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싶었고, 오라고 했다” – 로우클래식의 김세연 & 김다솜
세계가 한국 패션을 탐닉하는 건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한국 패션을 정의하는 6팀의 디자이너는 현재에 충실한 채 눈앞에 놓인 트랙을 달린다.
더 이상 CD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이명신의 입장은 단호했다. 로우클래식의 디자인과 비주얼은 다음 세대인 두 인물, 김세연과 김다솜이 전적으로 지휘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렇게 외쳤다. “블랙핑크에 이어 미야오가 등장한 시대잖아요!” 2명의 차세대 디자이너가 로우클래식 컬렉션 라인과 디퓨전 라인을 온전히 맡은 기간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컬렉션 라인을 책임지는 김세연은 가을/겨울 컬렉션이 데뷔였고, 디퓨전 라인을 론칭한 김다솜은 이제 막 사계절을 돌았다. 하지만 둘은 커리어 초창기에 로우클래식에 합류해 7~8년을 함께 성장했으며 잠시 떠났다가 막중한 책임을 지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 “아니, 그게 아닌가?” 김세연은 대학생처럼 말간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냥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웠어요. 돌아오고 싶었고, 오라고 했고, 돌아온다면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논했을 때 팀을 꾸려서 하고 싶은 걸 해보라는 말을 들었죠.” 김다솜은 2012년에 론칭한 세컨드 라인 로클의 핵심 멤버였다. “제가 회사를 떠난 후 로클 라인은 사라진 상태였어요. 그 라인을 다시 한번 론칭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명신이 로클 라인을 중단한 이유는 명확했고, 김다솜이 돌아와야 할 이유도 분명했다. “빈자리가 컸어요. 특유의 색이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5년을 기다린 거죠.” 지난해 2월 재입사한 김다솜은 중단한 세컨드 라인을 되살리는 대신 디퓨전 라인을 새로 시작했다. 티셔츠, 데님, 나일론 소재 윈드브레이커, 스니커즈 등 일상적이고 가벼운 아이템에 집중하면서 디자인 선택의 폭을 확장시켜나간다. “시즌별 컨셉을 정하는 걸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어요. 아이템이 필요 이상으로 다양해지는 건 디퓨전 라인의 방향과 맞지 않거든요. 오가닉 저지와 데님 위주로 매치할 수 있는 아이템을 추가하면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다솜은 그동안 소재와 핏, 디테일을 보는 눈이 더 예리해졌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성장했기에 그 차이가 로클보다 더 나은 디퓨전 라인에 담기길 원한다. 지난해 10월 재입사한 세연은 두 달도 안 되는 기간 내에 풀 컬렉션을 완성해야 했다. 평소 선호하는 가죽 소재로 시작해 ‘빈티지 퍼니처’라는 주제를 정하고, 기존 로우클래식보다 거칠고 낡게 가공한 소재를 도입했다. 이명신은 세연이 해석하는 로우클래식이 흥미롭다. “내가 생각한 로우클래식이 새 옷의 깨끗함, 누구도 손대기 전의 바스락거리는 느낌에 대한 것이라면 세연의 로우클래식은 시간의 흐름에서 오는 깊이와 무게, 거기서 배어 나오는 멋스러움과 편안함에 대한 것입니다.” 세연의 성향은 다음 봄/여름 컬렉션부터 시작하는 남성복에 좀 더 강하게 드러나게 된다. 로우클래식을 입은 남자 친구는 조금 무례하고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지만, 스타일이 꽤 좋을 것이다.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스타일링을 중요시하는 것 또한 세연의 로우클래식을 풍성하게 만든다. “추상적인 캐릭터를 설정하기보다 구체적인 스타일링으로 그 시즌을 보여주려 해요. 그러다 보면 신발, 가방 같은 액세서리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데, 팀원들이 그 부분을 채워주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VK)
- 컨트리뷰팅 패션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이예지
- 모델
- 우정, 마오(Mao)
- 헤어
- 권영은
- 메이크업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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