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그 소년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약한영웅 Class 2’

2025.05.02

그 소년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약한영웅 Class 2’

‘약한영웅 Class 2’ 스틸 컷. ©Darae Lee/Netflix 2025

운동 신경이라곤 전혀 없을 것 같고 세상 만만해 보이는 주인공이 싸움꾼으로 거듭나는 <약한영웅 Class 1>은 너무나 노골적인, 그래서 아이코닉한 소년 판타지였다. 학업, 경제 수준, 싸움 능력 등 여러 기준으로 서열화된 학교 풍경, 마약, 도박, 디지털 범죄 등 동시대 청소년 문제를 실감나게 다루면서 우정으로 돌파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통쾌하게 그렸다. 공부만 하던 주인공이 싸움에 눈뜨고, 점점 강한 적을 맞닥뜨리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치밀하게 구현해 액션물로서의 매력도 컸다. 그럼에도 첫 시즌 강한 여운을 남긴 두 주역 수호(최현욱)와 범석(홍경)이 빠진 상황에서 <약한영웅 Class 2>가 전작을 능가할지는 의문이었다. 원작 웹툰이 아니라 드라마로 이 콘텐츠를 접한 팬들은 혼수상태에 빠진 수호가 다시 깨어나지 않을까 기대가 컸다.

시즌 1은 무자비한 폭력성을 표출한 연시은(박지훈)이 교외 학군지로 전학하면서 마무리되었다. 그나마 공부 좀 하는 학교였던 시즌 1의 벽산고와 달리 이번 은장고는 비행 청소년으로 가득하다. 교사들은 학내 분쟁에 손을 놓아버린 상태다. 시은은 수호의 사고에 책임감을 느끼며 새로운 교우 관계를 회피한다. 절대 싸우지 않겠다는 결심도 했다. 어차피 전 학교에서 사람 하나 죽이고 전학 왔다는 소문이 돌아서 함부로 싸움을 걸어오는 놈도 없다. 그런데 일진의 ‘셔틀’인 준태(최민영)를 차마 외면하지 못해서 시은은 다시 폭력 세계로 들어선다. 롤 모델이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인 은장고 싸움 서열 1위 박후민(려운), 그 못지않게 사고가 단순한 태권도 선수 출신 고현탁(이민재), 싸움을 못할 뿐 광기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준태가 시은의 새로운 모험 파트너가 된다.

‘약한영웅 Class 2’ 스틸 컷. ©Darae Lee/Netflix 2025
‘약한영웅 Class 2’ 스틸 컷. ©Darae Lee/Netflix 2025

참고 참다 정의를 위해 부득불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 약해 보이지만 내면의 분노가 폭발하면 누구보다 살벌해지는 남자, 체격의 불리함을 두뇌로 극복하는 남자, 시은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시즌 1에서 그가 자신도 몰랐던 무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반전의 쾌감을 선사했다면, 이번 시즌은 그가 언제 솜씨를 뽐낼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런 면에서 시은의 액션이 두드러지는 장면이 부족한 건 아쉬운 점이다.

일대 학교가 일진 연합을 형성하고 조폭과 결탁해 온갖 수익 사업을 전개할 정도로 험한 환경은 전작보다 격렬하고 규모 있는 액션 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만큼 상대가 프로페셔널해서 학원물의 현실감은 덜하다. 특히 시즌 2의 메인 빌런인 나백진(배나라)은 학교가 아니라 정보기관이나 특수부대에 있어야 할 인물처럼 매끄럽고 현란한 액션을 선보인다. 여느 액션물이라면 나쁘지 않으나 평범한 소년들의 판타지인 <약한영웅> 시리즈에서는 돌출된다. 상대가 막강하니 시은의 액션 설계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그래서 액션의 개성이 전 시즌보다 약하다.

‘약한영웅 Class 2’ 스틸 컷. ©Darae Lee/Netflix 2025
‘약한영웅 Class 2’ 스틸 컷. ©Darae Lee/Netflix 2025

<약한영웅 Class 1>은 수호를 연기한 최현욱의 청순함으로 서정성을 확보하고, 홍경이 연기한 범석 캐릭터의 뒤틀린 정신 세계로 서사에 입체감을 더했다. 이번 시즌에는 그만한 센세이션은 없다. 덩달아 캐릭터들의 흡인력도 약하다. 박후민은 구수하고 고현탁은 단순하다. 그들에게는 깊은 그늘이 없다. 하급 양아치 최효만(유수빈)에게 불링을 당하다가 시은 무리에 합류한 준태는 첫 시즌 범석을 상기시키는데, 그 역시 풍부한 서사를 가진 인물은 아니다. 그나마 복잡한 인물이 빌런 나백진이다. 하지만 워낙 로봇 같은 캐릭터라 인간미가 파고들 틈이 없다. 그 때문에 박지훈의 축축한 눈빛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감성은 한결 건조하다.

결과적으로 첫 시즌만큼 강렬하지는 않지만 <약한영웅 Class 2>에는 여전히 오락거리가 풍성하다. 백진의 부하라고 놀림당하는 게 은근히 자존심 상한 일진 연합 행동대장 금성제(이준영)는 시은 일행을 분열시키기 위해 박후민에게 비슷한 공격을 시도한다. “너보다 연시은, 서준태가 더 대장 같다”며 후민의 자존심을 긁었다. 하지만 후민은 전혀 개의치 않고 “고맙다”며 자리를 뜬다. 서열화를 거부하고 의리에 죽고 사는 시은 일행의 교우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그들의 우정은 애틋하고 훈훈하다. 소년 판타지에서 좀처럼 빠지지 않는 이성애 로맨스의 자리를 브로맨스가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는 일종의 퀴어물로 보인다. 그것이 작품에 흥미로운 해석의 여지를 더한다.

‘약한영웅 Class 2’ 스틸 컷. ©Darae Lee/Netflix 2025
‘약한영웅 Class 2’ 스틸 컷. ©Darae Lee/Netflix 2025

자발적 고립에서 벗어난 시은의 세계는 전보다 더 넓게 확장된다. 주인공들이 일진 연합을 해체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은장고 아이들이 합류하는 장면은 비장하고 통쾌하다. 주역들 각각의 싸움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가 살피는 것도 대형 액션 신의 재미다. 전 시즌의 아우라가 아니어도 충분히 감상할 만한 작품이다.

포토
넷플릭스 제공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