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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힙해진, 빅 로고 벨트의 귀환

2024.06.10

은밀하게 힙해진, 빅 로고 벨트의 귀환

로고를 입는 가장 세련된 방법, 벨트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뉴욕으로 가족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가 하고 싶은 건 딱 두 가지뿐이었어요. 5번가에서 쇼핑을 하고, 루이 비통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었죠. 마침내 찾은 루이 비통 매장에서 저는 부모님께 하우스의 시그니처 모노그램 벨트를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금색 ‘LV’ 버클이 달린 그 벨트 말이에요. 화려한 로고 플레이가 대세였던 2000년대 후반 이야기입니다. 결국 부모님은 이른 졸업 선물로 그 벨트를 사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벨트의 행방은? 옷장 안에서 나오지 못한 지 수년째입니다. 먼지도 제법 쌓였더군요.

근 몇 시즌 동안 화려한 로고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올드 머니, 조용한 럭셔리, 미니멀 패션의 시대가 열리면서부터죠. 지금 가장 사랑받는 제품을 보면 모두 얌전하기 그지없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봐도 어떤 하우스의 제품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을 정도죠(제2의 버킨 백으로 불리는 더 로우의 마고 백을 떠올려보세요).

2016년 구찌의 GG 마몽 벨트는 멋쟁이들의 필수품이었습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업적 중 하나죠. 로고 벨트의 마지막 전성기이기도 했습니다. 너무 흔해진 탓일까요? 이후 로고 벨트의 인기는 시들해졌습니다. 영영 트렌드의 뒤안길로 사라지는가 싶었죠. 하지만 최근 셀럽들이 로고 벨트를 다시 소환하고 있더군요. 오랜만에 마주한 로고 벨트는 여전히 자기주장이 강했습니다. 온몸으로 “나를 좀 보세요!”라고 외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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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하디드는 구찌의 시그니처 GG 벨트를 두르고 문밖을 나섰습니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벨트지만 세련된 스커트 수트에 매치하니 오히려 적당한 포인트가 되어주었죠. 런웨이 룩을 멋스럽게 옮겨온 벨라 하디드의 소화력도 한몫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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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나 샤크는 얼마 전 뉴욕에서 에르메스의 H 벨트를 착용했습니다. 트로이 시반은 칸에서 프라다의 트라이앵글 로고가 박힌 벨트를 매고 나타났고요. 공통점은 모두 비교적 절제된 의상을 동원했다는 점입니다. 화려한 버클이 달린 벨트는 그런 룩을 더 재미있고 패셔너블하게 만들었고요.

2024년식 로고 벨트 스타일링도 이겁니다. 심플한 옷차림에 은은한 포인트로 활용하는 거요. 단, 다른 로고와 섞어서는 안 됩니다. 로고가 드러나는 건 오직 벨트뿐이어야 하죠. 최근 멧 갈라에 참석한 조 샐다나의 룩을 보세요. 끌로에라고 커다랗게 쓰인 벨트를 한 채 레드 카펫을 밟았지만 요란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은은한 컬러와 잔잔한 디자인의 드레스 덕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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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떨어져서 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벨트를 장만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큼직한 로고 벨트가 다음 전성기를 맞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죠. 앞서 말했듯 2024년 스타일은 예의 로고 마니아 시절과 다릅니다. 훨씬 더 전략적으로 진화했어요. 간결한 옷차림에 곁들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무리하지 않고 오래가는 방향을 선택한 거죠.

자, 이제 옷장을 열어 로고 벨트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 시간입니다. 10대 시절의 제가 다시 깨어난 듯한 기분이군요. 물론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활용할 거지만요.

Christian Allaire
사진
GoRunway, Getty Images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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