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곰 인형 가방, 똑딱 핀! 어린이용 액세서리 유행이 의미하는 것

2024.11.11

곰 인형 가방, 똑딱 핀! 어린이용 액세서리 유행이 의미하는 것

어릴 적, 저는 또래보다 성숙해 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엄마가 보지 않을 때면 몰래 옷장에 들어가 힐을 신고 딸까닥딸까닥 소리를 내며 집 안을 돌아다니곤 했고, 아빠의 멋진 컬렉션에 있는 넥타이를 매보는 것도 좋아했죠.

Valentino 2025 S/S RTW, Courtesy of Valentino
Coach 2025 S/S RTW, Armando Grillo/GoRunway
Chopova Lowena 2025 S/S RTW, Getty Images

나이에 맞춰 옷을 입는 것에 도통 관심이 없었고, 이 같은 성향은 10대 시절까지 이어졌습니다. 열여섯 살 때는 9시에서 5시까지 근무할 준비를 하는 은행원처럼 세련된 정장을 입고 다녔죠. 패션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조합만 잘하면 더 성숙하고 단정해 보인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하지만 이번 시즌 패션은 완전히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2025년 봄 시즌을 맞아 디자이너들은 키치하거나 귀엽거나 사랑스러운 가방과 신발, 주얼리 등 온갖 종류의 아이용 액세서리를 소개했습니다. 물론 엄연히 성인을 위한 제품이지만, 패션계는 어쩐지 토들러 스타일에 올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단정한 옷차림에 장난기 넘치는 포인트를 가미하면서요.

코치의 2025 S/S 컬렉션에서는 하트나 테디베어 모양의 커다란 가죽 핸드백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부 가방은 스티커로 장식했죠. 보석을 더한 시몬 로샤의 헤어 클립은 모델의 걸음에 따라 캣워크 조명에 반짝였고요. 초포바 로위나의 경우 그래픽 네온 양말에 라인스톤 장식 스니커즈로 학교 운동장에서 놀기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루이 비통도 참여했습니다. 티타임에 어울리는 모노그램 가죽 핸드백에 크고 화려한 보석을 더했죠. 발렌티노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고양이 모양의 미노디에르(Minaudière) 백을 선보였어요. 물론 이런 건 어른들도 좋아합니다.

Coach 2025 S/S RTW, Armando Grillo/GoRunway
Simone Rocha 2025 S/S RTW, Alessandro Viero/GoRunway
Versace 2025 S/S RTW, Armando Grillo – Paolo Lanzi/GoRunway
Louis Vuitton 2025 S/S RTW, A. Grillo – G. Carraro/GoRunway
Moschino 2025 S/S RTW, GoRunway

패션계가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되찾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왜 지금일까요?

하이패션은 항상 우리를 꿈꾸게 하고 기쁨을 주며, 우리를 매혹하는 일종의 도피처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모두에게 약간의 산만함이 필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죠. 어쩌면 디자이너들은 우리에게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 어린아이 같은 작품을 사용하라고 촉구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미국 대선을 비롯해 기후 위기, 전쟁, 수많은 글로벌 이슈로 불안감을 느끼기 쉬운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장난감 같은 가방이나 눈부시게 화려한 신발 등 긴장감을 해소하고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한 때죠. 가방에 달린 인형을 만지작거려본 이들이라면 알 겁니다.

Balmain 2025 S/S RTW, Salvatore Dragone/GoRunway
Bottega Veneta 2025 S/S RTW, Armando Grillo/GoRunway
Coach 2025 S/S RTW, GoRunway

어쩌면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한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 달콤하고 새로운 액세서리 컬렉션들은 패션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상기시키는 용도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번 봄에는 기발한 아이템에 기대고 있죠.

그리고 부모가 된 패션 러버들을 위한 보너스도 있습니다. 한 번쯤은 자녀의 옷장 속을 들여다보세요.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옷장을 열어젖혔던 때와 반대로 말이죠.

Christian Allaire
사진
Getty Images, GoRunway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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