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 까사가 2024년 선택한 가구 디자이너
신혼집을 마련한 올해, 어느 때보다 가구 하나, 의자 하나 미감을 집중해서 관찰했다. 카페에서 2시간 동안 머물 자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몇십 년을 함께할 동반자 같은 존재를 택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컬러와 형태, 미감과 이음새 등 여러 조건을 까다롭게 가늠한 끝에 들인 것은 드비저리(De Bejarry) 콘솔과 의자. 하지만 2024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펜디가 점찍은 루이스 케머노(Lewis Kemmenoe)의 가구를 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조금만 더 빨리 너를 알았더라면···’
매년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펜디 부스는 패션계와 디자인계의 가장 발 빠른 관심을 산다. 동시대 가장 창의적인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홈 & 데코 디자인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의 비전 아래 펜디 까사의 실험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2023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펜디는 블레스(Bless)와 협업해 모피를 두른 청소용품 컬렉션을 공개했다. 2022년에는 비엔나를 기반으로 활약하는 아티스트 루카스 그슈반트너(Lukas Gschwandtner)의 긴 의자 덕분에 전시장이 휴식처로 탈바꿈했다. 이번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펜디가 선택한 디자이너는 런던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루이스 케머노. 원재료 색과 형태를 적극적으로 살려 만든 가구로 주목받은 그는 최근 다양한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데뷔 컬렉션으로 전 세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은 라이징 아티스트다. 매력적인 기둥과 이음새가 돋보이는 케머노의 의자, 테이블, 콘솔, 디바이더, 캐비닛, 조명, 스피커는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 견물생심을 일으켰다. 건축에서 주된 아이디어를 얻는 그는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 레비의 균형미는 물론 르메르의 ‘어시(Earthy)’한 색채, 멤피스 디자이너 구라마타 시로의 위트, 목공예가 조지 나카시마가 활용하는 재료 등에서도 폭넓은 영감을 얻는다고 고백한다.
12월 3일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2024 디자인 마이애미의 주제는 ‘파란 하늘(Blue Sky)’. 디자인, 공예, 현대미술의 교차점에 관심이 깊은 총괄 큐레이터 글렌 아담슨(Glenn Adamson)은 “위험을 감수한 낙관적인 디자인”을 초대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신을 조명하고, 대담한 상상을 실현한 공간으로 디자인 마이애미를 수놓겠다고 다짐한다. 아담슨이 구축한 자유로운 세계와 펜디의 대범한 호기심을 충족하며 루이스 케머노가 어떤 디자인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지 2024 디자인 마이애미에 안착한 펜디 부스에는 올해도 뜨거운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신혼집에 아직 갖추지 못한 암체어와 벽 조명 후보군에 루이스 케머노의 이름을 1순위로 업데이트했다. (VL)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COURTESY OF
-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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