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자크뮈스의 오래된 여름 집

2024.07.22

자크뮈스의 오래된 여름 집

예술과 디자인에 진심인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가 영감을 듬뿍 받아 만든 새로운 오피스를 공개했다.

“정말 좋아하는 것은 패션보다 인테리어죠.” 자크뮈스는 넓고 깔끔하며 디자인이 돋보이는 오피스를 원했다. 옆으로 시몽의 지텐샤(Jitensha) 자전거와 2세기 로마 시대 대리석 조각상을 놓아둔 대기실이 보인다.
파리 몽소 공원 근처에 위치한 새 오피스. 자전거는 지텐샤(Jitensha).

2009년 브랜드 론칭 후,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Simon Porte Jacquemus)는 단순한 작품을 넘어 밝고 긍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고 있다. 탁월한 감각을 지닌 그는 자신의 고향 프로방스 느낌이 물씬 나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2019년 라벤더 들판부터 최근 쇼를 선보인 카프리섬 카사 말라파르테까지,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그의 세계관은 이제 몽소 공원 근처에 자리한 새로운 오피스에 담겨 있다. “패션보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더 많아요. 온종일 인테리어와 장식 예술을 찾아보는 걸 좋아합니다.” 건축은 OMA와 유니스페이스(Unispace)가 담당했지만, 인테리어만큼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마르크 뒤 플란티에(Marc du Plantier)의 청동 조명 아래, 프로방스 의자와 로마 시대의 디오니소스 대리석 흉상(2세기) 사이에 앉은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
책이 산처럼 쌓인 자크뮈스 오피스의 내부 전경.

7층 건물에는 스튜디오, 패션 관련 부서, 살롱, 쇼룸, 피팅 룸(대수롭지 않게 미로의 작품이 놓여 있다), 그리고 직원을 위한 신선한 샐러드와 주스, 말차 등이 제공되는 카페가 있다. 미래지향적인 분위기의 로비에는 직원 두 명이 타원형 캡슐 뒤에서 고객을 맞이한다. 디자이너를 만나려면 만다린나무 옆에 앉아 잠시 기다린 다음 아리스티드 마이욜(Aristide Maillol)의 수많은 조각상을 지나야만 그의 작업실에 도착할 수 있다. 꼭대기 층에선 빛과 고요함이 느껴진다. 돌로 만든 바닥에 저 멀리 세라핀 드 상리스(Séraphine de Senlis)가 그린 전원 풍경이 보인다. 프로방스풍 가구는 피에르 폴랑(Pierre Paulin)의 미시시피 소파를 비롯한 유명 작품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소파는 브랜드를 론칭할 때 처음 구매했던 것으로 애착품이나 다름없다. “이곳은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며 개인적인 미학의 진화를 반영합니다. 새 오피스의 가구는 모두 직접 골랐습니다. 특히 그 첫 소파는 거금을 들여 샀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죠.”

이 공간은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며 개인적인 미적 취향이 반영된 곳이죠. 주위에 있는 모든 작품은 제가 직접 고른 것입니다.” 아리스티드 마이욜의 조각상 ‘L’air’, 1938~1939.
아리스티드 마이욜의 청동 조각상 ‘팔을 늘어뜨린 포모나(Pomone aux Bras Tombants)’, 1937.

새로운 영감을 얻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편이다. 파리 갤러리를 돌아다니거나 비엔나를 여행하고, 프로앤티크(Proantic) 사이트나 중고 경매 사이트를 방문하는 이유다. 시간이 지나면서 취향은 정교해지고 안목도 높아졌다. “여기 돌, 트래버틴, 올리브나무가 뒤섞인 곡선에는 빌라 메디치에 있는 것 같은 발튀스(Balthus) 조명과 장 미셸 프랑크(Jean-Michel Frank)의 콘솔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가 나름대로 찾은 균형이다. 스타일에 대한 집착은 다채롭다. 예를 들면, 하얀 벽에 걸린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 사진이 시각을 깨워주는 것처럼 ‘우연’을 만들기도 하고,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로마 스튜디오 같은 공간도 좋아한다. 새로운 오피스에는 흉상, 오래된 소파, 그림뿐 아니라 피에르 가르뎅의 버블 팰리스나 위베르 드 지방시의 성도 찾아볼 수 있다. 세련돼서 좋아하는 것들이다. 이는 그가 작업할 때 자신의 비전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며, 예술은 항상 작업 과정의 일부라고 덧붙인다. “그것은 대화입니다. 저는 늘 제 스튜디오로 그림을 보냅니다. 프로방스에서 선보였던 라벤더 패션쇼 때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작품을 공유했죠.”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빈티지 테이블 위에 놓인 가방 컬렉션.
자크뮈스가 구상하고 OMA가 맞춤 제작한 테이블이 1층 카페에 놓여 있다.

지난해에는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를 기리기 위한 오브제 컬렉션을 만들며 라이프스타일 분야에 한발 다가섰다. 이 컬렉션에는 자크 드레이(Jacques Deray)의 영화 <수영장(La Piscine)>에 나오는 흰색과 노란색 줄무늬 의자 등이 포함되었다. 열아홉 살 때 처음 본 <경멸(Le Mépris)>은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고전으로 꼽으며 처음으로 미적 충격을 받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아직도 거기에 나온 몇몇 단어가 생각나요. 여자, 남자, 이탈리아··· 이런 강렬한 이미지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간에서도 잘 대접하고 싶은 욕구가 느껴진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큰 테이블에 낡은 식탁보를 깔고 제각기 다른 접시 위에 정원에서 따온 미나리아재비로 꽃다발을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바로 그의 시적 언어이자 그가 만들고자 했던 세계다. “오래된 여름 집에 있는 듯한 느낌, 그림 속에 있는 듯한 느낌, 바람에 살랑이는 천의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이게 바로 제가 추구하는 겁니다. 누군가는 이를 ‘남쪽’이라 부르죠.” (VK)

JADE SIMON
사진
BEA DE GIAC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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