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뎀 모랄리오글루가 꼽은 최고의 패션쇼
누구나 좋아하는 패션쇼가 있습니다. <보그> 사무실에선 늘 패션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의상과 무대, 특별한 퍼포먼스 또는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패션쇼는 가장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잊을 수 없는 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질문에 가장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패션 디자이너’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시즌마다 8분 정도(톰 브라운의 경우 45분) 길이의 쇼를 선보이기 위해 의상부터 컨셉까지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들 말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패션쇼’와 ‘최고로 꼽은 다른 디자이너의 쇼’는 어떤 것인지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찻잎 점을 보기 위해 컵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들의 대답은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며 ‘아, 이건 정말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할 것입니다. 알렉산더 맥퀸, 헬무트 랭 등 이 목록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디자이너가 몇 있긴 하지만, 특정 컬렉션이 두 번 이상 언급된 디자이너는 세 명에 불과합니다. 마크 제이콥스를 시작으로 사바토 데 사르노, 시몬 로샤, 피터 뮐리에, 안나 수이, 이자벨 마랑, 톰 브라운 등 현재 활약하고 있는 이 시대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패션쇼를 만나보세요.
에르뎀 모랄리오글루, 에르뎀
당신이 참여한 컬렉션 중 가장 기억나는 쇼는 어떤 것인가요?
비비안 웨스트우드 레드 라벨의 2000 S/S 컬렉션. 당시 인턴으로 근무하던 저는 비비안과 안드레아스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는 것을 넋 놓고 지켜봤죠. 에르뎀을 론칭한 뒤 선보인 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5 S/S 컬렉션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식물학자, 메리앤 노스(Mariane North)에게 영감받은 컬렉션이었죠. 런던의 한 창고를 정글과 비슷한 온실로 개조했습니다. 쇼의 시작을 알리는 모델이 등장하자마자, 온실 안의 습기와 온도가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죠.
다른 디자이너의 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쇼를 꼽는다면요?
2개의 쇼를 꼽고 싶군요. 첫 번째는 장 폴 고티에의 1995 S/S 컬렉션입니다. 세기말을 뜻하는 ‘팽 드 시에클(Fin de Siècle)’이라는 제목의 쇼였죠. 어딘가 뒤틀린 듯하면서도 아름다운 컬렉션이었습니다. 영화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연상시키기도 했고요. 마돈나가 유모차를 끌고 등장하며 컬렉션의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두 번째는 웨딩을 주제로 한 요지 야마모토의 1999 S/S 컬렉션입니다. 시적이면서도 현명했죠.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할 수 있는 드레스들이 등장했습니다. 모델들은 런웨이를 걸으며 옷을 한 겹씩 벗거나, 드레스 밑에 겹쳐 입은 아이템들을 드러냈죠. 무척 아름답고 비현실적인 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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