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스포츠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대담한 탄생. 용기와 자유, 승리를 향한 아름다운 열망을 위하여!
‘샤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클래식이다.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해방이다.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몸의 자유로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으며, 편하지 않으면 럭셔리가 아니라고 믿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사람의 체형을 고려해 코르셋과 레이스, 프릴 대신 여성을 위한 세일러 톱과 와이드 팬츠를 만들었다. 이건 획기적인 몇 가지 아이템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패션과 여성의 몸에 대한 관계 자체를 변화시킨 쪽에 가까웠다. 샤넬은 프랑스 도빌에 첫 부티크를 오픈하며 그때까지 남성 속옷을 만드는 데 사용된 저지 소재로 스포츠웨어 라인을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트위드 소재의 슬림 스커트와 칼라가 없는 재킷, 그의 첫 번째 투피스 역시 남성복과 운동복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그뿐 아니라 스포츠웨어를 꾸뛰르로 변모시키며 현대 애슬레저의 기반을 마련한 것도 샤넬이다. 명백하게도, 가브리엘 샤넬은 스포츠를 사랑했다. 1921년에는 오뜨 꾸뛰르 하우스 내에 스포츠 아틀리에를 마련했을 정도다.
그러니까 샤넬에 스포츠란 역사이고 전통이다. 지난 6월 15일 샤넬이 모나코에서 새롭게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Haute Joaillerie Sport)’ 역시 샤넬의 이런 철학에서 시작됐다. 샤넬 최초의 스포티한 스타일을 기념하고 여성의 룩에 활동성을 부여하는 에너지를 기리기 위함이다. 모든 요소가 정확하게 어우러졌다. 스포츠를 소개하기 가장 적절한 시기인 2024년 여름에, 초창기부터 스포티한 매력을 지닌 럭셔리 하우스인 샤넬이,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운 나라 중 하나인 모나코에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다.
정말이지, 모나코는 빛났다. 굳이 김기창의 소설 <모나코>의 한 구절을 빌려 설명하자면, 이곳은 “신의 입김으로 빚은 햇살을 받으며 신의 피로 만든 물”을 마시는 나라다. 적어도 그런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기대 수명이 남녀 모두 90세로 가장 높은 이 나라는 ‘여유로움’이라는 단어를 지형으로 형상화한 것 같은 모양새다. 창문을 열면 산을 따라 구불구불 들어선 파스텔 톤의 건물과 집, 호텔의 미묘한 균형감과 끝없이 푸른 바다에 햇살이 ‘부서지는’ 환상적인 풍경, 그리고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새하얗고 커다란 요트가 줄지어 있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낮에는 휴대폰으로 풍경을 촬영하는 관광객과 함께 요트를 타거나 조깅을 하는 이들로, 밤이 되면 끝내주는 드레스를 입고 파티로 향하는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 찬다. 물론 하나같이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색을 가진 그들은 어딘지 생기가 돈다. 어째서 가브리엘 샤넬이 리비에라에 머무는 동안 종종 이곳을 방문했고 칼 라거펠트가 몬테카를로에 별장을 두고 휴가를 즐겼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에너지다.
샤넬의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모나코와 닮은 면이 있었다. 모나코의 진정한 매력은 딱 알맞은 기온과 햇볕 아래 태닝처럼 어느 하나 과하지 않다는 거다.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연스러우며, 활기찬 동시에 우아하고, 자유롭지만 진중함을 잃지 않는다. 샤넬이 지닌 고유의 색과도 같다. 샤넬의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패트리스 레게로(Patrice Leguéreau)는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제작하며, 샤넬의 스포티한 스타일, 즉 하우스에서 필수적으로 중시하는 부분인 라인의 우아함과 자유로운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샤넬 최초의 스타일을 담은 최초의 빛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컬렉션은 7개 챕터로 구성된다. ‘스웨터(Sweater)’ ‘그래픽 라인(Graphic Line)’ ‘샤넬 프린트(Chanel Print)’ ‘퀼티드 아이콘(Quilted Icons)’ ‘스포티 5(Sporty 5)’ ‘골드 슬라이더(Gold Slider)’ 그리고 ‘콜렉터(Collector)’다. 각 챕터를 면밀히 살펴보면, 그 이름의 이유가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하나같이 스포티하다. 컬러 라인으로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으며, 곳곳에 퀼팅과 넘버 5, 사자 문양 같은 샤넬의 상징이 스포츠 의류 그리고 장비의 요소와 결합되어 기발하게 녹아 있다. 숫자 5는 디지털 시계의 타이포그래피처럼 사자는 일종의 문장, 별은 승리의 상징으로 컬렉션 곳곳에 등장한다. ‘그래픽 라인’에서는 샤넬 클래식 백의 셰브런 모티브를 발견할 수 있는데, 깔끔하고 매끄러운 실루엣으로 점차 부피가 줄어드는 형태다. 그 자체로 리듬과 스피드가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스포티 5’에서는 매듭지은 로프처럼 변형된 숫자 5를 목걸이와 귀고리에 스냅 훅으로 적용했고 ‘퀼티드 아이콘’에서는 퀼팅 모티브를 골드와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으로 유려하게 표현했다. 특히 퀼팅 모티브는 고기능성 오픈워크 패브릭 스타일로 재해석해 유연한 메시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가장 인상적인 건 ‘스웨터’ 챕터를 비롯해 다른 챕터에서도 군데군데 찾아볼 수 있는 드로스트링이었다. 후디나 운동화를 조이는 끈 말이다. 상당수의 목걸이와 귀고리가 후디의 끈처럼 보이는데, 사실 이건 정교하게 제작된 하이테크 알루미늄 튜브 체인이다. 최고의 기술과 재료로 만든 드로스트링 모양을 한 하이 주얼리라니, 놀랍도록 대담하고 쿨한 선택이다.
각각의 주얼리도 무척 아름답고 독특하지만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컬렉션 전반에 흐르는 뚜렷한 정체성과 컨셉이다. 샤넬의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컬렉션은 ‘스포츠처럼 보이는 것’ 혹은 ‘스포티한 분위기를 내는 것’ 이상을 보여준다. 시작과 접근부터 스포츠였다. 전체적으로 정제된 유선형 라인을 지닌 것도 스포츠웨어를 만드는 방식과 동일하게 몸의 해부학적 구조에 가깝게 움직이는 주얼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샤넬로서도 완전히 새로운 시도 역시 눈에 띈다. 최초로 샤넬의 상징을 그대로 노출해, 즉 오픈워크 각인 형태로 도입했다. ‘골드 슬라이더’ 챕터의 링이나 ‘스포티 5’의 목걸이처럼 변형 가능한 모듈 컨셉으로 가벼운 착용감과 자유로운 앙상블을 선보인 점도 꽤 스포티한 접근 방식이다. 이는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중요하게 여긴 가브리엘 샤넬의 고집과도 이어지는 부분이다.
기술적으로 이번 컬렉션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귀금속과 하이테크 소재의 결합일 것이다. 견고한 초경량 알루미늄에 새로운 컬러를 입히고, 깃털처럼 가벼운 탄소섬유로 스포츠 커프를 제작했으며, 원석 컬러에 더욱 완벽하게 매치되는 톤의 래커를 통해 컬러 팔레트를 확장했다. 하이테크 소재와 래커의 광범위한 사용 등은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 보기 드문 시도다. 하지만 용기와 도전이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이라는 걸 헤어려보면, 샤넬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컬렉션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보다.
그리고 이 모든 시도와 접근이 다채로운 스톤에 담겼다. 원석이 지닌 색깔의 선명하고 강렬한 광채를 고스란히 살려 그야말로 현대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검정, 빨강과 노랑, 파랑 등 원색이 가진 고유한 색깔이 그 자체로 당당하게, 하지만 어딘지 절제된, 결코 과시하지 않는 모습으로 빛나고 있었다. 샤넬 워치 앤 파인 주얼리의 국제 제품 마케팅 디렉터 마리안 에체바른(Marianne Etchebarne)은 미국 <보그> 인터뷰에서 이번 컬렉션의 원석을 고르고 사용한 기준을 이렇게 설명했다. “패트리스 레게로가 원한 건 선명하고, 독특하며, 자신감 넘치는 색이었습니다. 그 자체로 충분했기 때문에 한 작품에 두세 가지 이상의 컬러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사파이어, 루비, 스피넬, 가닛, 옐로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오닉스 등이 놀랄 정도의 높은 채도로 미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대체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하이라이트 피스는 ‘그래픽 라인’의 목걸이다. 18K 화이트 골드와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루비, 오닉스를 휘몰아치는 바람 혹은 물결 모양으로 구성했고, 그 정점에는 10.15캐럿의 깊고 새파란 카슈미르산 사파이어가 자리한 마스터피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하고 푸른 보석으로 잘 알려진 카슈미르 지역의 사파이어만으로도 충분히 환상적이지만, 대비를 살리도록 적절하게 배합한 컬러와 담담하게 보석의 아름다움을 더 빛나게 하는 블랙 래커 역시 무척 돋보였다.
도전과 용기, 승리를 향한 열망과 열정이 스포츠 정신이라면, 패션에서의 스포티한 스타일은 입었을 때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어떤 감성이다. 이건 초창기부터 지켜온 샤넬의 정신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샤넬의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컬렉션 속에는 샤넬의 유산이, 다양한 의미의 스포츠가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창작의 자유가 대담하게 빛나는 표현으로, 뛰어난 품질의 귀한 보석을 완성도 높은 기술로 하나로 엮었다. 이번 컬렉션을 철학과 접근, 과정과 구현까지 완벽한 구조를 이루는 한 편의 스포츠 드라마로 비유해도 좋을 것이다. 패션을 포함해 전 세계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2024년 여름의 경기, 결과는 예상된다. 샤넬의 승리다. (VK)
- 사진
- GETTYIMAGESKOREA, COURTESY OF CHANEL HIGH JEWELRY
- SPONSORED BY
- CHANEL HIGH JEWEL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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