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폴리 아 되’, 누구의 영웅도 아닌 조커
*영화 <조커: 폴리 아 되>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조커>(2019)는 호불호가 갈린 작품이었다. 조커의 기원에 대한 과감한 상상력과 이를 구현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에너지는 높게 평가받은 한편, 범죄자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사연으로 모방 범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커>가 조커를 혼돈의 화신으로만 그렸다면 그런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웠을 것이다. 애초에 조커의 기원에 대해서는 그가 창조된 DC 코믹스의 세계관에서도 명확히 규정한 게 없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이렇게 기억하고, 다른 때는 저렇게 기억하지… 나에게 과거가 있다고 한다면, 다지선다로 하는 게 좋겠어!” DC 코믹스 <배트맨: 킬링 조크>(1988)에 나온 이 대사는 그래서 조커의 과거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처럼 회자된다. <조커>는 그런 신비로움을 명분 삼아 ‘무례한’ 세상이 조커를 만들었다고 상상했다. 그런데 5년 만에 나온 속편 <조커: 폴리 아 되>는 같은 명분으로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조커에 열광하는 당신들이 조커를 만든 건 아닌가?
전편에서 3명의 시민과 1명의 동료, 1명의 유명인을 죽인 아서 플렉은 2년째 미결수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물론 그때 그는 1명의 가족도 죽였지만, 세상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지난 2년 동안 교도소 밖에서는 아서 플렉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넘쳐났다. 아서의 주변인들은 언론에 시달렸고, 그의 추종자들은 시위를 벌였으며, 그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까지 나왔다. 하지만 교도소 내의 아서는 무기력하다. 간수들에게 재미없는 농담 따위를 해주며 담배 한 개비를 얻어 태우는 생활이다. 한편 아서의 변호사는 그의 범죄를 ‘심신미약’에 의한 것으로 주장하기 위해 ‘조커’가 아서의 이중인격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려 한다. 하지만 정작 아서는 조커가 별개의 인격인지, 아니면 온전한 자신의 인격인지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그때 운명적인 만남이 찾아온다. 집에 불을 지른 죄를 저지른 리 퀸젤(레이디 가가)이다. 그녀와의 만남으로 아서는 조금씩 내부의 조커를 되찾는다. 그리고 노래를 발견한다.
<조커: 폴리 아 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노래’다. 리 퀸젤과 함께 한 노래 수업 이후 아서는 그녀와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망상에 빠진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부분 오래된 사랑 노래다. 촬영 현장에서 직접 부르고 녹음했다는 이 노래들은 힘이 상당히 세다. 레이디 가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미 <앙코르>(2005)에서 컨트리 가수 조니 캐시를 연기했던 호아킨 피닉스의 절창도 에너지가 넘친다. 망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공연이 점점 더 화려해지고 격렬해지는 흐름을 경험하는 건, 분명 <조커: 폴리 아 되>의 영화적 묘미 중 하나다. 교도소의 수감자들이 함께 조커를 연호하며 루이 암스트롱의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을 부르는 장면처럼 현실과 망상의 구별이 모호한 장면도 흥미롭다. 하지만 <조커: 폴리 아 되>의 핵심이 노래는 아니다.
<조커: 폴리 아 되>는 표면적으로 뮤지컬 장르를 빌리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법정 드라마의 형식을 따른다. 역시 DC 코믹스의 세계관에서 유명한 캐릭터인 하비 덴트 검사는 언론을 통해 “사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공표한다. 조커는 아서의 또 다른 인격이 아니라 아서 자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즉 이 영화의 법정에서는 ‘조커가 누구인가’를 따진다. 아서도 선택을 해야 한다. “가난하고 지능이 낮은 아서”와 “사람들을 선동하는 조커” 사이에서 말이다. 이 선택은 단지 형량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가 사형을 피하기 위해 “웃기지 않은 코미디언”인 아서를 선택한다면, 조커를 추종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제 막 사랑에 빠진 리 퀸젤까지 떠나버릴 것이다. 영화는 이런 딜레마를 통해 ‘조커’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내놓는다. 누가 조커를 조커로 만든 것일까? 부제인 ‘폴리 아 되’(Folie à deux)는 ‘공유 정신병적 장애’를 뜻하는 말이다. 영화의 외관상 조커와 할리 퀸의 관계를 뜻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조커와 그를 추종하는 세계와의 관계를 뜻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조커와 세상이 그렇게 연결되어 더 악랄한 조커를 만들어냈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아서 플렉은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는다. 조커의 악랄함은 어디까지나 그의 상상 속에서만 나타날 뿐이다. 그래서 1편과 같은 조커를 보고 싶은 관객에게는 아쉬운 작품일 수도 있고, 사건의 흐름을 끊는 뮤지컬 연출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서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조커: 폴리 아 되>가 조커의 탄생에 대한 다지선다 중 가장 문제적인 보기를 제시하는 건 분명하다. 이번에도 호불호는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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