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유 블라지가 만든 ‘와우’의 세계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결정적 장면을 만드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보테가 베네타 2025 여름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쇼장을 가득 채운 동물 모양 빈백 의자였다. 양자경은 무당벌레, 제이콥 엘로디는 토끼, 켄달 제너와 스트레이 키즈 아이엔이 말 모양의 빈백 의자에 앉아 쇼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의자는 시작도 하기 전에 관객을 들뜨게 만들었다. 우리 모두 바닥에 주저앉아 턱을 괴고 텔레비전에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좋아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디 아크(The Ark)’라는 이름의 이 의자는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세계 최초의 빈백 의자인 자노타 사코(Zanotta Sacco) 의자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컬렉션을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 그 유쾌한 의자와 함께 상징적인 인물들이 눈에 띄었다. ‘드뮤어’ 밈의 창시자이자 트랜스젠더 여성인 줄스 르브론(Jools Lebron), 염색체와 성별에 관한 논란을 딛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세계 최고의 여성 복서 자리에 오른 알제리 복싱 선수 이만 칼리프(Imane Khelif) 주변으로 사람들이 가득했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쇼 소식을 체크하고 있는 패션계 친구는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건 일종의 진보야. 근사해.”
마티유 블라지가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건 2021년 11월이다. 3년이 조금 못 되는 시간 동안 마티유 블라지는 보테가 베네타를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가장 기대되는 쇼로 만들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귀여운 빈백 의자나 시대를 대변하는 인플루언서들을 초대한 건 분명 인상적이지만 그를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려놓은 건, 무엇보다도 옷이다. 마티유 블라지는 개념적인 것과 일상적인 멋을 결합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디자이너다.
이번 시즌 마티유 블라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어렸을 때 우리의 매일은 모험의 연속이었죠. 환상적인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을 느끼며, 통상적인 기대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았어요.” 그는 전략이 아니라 진정성을 강조했고 누구에게나 있는 첫 번째 무엇, 그 순간의 감정에 대해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뭔가를 시도하면서 느끼는 ‘와우’, 즉 경이로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부모님의 옷을 입어보면서 처음 경험하는 놀라움 말이죠.” 말 그대로였다. 쇼에는 동심을 투영한 듯한, 조금은 이상하고 무척 아름다운 피스가 연이어 등장했다. 한쪽은 길고 한쪽은 쇼츠에 가까운 바지와 비대칭 랩 스커트, 오버사이즈 재킷, 트렁크 바닥에 짓눌린 듯 주름이 잔뜩 잡힌 카키와 네이비 셔츠 드레스 같은 것들 말이다.
동물 의자는 영화 <E.T.>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마티유 블라지는 극 중 ‘엘리엇’의 엄마가 옷장을 열었을 때 인형들 사이에 숨어 있는 외계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 테마는 옷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드레스 네크라인이나 신발에 달린 개구리와 구두에 붙어 있는 토끼의 귀, 스카프 톱의 거대한 물고기 프린트가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조금 장난스러울 수 있다. 특히 보테가 베네타처럼 ‘진지한’ 가격대의 브랜드에는 큰 모험이 될 것이다. 마티유 블라지는 사람들이 자신의 유머 감각과 마음에 공감할 거라는 쪽에 모든 것을 건 듯 보였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 시도는 꽤 성공적이었다. 현재 패션계, 특히 밀라노에는 자기 복제를 반복하거나 현실에만 안주하는 브랜드가 엄청나게 많다. 그에 비해 마티유 블라지의 패션은 자유롭다. 지금 그는 드라마틱한 장인 정신을 보여주거나(삐죽삐죽한 가죽 가발처럼), <E.T.> 속 엘리엇의 아주 평범한 플란넬 셔츠와 데님(플란넬도 데님도 아닌 것 같다) 룩을 하이패션의 세계로 끌어올리거나 금속 성냥개비로 장식한 톱과 스커트를 선보이면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우리는 달콤함 속에서 힘을 찾을 수 있을까요? 대담함에서 오는 매력과 엄격한 정밀성이 충돌할 수 있을까요? 이런 것들이 정말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당신 안의 어린아이는 무엇을 원할까요? 저는 패션의 원초적인 힘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어요. 관찰과 발견, 그리고 옷을 입는 행위에 대한 즐거움을 아우르는 성장에 대한 경외감. 바로 그 ‘와우!’의 힘을요!” 마티유 블라지의 말이 맞았다. 결국 그는 ‘우리는 왜 패션을 사랑하는가’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와우.
- 에디터
- 권민지
- 글
- NICOLE PHELPS
- 사진
- COURTESY OF BOTTEGA VENETA
- SPONSORED BY
- 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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