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컬렉션에서 포착한 결정적 백 4
샤넬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 도빌. 버지니 비아르는 샤넬 2024-25 가을/겨울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통해 “가브리엘 샤넬의 운명을 바꾼 도빌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를 도빌로 이끄는 런웨이 행렬에 맞춰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가방을 채집했어요. 컬렉션의 결정적 키워드를 내포한 네 가지 백,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1 도빌의 아름다운 하늘을 캔버스로
샤넬 2024-25 가을/겨울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해석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키워드는 프랑스 칼바도스의 도시, 도빌(Deauville)입니다. 도빌은 노르망디에 자리한 덕분에 근사한 해안 경치를 자랑하는데요. 노르망디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해변가를 화단으로 장식한 덕분에 ‘꽃으로 수놓은 해변’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또 인상주의 미술의 선구자인 외젠 루이 부댕 역시 도빌의 풍경에 매료돼 이를 캔버스에 옮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도빌의 산책로를 재현했어요.” 버지니 비아르는 이를 온전하고 충실하게 구현하기 위해 파리의 그랑 팔레 에페메르(Grand Palais Éphémère)를 나무 데크와 해변가 풍경을 담은 거대한 스크린으로 꾸몄습니다. 어스름한 새벽부터 저물녘까지, 디지털로 투영된 도빌의 하늘 아래 모델들은 산책로 ‘플랑쉬(Les Planches)’를 거닐기 시작하죠. 그리고 이들의 손과 어깨엔 도빌의 변화무쌍한 하늘빛으로 곱게 물든 가방이 함께합니다.
영국해협의 푸른 바다와 맞닿은 하늘은 지루할 새 없이 그 색과 모습을 달리합니다. 찬란한 노을을 머금은 하늘 풍경은 셔벗 오렌지, 페일 핑크, 더스티 라일락, 모브, 베이지 컬러의 샤넬 백으로 이어지죠. 노르망디 해변을 캔버스에 풀어낸 인상주의 화가의 컬러 팔레트 같지 않나요? 도빌이 선사하는 온화하고 낭만적인 하늘빛을 가방의 색감으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램스킨 & 골드 메탈 플랩 백의 베이지와 골드 조합은 겨울 바다에서 조우한 포근하고 부드러운 색채를 떠올립니다. 샤넬을 상징하는 컬러 중 하나인 베이지를 키 컬러로 활용했으며 시그니처인 퀼팅 패턴, 골드 체인 스트랩이 우아함을 배가하죠. 샤넬 로고로 장식된 턴록 클로저도 특유의 클래식함을 덧칠하는 요소! 와이드한 핏의 피 코트, 청키한 세일러 스웨터와 함께 매치하면 완벽한 F/W 룩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2 샤넬의 모든 것이 시작된 ‘이곳’
버지니 비아르가 컬렉션을 위해 도빌로 향한 것은 단순히 이곳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1912년 가브리엘 샤넬이 도빌에 모자 매장을 열었고 뒤이어 첫 번째 샤넬 부티크를 선보였습니다.” 당시 선구적인 스타일로 혁명을 일으켰다고 덧붙인 버지니 비아르는 가브리엘 샤넬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 도빌이라고 말합니다. 일례로 1913년엔 남성용 언더웨어로 사용하던 저지를 주 소재로 활용한 스포츠웨어 컬렉션을 론칭하며 여성 스스로가 지니고 있던 신체에 대한 관념을 완전히 전복시키죠.
샤넬이 20세기 여성들에게 ‘자유’를 선물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를 클래식 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한 사각 셰이프, 탄탄한 퀼팅 패턴, 두 손을 해방시켜준 스트랩 덕분에 샤넬 백은 실리적이고 우아하며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죠. 블랙 컬러 역시 상복에만 사용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여성 패션으로 끌어들인 것도 가브리엘 샤넬입니다.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 기능과 효율성을 중시한 샤넬의 패션 철학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유효해요.
앞서 언급한 이 모든 요소를 반영한 가방이 바로 샤이니 크럼플드 카프스킨 & 골드 메탈 플랩 백입니다. 이름처럼 은은하면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자태로 눈길을 끄는 가방인데요. 가장 인상적인 포인트는 바로 크기입니다. 겨울 바캉스를 떠날 때 들 법한 큰 사이즈가 특징으로, 빅 백 특유의 명료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녔어요. 클래식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넉넉한 수납공간을 더한 백이기에 샤넬이 추구한 우아함과 실용성을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3 1920년과 1970년대의 교차점에서
버지니 비아르는 샤넬의 시작점인 도빌을 탐구하면서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그가 향유한 시간 역시 세심하게 고려했습니다. 모자에서 시작해 패션과 뷰티까지 도전적으로 영역을 확장했던 1920년대가 바로 그것이죠. 이를 바탕으로 런웨이에선 세일러 칼라가 특징인 1920년대 스타일의 블라우스, 샤넬 라인(1920년대 발표한 무릎 아래 5~10cm 내려오는 길이)의 스커트, 챙이 뒤집힐 정도로 거대한 모자(도빌에서 모자로 브랜드를 시작한 샤넬)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시대적인 키워드는 1970년대. 버지니 비아르는 가브리엘 샤넬의 1920년대를 소환하는 동시에 칼 라거펠트 시절의 1970년대 복고풍 스타일을 가미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글램 록의 대부이자 1970년대 패션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 스타일의 퀼로트와 스웨이드 플랫폼 부츠의 매치, 매끈한 가죽 점프수트, 맥시 실루엣의 보호 스타일 드레스 등, 버지니 비아르는 이를 ‘1970년대와 1920년대의 교차점’이라 명명합니다.
유광 그레인드 카프스킨 & 골드 메탈 플랩 백은 퀼팅 패턴이 없어 오히려 유니크한 인상을 남깁니다. 플레인 레더와 체인 스트랩에 달린 코인 장식으로 빈티지한 무드까지 느껴지죠. 런웨이에서 이 가방이 매치된 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가브리엘 샤넬의 우아함이 깃든 화이트 드레스에 블랙 와이드 브림 햇으로 마무리한 룩과 글램 록 무드를 담아 화려하게 반짝이는 골드 라메 스커트 수트는 각각 1920년대와 1970년대를 대표하는 스타일로, 두 룩의 교집합이 바로 이 가방이죠. 퀼팅이라는 기존 문법을 따르지 않아 더 특별한 이 백은 이번 컬렉션에서 1920년대와 1970년대를 잇는 교차점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4 도빌의 산책로 ‘플랑쉬’를 거닐며
도빌이 가브리엘 샤넬은 물론 파리지앵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휴양도시의 미덕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9월에 개최되는 ‘도빌 아메리칸 영화제’ 같은 필름 페스티벌부터 고풍스러운 카지노 ‘바리에르 드 도빌’과 경마장, 이번 시즌 버지니 비아르에게 영감이 되어준 영화 <남과 여>의 배경인 휴양 건축물 ‘빌라 스트라스뷔르제’에 이르기까지, 바캉스 시즌이면 파리 사교계 인사들이 모두 도빌로 향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죠.
“도빌의 모든 것은 우아함과 관련이 있습니다”. 버지니 비아르가 주목한 도빌의 매력은 산책로 플랑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도빌은 아담한 바닷가 마을이라 여유롭고 느긋한 마음으로 산책하기 좋은데요. 천천히 거니는 동안 활기차고 낙관적인 분위기의 관광지와 노르망디 전통 양식으로 지어 한 편의 동화 같은 주택가를 오가며 도빌의 진면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버지니 비아르가 왜 플랑쉬를 선택했는지 이해가 가는 지점이죠.
샤이니 크럼플드 램스킨 & 골드톤 메탈 베니티 케이스는 도빌의 생기 넘치고 활동적인 인상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옐로 컬러는 물론 베니티 케이스 특유의 캐주얼한 무드가 바로 그것이죠. 화장품과 도구를 담기 쉽게 만든 일체형 박스 셰이프, 핸들이 달린 디자인에선 베니티 케이스만의 개성이 느껴집니다. 반전 매력을 숨긴 것처럼 앙증맞고 귀여운 비주얼과 달리 포켓과 지퍼, 슬롯 같은 디테일 덕분에 높은 수납력을 자랑하죠. 덕분에 일상은 물론 여행지에서 그 진가를 체감할 수 있는 가방이기도 합니다.
런웨이 룩에서 영감을 얻어 베니티 케이스를 아름다운 시폰 이브닝 드레스 혹은 단아한 트위드 스커트에 매치해보세요. 그리고 가브리엘 샤넬의 운명이 시작된 전설적인 장소 도빌을 떠올려보세요. 내면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영화제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경마장과 카지노, 오렌지빛으로 부서지는 노을을 머금은 노르망디 바닷가… 도빌의 그 어디라도 좋습니다. 가볍고 알찬, 그래서 기특한 베니티 케이스와 함께하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할 테니까요.
- 포토
- GoRunway,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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