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위한 추천 도서 3
폭염이 기승인 올여름, ‘집콕’하며 아늑한 독서 타임을 갖는 것이 가장 현명한 휴가일지도 모릅니다. 그 시간을 위해 시, 소설, 산문까지, 장르별 추천 신간을 한 권씩 꼽았습니다.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이승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가 문학동네시인선 217번째 에디션으로 출간되었습니다. 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승희 시인은 첫 시집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에서 자신의 삶을 기반으로 하는 슬픔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두 번째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에서는 맨드라미로 대표되는 식물의 이미지와 일상의 풍경을 통해 슬픔에 대한 더욱 깊어진 고찰을 보여주었는데요. 전봉건문학상을 수상한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여름과 식물, 슬픔이 한자리에 모여드는 바로 그 순간의 감정을 차분하고 깊은 언어로 담아냅니다.
작약이 이렇게나 피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잘 찾아올 수 있을 것인데
물은 고요하고
대문 앞 가로등이
작약의 낯을 보고 있다
오래 만지고 있다
물속을 날아가는 나비 한 마리 같았다 – ‘헤어진 후’ 중
<사랑과 결함>
202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데뷔 3년 만에 이효석문학상, 문지문학상, 황금드래곤문학상을 석권하며 한국문학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한 예소연의 첫 소설집. 애써 무언가를 증명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을 발표하며 동시대의 감수성을 증언해온 작가의 소설집에는 2023년 문지문학상 수상작 ‘사랑과 결함’, 문학과지성사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 ‘우리는 계절마다’, ‘그 개와 혁명’을 비롯해 총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었습니다.
“싫은데 왜 만나?”
“싫은 게 아니야.”
“귀찮았잖아. 괜찮아. 나도 귀찮았어, 평생.”
“외로워하시는 것 같아서 그랬어.”
“네가 평생 그 외로움을 책임질 수는 없잖아.”
“평생 외로움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 그 사람을 보살필 수 있니?” – ‘사랑과 결함’ 중
<무정형의 삶>
<무정형의 삶>은 광고대행사 TBWA의 막내 카피라이터로 입사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거쳐온 김민철 작가가 2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파리에 두 달간 머물면서 써 내려간 산문집입니다.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인 행복을 찾아 떠난 파리에서 작가는 ‘무정형의 시간’을 보내며 자기 앞에 놓인 새로운 생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나갑니다. 속도와 효율에 감각이 거세된 일상을 지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원하는 모양의 삶을 그려보세요.
생마르탱 운하에 앉아 맥주 한 캔씩을 마시며 젊은이들 틈에 끼어본다. 시간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얼마나 가차 없이 굴었는지 우리는 아니까, 애써 더 느긋해진다. 허락되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을, 허락되지 않을 것 같았던 모양으로 살아버린다. 몽마르트르 언덕을 코앞에 두고도 언덕에 오르는 대신 밥을 먹으며 여유롭게 수다를 떤다. 다시 핫핑크 원피스를 꺼내 입고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도 다녀오고,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가서 고흐가 마지막으로 머문 방을 보고, 고흐의 밀밭과 고흐의 무덤에도 방문한다. 우아즈 강에서 짧게 피크닉도 한다. 뭘 하든 둘이서는 다 처음이었다. 처음이 벚꽃잎처럼 소복이 쌓인다. – ‘No. 20’ 중
- 사진
- 문학동네,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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