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피아나, 퀄리티와 디테일에 담긴 시간의 감각
100년을 축적한 패션 가문의 고요한 속삭임.




‘百年一 ’. 지난 3월 22일 중국 상하이 푸동 미술관에서 문을 연 로로피아나의 100주년 기념 전시의 한자어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100년을 이어온 감촉’. 무엇보다 촉각이 중요한 브랜드에 꼭 어울리는 선택이다. 전시의 영문 제목은 다음과 같다. ‘If You Know, You Know. Loro Piana’s Quest for Excellence’. 요즘 유행하는 문구를 시작으로 탁월함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여정을 이야기하는 전시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3개 갤러리의 15개 전시실에 이어진 것은 브랜드의 기원과 유산, 전통과 발전 그리고 미래였다.
전시 프리뷰가 열리는 날 오전, 취재진을 맞이한 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주디스 클라크(Judith Clark)였다. 로로피아나의 100년을 살피기 위해 그녀는 처음으로 돌아갔다. 어떤 배경에서 로로피아나가 탄생했는지, 어떤 고장에서 직물 공장이 생겨났는지, 흔적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세세히 둘러봤다. 그 결과는 박물관 첫 번째 코너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예술품이었다. 브랜드가 시작된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바랄로 미술관(Pinacoteca di Varallo)에서 빌려온 르네상스 회화가 그 지역의 풍요로움과 탐미적 본능을 이야기했다.
‘The Story of Loro Piana’ 섹션은 곧 로로피아나의 탄생을 알린다. 역사 기록 보관소에서 가져온 사진과 문서 등은 100년 전 가족 사업이 시작된 발자취를 따라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간은 ‘Into Fashion’이다. 1992년 처음 등장한 ‘홀시 재킷’부터 ‘트래블러 재킷’ ‘디펜더 재킷’ ‘오픈 워크 슈즈’까지 브랜드를 표상하는 아이템이 양모 회사에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변모하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여기에는 모자 디자이너 스티븐 존스(Stephen Jones)가 디자인한 헤드피스가 브랜드의 유머 감각을 대변하고 있었다.
요즘 패션 전시의 기본은 체험이다. 클라크는 그다음 공간에 베이비 캐시미어를 준비해 관객이 3만5,000배 확대된 이미지에서 그 독특한 부드러움을 경험하길 바랐다. 중국과 안데스산맥, 일본과 뉴질랜드, 프랑스 등에서 구해온 캐시미어와 비쿠냐, 데님과 메리노 울, 리넨 등의 소재가 ‘Landscapes’라는 주제의 공간에 함께했다.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하고 진귀한 소재가 로로피아나라는 세계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느껴볼 수 있었다. 그 소재를 통해 완성한 특별한 피스는 새로운 시대 로로피아나의 미학을 상징했다.
두 번째 갤러리로 넘어가면 ‘Thistle’, 즉 엉겅퀴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다. 직물을 부드럽게 하는 섬유 직조 단계의 중요한 상징이던 엉겅퀴는 1951년부터 브랜드 로고에 함께 등장했다. 이탈리아 공장에서 가져온 엉겅퀴 기계는 물론 런던 아티스트 짐 패트릭(Jim Patrick)이 완성한 타일과 벽돌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의 작업은 둥근 형태의 드레스를 담은 장식장에서 더 빛을 발한다. 클라크는 엉겅퀴를 모티브로 한 자수 장식 스커트와 모자로 브랜드의 상징을 강조했다.
마지막 파트는 ‘Restaging Valsesia’였다. 로로피아나 아틀리에에서 완성한 특별한 원단으로 만든 스크린 속 영상은 브랜드의 고향과 여정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몽고의 평원에서 캐시미어 염소를 쫓고, 발세시아 지방의 공방에서 원단을 고르고 재단하는 모습에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특별함에 대한 집념이 보였다.
“전시 제목에서 특히 여정이라는 단어를 눈여겨봤으면 합니다.” 클라크는 브랜드가 지난 100년간 겪어온 이야기를 여행의 관점에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전시는 바랄로 지방의 계곡에 세운 첫 번째 공장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전시 곳곳에서 원재료를 구하는 지역의 지형을 나타내는 조형물이 자리한 것도 공간과 여정의 이야기를 담은 상징인 셈이다. 중국 아티스트 치우즈지에(Qiu Zhijie)의 지도를 닮은 작품이 한쪽 벽을 크게 장식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작은 이름이 어떻게 전 세계에 서서히 퍼져나갔는지 그 여정을 함께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전시의 한자어 제목처럼 촉각 역시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갤러리와 갤러리를 연결하는 복도, 작품을 가리는 파티션, 캐비닛 손잡이까지 모두 직접 만져봐도 좋을 정도로 독특한 질감을 자랑했다. 특히 부드러운 캐시미어로 가득한 벽은 아무 말 없이 고요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브랜드의 철학을 전하는 상징 같았다. 캐시미어 패브릭으로 덮인 치니 보에리(Cini Boeri)의 거대한 소파 역시 로로피아나라는 이름을 경험하는 그윽한 방법이었다.
“로로피아나는 디테일과 품질,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감각을 전달합니다.” 전시를 준비한 로로피아나의 전 CEO(곧 루이 비통으로 간다) 다미앙 베르트랑(Damien Bertrand)은 전시에서 꼭 경험할 만한 가치를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관객이 로로피아나가 어떤 브랜드인지 이해하기 바랍니다. 직접 만져보며 퀄리티를 느끼길 바랍니다.” 모두가 소리치는 세상에서 고요한 가운데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다운 선언이었다. (VK)
- 에디터
- 손기호
- 포토
- COURTESY OF LORO PIANA
- SPONSORED BY
- LORO P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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