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 야마모토는 52년 내내 현재 진행형
1981년,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의 ‘파리 상륙’은 패션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완벽한 것은 추하다”고 말한 그는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낯선 옷을 선보였고, 고상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옷 역시 아름다울 수 있음을 증명했다. 지금의 파리 패션 위크가 아시아 출신 디자이너 이름으로 가득한 것 역시 요지 야마모토 같은 선구자 덕이다.
첫 브랜드 ‘Y’s’를 론칭한 지 52년이 지났지만, 요지 야마모토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지금도 담배를 물고 살며, 1년에 네 번 쇼를 선보인다. 파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나 지금이나 패션에 대한 그의 접근법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미 존재하는 것을 파괴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일 말이다.
‘안티 패션의 아이콘’ ‘해체주의의 대가’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요지 야마모토가 지난 9월 7일 한국 최초의 팝업을 오픈했다. 2024 F/W 시즌 여성 및 남성 컬렉션과 사진전 <Tale of Unexpected>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올 블랙’으로 차려입은 사람들로 가득한 팝업 현장에서 <보그>가 최근 요지 야마모토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사진가 타케이(Takay)를 만났다. 긴 머리를 뒤로 묶고, 체형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헐렁한 검은 티셔츠와 팬츠를 입고 있던 그는 요지 야마모토의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보그 코리아>와는 첫 만남이다. 오디언스를 위해 자신을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타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포토그래퍼다. 고향인 오사카에서 처음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영국의 패션 매거진을 동경해왔기에 1990년대 말 무작정 런던으로 향했다. 2년간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친 뒤 운 좋게도 스물네 살에 첫 화보를 촬영했다.
이번 팝업 현장에서는 요지 야마모토의 2024 F/W 컬렉션은 물론 당신이 포토그래퍼로 나선 <Tale of Unexpected> 사진전까지 감상할 수 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계속 요지 야마모토의 남성복 캠페인 촬영을 담당했다. <Tale of Unexpected>는 요지 야마모토의 2024 F/W 남성 컬렉션 룩을 표현한 캠페인이다. 이전에는 모든 촬영을 도쿄에서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다양한 모델을 캐스팅하기 위해 파리에 자리한 요지의 아틀리에에서 촬영했다. 요지 야마모토 쇼에는 늘 개성 강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모델들이 등장하지 않나. 그런 부분을 캠페인에도 반영하고 싶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하나만 꼽는다면?
모든 사진이 다 특별하지만, 딱 하나만 꼽자면 빨갛게 얼룩진 흰 셔츠를 입은 여자 모델 사진이다. 그 모델의 본업은 댄서인데, 사진 속 그녀는 더없이 ‘남성적’이면서도 강인해 보인다.
요지와는 언제, 어떻게 관계가 시작되었나?
처음으로 함께한 것은 2020년이다. 팬데믹이 한창이어서, 당시 요지 야마모토는 파리가 아닌 도쿄에서 디지털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쇼의 영상과 전체적인 디렉팅을 맡으며 모든 것이 시작됐다.
그 후로도 요지 야마모토와 쭉 함께 일해오고 있다. 그가 전적으로 신뢰하는 유일한 아티스트이기도 한데.
내 쇼 영상을 요지가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이후 파리에서 진행된 피지컬 쇼 연출 역시 내게 맡겼으니까. 그가 나를 신뢰하는 이유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처음 함께 작업하며 영상을 촬영하고 있을 때, 요지가 뒤에 앉아 모든 것을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함께 쇼를 연출하거나 화보를 촬영할 때 요지가 종종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던지는지도 궁금하다.
요지는 늘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다. 쇼를 열기 몇 달 전, 함께 회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가 어떤 쇼를 구상하고 있는지 먼저 물어본 뒤, 내가 그에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그럼 요지는 “이건 무드와 맞지 않는 것 같아” 혹은 “이건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라며 피드백을 주는 식이다. 요지는 쇼 음악, 헤어와 메이크업은 물론 모델들의 움직임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지시를 내리는 디자이너다. 내 역할은 그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물론 쇼 직전에 마음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배경 커튼 색깔을 전부 블랙으로 바꾼 적도 있다.
요지 야마모토를 상징하는 컬러는 블랙이다. 타케이를 대표하는 단어 역시 흑백사진이다. 흑백사진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진을 처음 배우고,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흑백사진을 사랑했다. 피사체에 모든 시선이 쏠리고, 그 대상이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컬러사진도 물론 좋아하지만, 때론 컬러가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특히 요지의 옷을 촬영할 때는 오직 소재와 실루엣에만 눈길이 가도록 하고 싶기 때문에 대부분 흑백사진을 선택하는 것 같다.
카메라를 쥐고 있을 때 꼭 지키려고 하는 원칙이 있나?
가식적인 사진을 촬영하고 싶지는 않다. 샤프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작업물을 남기고 싶다.
화보뿐 아니라 쇼 연출, 백스테이지 사진 촬영 역시 담당한다. 쇼 현장에서 생긴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 공유한다면?
아무래도 급박하게 무언가를 바꿔야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도쿄에서 쇼를 선보였을 때, 모든 벽면을 거대한 흰 커튼으로 가린 적이 있다. 쇼 시작을 앞두고 요지가 쇼장을 둘러보더니 커튼 색깔이 너무 밝은 것 같다며 검은색으로 바꾸자고 말했다. 돌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검은 커튼을 준비해놓은 터라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웃음)
요지 야마모토가 첫 브랜드 Y’s를 론칭한 것이 1972년이다. 52년이 넘도록 브랜드를 이어오는 그에게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같은 아티스트로서 당신이 설명하는 요지 야마모토는 어떤 디자이너인가?
포토그래퍼인 내가 그를 평가해도 될지 모르겠다.(웃음) 패션계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부터 요지를 동경해왔다. 내가 보는 요지 야마모토는 우아하면서도 대담하다. 강렬하고 또 세심하다.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나는 요지 야마모토 같은 디자이너를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2020년에는 요지 야마모토의 포토 북 촬영을 담당했다. 그리고 <Fluence: The Continuance of Yohji Yamamoto>라는 책 제목처럼 요지 야마모토의 디자인은 50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그가 패션계에 남긴 가장 대단한 유산은 무엇일까?
이미 존재하는 것을 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사물을 창조해내는 행위의 아름다움을 모두에게 알린 것.
요지 야마모토의 팝업 겸 전시는 9월 22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64길 3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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