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을/겨울 파리 패션 위크 DAY 4
파리 패션 위크 4일 차는 이 도시의 묘미 중 하나인 다양성을 절감할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라반과 끌로에, 릭 오웬스와 스키아파렐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모두 이별과 만남을 끊임없이 반복 중인 최근 패션계에서 브랜드와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는 이들이죠. 각자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충실하며 브랜드의 미학을 한층 강화하고 확장한 파리 패션 위크 4일 차, 오늘의 쇼를 만나보세요.

라반(@rabanne)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속은 완전히 미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줄리앙 도세나가 2025 가을/겨울 쇼에 등장한 룩을 두고 한 말입니다. 1960년대 부르주아 스타일의 인조 모피 코트 안에 실버 스팽글 드레스를 매치한 룩이었죠. 컬렉션 전반이 그랬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겉은 구조적이고 날카로우며, 속은 귀하고 화려해 보이는” 룩들이 줄지어 등장했죠. 도세나는 라반의 체인 메일과 지나치게 서사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대신 각기 다른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레이어링을 선보였죠. 실버 터틀넥은 수트 셋업과 코트 안에서 화려한 존재감을 뽐냈고, 투명한 코트 너머로는 레이스 드레스가 은은하게 비쳤죠. 코트와 재킷은 2개를 겹쳐 입은 듯한 실루엣으로 재단됐습니다. 코트 칼라, 치마 밑단, 소매 등에서 비어져 나온 것 같은 인조 모피 디테일도 흥미로웠고요.







끌로에(@chloe)
“여성의 옷장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변화해요. 물건을 사고, 모으고, 보관하고, 나눠주고, 때로는 재발견하기도 하죠.”
지난 두 시즌을 거치며 끌로에 열풍을 불러온 셰미나 카말리는 ‘끌로에를 향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각을 갖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2025 가을/겨울 쇼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진 옷장을 보는 듯했죠. 우선 카말리는 ‘영국적이고 옛 귀족의 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빅토리안 재킷과 모피 스톨, 맥시한 길이의 슬립 드레스와 나이트가운 등을 올렸습니다. 거대한 웨지 힐은 납작한 발레 플랫으로 대체되었죠. 어깨를 강조한 블라우스와 코트, 인조 모피가 달린 퀼팅 코트와 바이커 재킷에서는 (칼 라거펠트가 끌로에를 이끌던) 1980년대를 떠올리게 했고요. 피비 파일로의 유산인 패딩턴 백의 귀환도 반가웠습니다. 과거의 재현보다 각기 다른 과거에서 온 조각을 현재에 이어 붙인, 새롭고 낭만적인 풍경이었죠.








릭 오웬스(@rickowensonline)
릭 오웬스는 리모아와의 협업을 통해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고 말했습니다. 컬렉션 제목 ‘콘코르디아(Concordia)’는 그가 브랜드를 막 시작했던 때, 생산 공장이 위치했던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이름이죠. 그는 이곳에서 5년 동안 숙식하며 오직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지난 남성복 쇼와 마찬가지로 이번 쇼 역시 그 시절의 감각을 기반으로 하죠. 릭 오웬스의 기본은 우리가 아는 기본과 다릅니다. 가죽 봄버 재킷의 안감은 실크 트윌이나 나일론이 아닌 가죽으로 이루어져 있더군요. 가죽 프린지로 엮인 짧은 반바지 위에 입은 챕스 스타일의 부츠는 어떻고요. 동물과 아바타 등을 형상화한 드레스도 같은 기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보호막처럼 높이 치솟은 코트의 칼라, 얇은 고무가 물결치는 후디에서는 오웬스 특유의 미감이 돋보였죠.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칠흑 같은 콘택트렌즈를 낀 모델의 모습이었습니다. 오웬스는 “제겐 (콘택트렌즈가) 빨간 립스틱 같아요. 사랑에 빠지면 동공이 커지는 만화 속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죠. ‘내 영혼은 너에게 향해 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취약해 보이기도 하고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릭 오웬스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컬렉션이었죠.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
다니엘 로즈베리의 출발점은 오직 자신과 다른 여성을 위해 옷을 입는 여성이었습니다. 세상에 남성이 사라지고, 여성만 남은 풍경을 상상했죠. 이는 곧 “여성들은 남성의 흔적을 어떻게 활용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어깨와 허리를 강조한 1940년대식 수트의 등장은 필연적이었습니다. 코르셋 디테일을 더한 버전도 있었고요. 호화롭고 세련됐지만 동시에 거칠고 자유로운 분위기도 느껴졌습니다. 은색 버클 벨트, 챕스처럼 끈이 달린 가죽 바지, 프린지, 포켓이 달린 코트 등 텍사스에 뿌리를 둔 로즈베리의 카우보이 모티브가 곳곳에 등장한 덕분입니다. 보디라인을 따라 흐르는 리본 드레스, 시퀸 골드 드레스 등 브랜드 특유의 화려하고 묵직한 실루엣도 기성복 컬렉션에 맞게 다듬었고요. 물론 스키아파렐리만의 기이하면서도 환상적인 미학은 그대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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