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을 맞이할 준비는 끝났다, 샤넬 2025 S/S 컬렉션
패션의 메카 그랑 팔레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새가 지저귀고 있는 그곳은 벌써 긍정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샤넬이 재단장을 마친 그랑 팔레로 돌아왔다. 꼬박 4년만의 일이다. 상징적인 유리 천장을 뚫고 쏟아지던 햇빛은 샤넬 2025년 봄/여름 컬렉션에 참석한 게스트들의 트위드 의상을 더욱 반짝이게 했다. 게스트들은 모두 셀피를 찍으며 서로의 룩을 칭찬하기 바빴다.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는 세 달이 넘도록 공석이다. 뉴욕에서 파리까지, 패션 위크 기간 내내 모두가 버지니 비아르의 후계자로 누가 적합할지 토론했다. 누구는 탁월한 마케팅 전략을 지닌 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창의적인 디자이너가 적임자라고 말했다. 샤넬만큼은 여성 디렉터를 선임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친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에디 슬리먼은 곳곳에서 가브리엘 샤넬의 레퍼런스를 찾아볼 수 있는 2025년 여름 컬렉션을 선보였다.)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컬렉션의 시작점을 그랑 팔레로 잡았다. 쇼에서 가장 돋보인 것도 그랑 팔레의 아르데코풍 파사드가 연상되는 패턴이었다. 룩은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가벼웠다. 다리가 살짝 드러나는 슬릿 스커트, 깃털 장식 칼라, 땅에 끌릴 정도로 긴 시폰 망토, 그리고 청춘의 혈기가 느껴지는 플랫폼 슈즈가 그 예다. 하우스의 상징과 같은 트위드를 더욱 ‘젊어 보이게’ 하기 위한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노력 역시 돋보였다. 파스텔 컬러로 칠한 트위드 아이템, 스커트가 아닌 쇼츠를 매치한 수트 룩은 참신해 보였다. 시퀸을 수놓은 검정 데님 재킷과 팬츠 역시 낯설었지만, 위화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이브닝 웨어 역시 경쾌했다. 자수 데님과 베이비 블루 깃털 장식 망토를 매치한 룩, 그리고 반짝이는 트위드 점프수트 위에 기다란 트레인을 얹어 마무리한 룩 모두 미소를 짓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랑 팔레의 중앙 홀에는 거대한 새장이 설치됐다. 세트 디자인의 모티브는 1991년 장 폴 구드(Jean-Paul Goude)가 촬영하고 바네사 파라디(Vanessa Paradis)가 출연한 코코 퍼퓸의 광고 캠페인 이미지였다. 피날레가 시작되자 모델들은 새장을 가로지르며 드넓은 중앙 홀을 왕복해 걸었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긴 런웨이를 채우는 모델들에게서 100년 넘는 샤넬의 역사가 느껴졌다. 피날레 중 등장해 새장 속 그네에 앉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손녀 라일리 키오(Riley Keough)는 검정 점프수트에 트레인을 늘어뜨리고 프린스의 ‘When Doves Cry’를 열창했다.
수십 년째 가장 높은 곳에서 비행하던 샤넬이라는 이름의 비둘기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샤넬의 새로운 리더는 누가 될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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