 박스를 들고 나타났죠. 그들은 이를 두고 슈 박스 클러치라 불렀습니다. 보기에는 딱딱한 박스처럼 보이지만 ‘가죽’으로 제작했으며 뎀나 특유의 섬세한 아이러니를 더해 럭셔리한 오브제가 되었죠.
그의 패션 스캔들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7 S/S 컬렉션에서 그는 이케아의 프락타 백을 모티브로 가방을 선보였고, 인스타그램 피드를 모두 그의 파란 이케아 백으로 도배해버렸죠.
2022년 리조트 컬렉션에서는 비닐봉지를 연상시키는 레더 가방과 장바구니를 선보였고요. 2022 F/W 컬렉션에서는 담대하게도 쓰레기봉투를 연상시키는 레더 가방을 선보입니다. <WWD> 매거진 인터뷰에서 뎀나는 가방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쓰레기봉투를 디자인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패션 스캔들은 누구나 좋아하지 않나요?”라고 말했죠.
그 후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2023 S/S 컬렉션에서는 감자칩 봉투가 떠오르는 칩스 백을 선보이며 257만원짜리 감자칩이라는 논란도 만들어냈죠.
2024 S/S 시즌에는 마트 장바구니 모양의 앤트워프 미디엄 토트백과 신발 모양의 클러치 백을 선보였고요. 2024 프리폴에는 급기야 마트 장바구니 모양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LA에 있는 슈퍼마켓 에러헌(Erewhon)과 협업으로 백을 선보이기에 이릅니다.
2025년 리조트 컬렉션에서도 슈 박스 외에 의류 가방을 본뜬 가방과 외투에 매듭을 달아 만든 가방까지, 트롱프뢰유를 향한 뎀나의 사랑은 식을 기미가 안 보입니다. 그러니 기대할 수밖에요. 가방 드는 방법에 따라 부자를 구별할 수 있다는 이야기 앞에서, 재미를 택하니까요.
- 포토
- GoRunway, Courtesy of 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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