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빈틈을 채우는 좋은 방법
<보그> 오디언스 여러분은 일기를 쓰고 있나요? 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일기를 쓰는 이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기에 적을 만한 이벤트가 없다거나, 하루를 살아내느라 지쳐 일기를 쓸 에너지가 없다는 그럴듯한 핑계가 있을 거예요(제 이야기입니다만, 공감의 목소리가 들리는군요).
하지만 일기를 쓰는 행위에는 귀찮음과 비할 수 없는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소소한 기록이 모여 인생의 한 페이지가 완성되고, 언제든 들춰볼 수 있다는 점이죠. 연말이 오면 우리는 새해 다짐으로 여러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그중에는 일기를 쓰겠다는 다짐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고요.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거나, 이벤트로 받은 다이어리를 만지작거리며 일기를 쓰고픈 욕구를 느끼기도 합니다. 저는 올해 초에 쓴 일기를 열어보았는데요. 꽤 열정적이었던 그때의 제가 한 페이지 가득 담겨 있더군요.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33세가 되던 1915년 1월 1일부터 세상을 떠나기 4일 전인 1941년 3월 28일까지, 무려 27년 동안 꼼꼼하게 일기를 썼습니다. “기록하는 편이 낫다고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가끔은 이런 낙서를 누가 읽을까 싶다. 하지만 언젠가 그것으로 작은 금괴를 만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 자신만의 ‘작은 금괴’를 만들고자 한 노력 덕분에, 지금 우리는 그녀의 삶의 조각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죠.
버지니아 울프가 내면에 집중했다면, 외면에 집중한 이도 있습니다. 작가 미셸 투르니에인데요. 그의 책 <외면일기>는 일상의 크고 작은 사건, 날씨, 철 따라 변하는 정원의 모습 등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책에서 그는 “각자의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람, 동물, 사물 같은 외적인 세계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볼 것”을 추천하죠. 결국 그 시선이 모여 자신이 된 것이니, 주변을 살피는 시선 또한 중요한 것 아닐까요?
15년째 일기를 쓰고 있다는 조경국 작가의 책 <일기 쓰는 법>에는 “일기는 내 삶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방향타”라는 말이 나옵니다. 일기를 쓰면서 나도 모르고 지나쳤던 감정의 혼돈과 방황을 정돈할 수도 있고,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속내를 고백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죠. 어쩌면 ‘불완전한 나’를 챙기는 가장 쉬운 방법이 일기 쓰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루 한 줄이어도 괜찮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SNS 계정을 만들어 사진으로 일기를 대신해도 되고요. 스마트폰 일기 앱이나 메모장에 가볍게 적어도 좋습니다. 방치해둔 다이어리를 다시 꺼내 써도 좋아요. 여러분의 시간을 일기에 남겨 일상의 틈을 메워보세요. 언제든 지나간 인생의 페이지를 펼쳐보고, 피식 웃음 지을 수 있는 날이 올 겁니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누구도 보지 않을 책에 헌신할 만큼 자신의 삶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 로버트 마무어 <아주 작은 반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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