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S 밀라노 패션 위크 DAY 5
과거로 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면 언제로 돌아갈 건가요? 뉴욕은 희망을 이야기하며 정체성을 곱씹었고, 런던은 역사가 짧은 만큼 잠시 멈춰 서서 방향키를 잠시 돌려보았습니다. 밀라노는 역사가 깊은 만큼 브랜드의 호시절로 돌아가는 경우가 눈에 띄었습니다. 밀라노 패션 위크 5일 차는 호시절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디젤을 제외하고는 모두 과거를 회상하는 데 힘을 쏟았죠. 파리로 떠나기 전, 스크롤을 내려 자신의 호시절을 떠올려보세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도메니코 돌체는 “지금 패션은 너무 진지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백금색 가발, 핀업 드레스, 딱딱한 컵 브라로 마릴린 먼로, 모니카 비티(Monica Vitti),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를 표현했죠. 30년 전 이들의 룩을 부활시킨 마돈나가 관객석에 있었던 것도 큰 의미였습니다. 콘 브라는 장 폴 고티에가 디자인했지만, 1993년 마돈나의 앨범 <에로티카(Erotica)>를 지원하기 위해 걸리 쇼 투어 의상을 디자인한 것은 돌체앤가바나였습니다.
런웨이에서 브래지어는 클래식한 트렌치 코트 위로 빼꼼 고개를 들거나, 신축성 있는 칵테일 드레스부터 사토리얼 재킷까지 다양한 룩에 접목되었습니다. 이렇게 도발적인 총알 브라를 제외하고 연한 핑크색 긴소매에 웃고 있는 젊은 마릴린 먼로의 사진이 영감을 주었습니다. 수수한 베이비 블루와 핑크 컬러 드레스, 긴소매 시스루 룩, 싱그러운 꽃무늬 드레스까지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습니다. 쇼가 끝난 후 마돈나는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것을 원해요.”
페라가모(@ferragamo)
페라가모는 춤을 이야기했습니다. 무드보드에는 1950년대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미국의 무용수이자 안무가 캐서린 던햄(Katherine Dunham)을 위해 만든 신발이 등장합니다. 막시밀리언 데이비스(Maximilian Davis)는 캐서린과 많은 부분이 연결됨을 느꼈다고 밝혔죠. 여기에 페라가모 신을 신고 춤을 춘 것으로 알려진 누레예프(Nureyev)의 이미지, 무용수 한스 판 마넨(Hans van Manen)을 찍은 메이플소프(Mapplethorpe)의 발레 사진도 더해졌습니다. 반전은 예술가 피에로 만초니의 캔버스를 참고한 것이었어요. 데이비스는 만초니의 질감에 끌렸다고 이야기했죠.
쇼는 무용가와 예술가의 집합소였습니다. 엉덩이 아래 벨트가 달린 루스한 트렌치 코트, 필드 재킷, 메탈 스파이크 나일론 소재의 섹션 스커트까지 만초니 특유의 바삭바삭한 질감을 냈으며, 누레예프가 그토록 강력하게 발산했던 1980년대 발레단의 큰 존재감을 멋진 부치 오버사이즈의 블랙 가죽 피코트로 강조했습니다. 클래식 발레를 떠올리게 하는 레깅스, 리본 장식 등도 눈에 띄었습니다. 여기에 낙하산을 연상시키는 드레스는 입는 사람의 신체를 가리는 형태로 제작되었으며, 스트라이프 니트 드레스 밑단에 프린지를 달아 줄무늬와 연결성을 띠도록 한 룩은 오히려 신체를 강조했습니다. 옷은 절대적으로 움직임과 관련이 있으며, 소재의 특징은 움직임의 정도로 연결됩니다.
디젤(@diesel)
디젤은 데님 자체였습니다. 쇼장 바닥에 데님 자투리들이 바다처럼 펼쳐졌는데, 재생 또는 재활용 면을 3~57%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전환했음을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마틴스는 쇼 전 인터뷰에서 이번 컬렉션 룩의 약 80%에만 데님을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처음 등장한 디스트로이드 핫팬츠, 스파게티 스트랩 원피스, 스커트, 데님을 가로로 느슨하게 짜서 만든 스커트 등에서 뚜렷하게 드러났죠. 그다음부터는 테일러드 피스와 드레스, 프린트 데님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외관을 완성한 룩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재활용 데님을 사용하든 아니든 입는 이들이 눈치도 채지 못할 만큼 고급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우터와 드레스, 칼라와 네크라인에 커다란 프린지 장식이 달린 룩에선 데님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덩굴손 혹은 막 분쇄기에서 나온 기다란 종이 가닥처럼 보이는 프린지는 만지고 싶은 욕망이 솟구치게 했습니다. 마지막은 인디고 데님 소재의 수도사 가운, 빈티지 디젤 스카프를 프린트한 타이와 랩 저지 의상이 장식했고요. 마틴스는 “지난 몇 시즌 동안 다양한 시도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쇼가 모든 사람들에게 데님을 상기시키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목표를 확실히 달성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matthieu_blazy)
마티유 블라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 옷을 입었을 때, 패션에 대한 첫 경험을 떠올렸어요”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무언가를 시도하며 느끼는 경이로움이 그를 사로잡았죠. 비대칭 랩 스커트에 큰 재킷을 걸치거나, 트렁크 바닥이 구겨진 것처럼 주름이 잡힌 검은색 탱크 드레스, 카키색 및 네이비 셔츠 드레스 같은 옷이 등장한 이유입니다. 동물 의자는 영화 <이티>에서 엘리어트의 엄마가 옷장을 열다가 인형들 사이에 숨어 있는 외계인을 그리워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블라지는 설명했습니다. 이는 신발 뒤꿈치에 달라붙은 개구리나 가죽 코트의 토끼 모양 옷깃, 거대한 물고기가 프린트된 스카프 상의 등에 그대로 이어졌죠. 블라지의 향수는 모두를 매혹시켰습니다. 어린 시절, 처음 패션에 빠져들었던 그 순간의 느낌은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으니까요.
#2025 S/S MILAN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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