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낯선, 타사키의 진주
낯설고도 아름다운 진주의 새 시대, 새 출발.
검은 배경에 터번을 두른 소녀가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도톰한 스웨터를 입은 소녀는 새하얗고 말간 빛을 띠는 동그란 진주 귀고리를 했다. 네덜란드 화가 얀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 귀고리 소녀’는 단 두 문장만으로도 번뜩 떠오를 만큼 모두에게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이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명확하다. 단순하면서도 조화로운 구성, 신비한 분위기, 캔버스의 중앙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진주 귀고리. 화려하지 않아도 눈길을 끄는 진주의 시대 초월적 매력이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진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 길다. 다른 보석과 달리 생명체가 빚어낸 동그란 형태에 은은한 우윳빛을 띠는 이 보석은 특별히 가공하지 않아도 우아한 광택을 뿜어낸다. 그로 인해 진주는 장수와 건강, 고귀함을 상징하며 오랜 기간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고전적이기만 한 진주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타사키가 진주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다.
“진주는 시대와 세대를 넘어 모든 여성이 사랑하는 보석입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클래식한 이미지가 강했어요. 이제 동시대적 해석이 필요합니다. 모든 여성이 언제 어디서나 착용할 수 있는 진주 주얼리의 시대가 왔어요.” 2009년부터 타사키와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 디자이너 타쿤 파니치갈(Thakoon Panichgul)은 타사키의 혁신을 이끈 일등 공신이다. 그가 2010년 완성한 ‘밸런스’ 컬렉션은 진주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지키면서 모던함을 더한 디자인으로 타사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1954년 진주 양식업에서 비롯한 타사키의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Floating Shell>이 도쿄에서 열렸다. 전시는 진주를 형상화한 모션 그래픽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공간을 시작으로 타사키의 ‘밸런스’ 컬렉션과 ‘데인저’ 컬렉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이어졌다. “타사키는 도전적인 협업으로 전통 주얼리의 외연을 과감하게 넘어서고 있습니다. 70주년 컬렉션은 아식스(Asics), 아이반(Eyevan)과 협업해 스니커즈와 선글라스, 이어폰을 출시하며 주얼리가 지닌 한계를 뛰어넘었죠.” 타쿤 파니치갈은 타사키의 70주년 컬렉션에 참여하며 다시 한번 브랜드의 저력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1,000개 이상의 진주를 엮어 만든 스니커즈 3종부터 렌즈와 브리지, 테두리 등에 진주를 전방위적으로 활용한 아이웨어 8종, 귀고리처럼 착용하기에 손색없는 유선 이어폰 2종까지 진주의 무한한 변화를 보여준다. 도쿄에서 시작한 70주년 기념 전시 <Floating Shell>은 상하이와 오사카, 타이베이를 거쳐 서울, 파리, 런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로 향하며 타사키가 맞이할 새 시대를 정의한다. (VK)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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