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컬렉션을 밝힌 K-뷰티 비주얼 아티스트 MIN KIM
저마다의 빛깔로 서울, 로스앤젤레스, 파리에서 다채로운 역량을 펼치는 K-뷰티 비주얼 아티스트.
MIN KIM @minkimmakeup
패션을 공부했죠. 메이크업과 사랑에 빠진 계기가 있나요?
패션 잡지를 많이 읽다 보니 메이크업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어요. 정확한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마음이 끌렸죠. 메이크업 수업을 듣던 어느 날, 전국 단위 메이크업 대회가 열리는데 대상을 받으면 파리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정말 열심히 준비해 운 좋게 대상을 받았죠. 그렇게 파리로 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잊지 못할 순간은?
아르마니 쇼 백스테이지에서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린다 칸텔로(Linda Cantello)를 만난 순간! 제품을 정석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 그림을 그리듯 다양한 제형의 제품을 섞어 응용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덕분에 메이크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겼고, 몇 년간 함께 일하면서 제 메이크업 철학과 기술에도 큰 변화가 생겼답니다.
색이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감정과 이야기의 언어입니다. 색은 그 자체로 강렬한 감정을 전달해주는 도구로, 늘 예술 속에서 새로운 색의 가능성을 탐험하고 있어요. 메이크업을 할 때마다 색이 주는 감정의 깊이를 느끼며 작업하죠. 특정한 색을 선호하지 않고, 편견 없이 폭넓게 바라보려고 해요. 그래야 다양한 색에 대한 의견을 유연하게 제시할 수 있으니까요.
색은 에너지에도 영향을 끼치죠.
맞아요. 옷 색상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에너지를 다르게 끌어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중요한 작업이 있는 날엔 검은색 옷을 입어요. 블랙은 세련되고 강한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고 집중이 잘되거든요. 반면에 컬러풀한 작업을 해야 하는 날에는 일부러 밝은 색상의 티셔츠를 입죠. 이렇게 하면 머릿속에 강렬한 컬러가 각인되어 더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색상이 주는 에너지가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습니다.
당신 스타일을 색으로 정의한다면?
반타블랙! 미술관에서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태어나서 처음 보는 블랙이라 계속 그 자리에 서서 바라봤던 기억이 나요. 깊고 신비로운 블랙이 경이로워서 제 영혼이 색에 흡수되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런 반타블랙처럼 사람들을 사로잡고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다양한 색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겁이 나요. 1년 내내 같은 색 립스틱을 바르는 사람에게 조언을 건넨다면?
오늘 하루는 다른 사람이 된다고 여기고 집에서 연극을 해보세요. 어차피 연극이 끝나면 메이크업은 지우면 되니까요! 혼자 또는 친구와 함께 하면 더 재밌겠죠. 재미있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해요. 여기에 와인 한잔과 음악을 더한다면, 과감함은 배가될 거예요. 색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즐기면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보세요. 화려한 색이 내 안에 잠재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독특한 메이크업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드라마, 영화, 소셜 미디어, 미술관, 그리고 친구들이나 길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까지, 영감을 얻는 곳은 정말 다양해요. 메이크업 도중에 하는 실수나 삐뚤어진 아이라이너 같은 것들도 때로는 작은 예술 작품처럼 보일 때도 있어요. 추구하는 완벽한 메이크업과 달리, 실생활에서 사람들은 감정과 날씨에 따라 메이크업에 변화를 주죠. 그런 자연스러운 순간도 저만의 아카이브에 쌓여요. 하나씩 꺼내면서 새로운 영감을 받고 메이크업에 녹여냅니다.
그렇게 직감이 발휘된 순간이 궁금해요.
마메 쿠로구치(Mame Kurogouchi) 2025 S/S 컬렉션 메이크업을 담당했어요. 미리 전해 받은 무드보드에는 흰색과 검은색 직선과 곡선이 잔뜩 있어서 그래픽 아이 메이크업을 떠올렸어요. 테스트 당일, 모델 목에 걸린 검은색 네임 태그 목걸이를 보고는 메이크업 백에 있던 검정 머리끈이 떠올랐죠. 목걸이 줄과 색깔과 사이즈가 딱 맞아떨어지는 거예요! ‘이건 운명이다’ 싶었어요. 그렇게 완성된 블랙 그래픽 아이라이너가 쇼의 메이크업 룩이 되었답니다.
모델이나 배우와의 촬영 전, 메이크업을 준비하는 당신만의 시크릿은?
단연코 마사지가 가장 중요해요. 마사지를 하면서 모델이나 배우의 컨디션을 파악할 수 있어서 기초 작업으로 정말 효과적이죠. 긴장을 풀어주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저에게도 힐링 시간이 되거든요. 서로의 상태를 이해하고 감정이 연결되는 순간이기도 해요. 루이 비통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의 메이크업을 8년째 담당하고 있는데, 그가 메이크업 과정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바로 마사지하는 시간이에요.
없으면 안 되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블랙 아이섀도 펜슬! 내추럴 스모키 메이크업부터 그래픽적인 볼드 아이라인, 블랙 립까지 모두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어요. 말 그대로 만능이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세운 목표가 있나요?
사람들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을 찾고, 메이크업을 통해 개성과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돕고 싶어요. 메이크업이 단순히 겉모습을 꾸미는 걸 넘어, 각자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으면 해요. 이를 통해 뷰티 산업이 더 다채롭게 발전하면 더할 나위 없겠죠. 사람들이 자신만의 캔버스를 자유롭게 채워나갈 수 있는 무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결국 뷰티도 예술이니까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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