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톰 크루즈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이 글에는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제 모든 미션이 끝났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이하 <파이널 레코닝>)은 톰 크루즈의 인사말로 시작한다. 감회가 얼마나 깊었길래 이런 영상까지 붙여놓았나 싶다. 그런데 그에게는 <미션 임파서블> 앞에서 쿨한 척하지 않아도 되는 자격이 있다. 시리즈의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미션 임파서블>을 30년 동안 지탱한 인물이니 말이다. 솔직히 30년에 걸쳐 이 시리즈를 봐온 관객 입장에서도 <파이널 레코닝>에 대한 감회는 남다르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을 떠나보낼 때와는 다른 기분이다.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시리즈, 전무후무한 캐릭터 에단 헌트와의 이별이 아니라 배우 톰 크루즈와 작별하는 것처럼 느껴진달까? 그의 역사는 곧 할리우드의 역사였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또다시 리부트될 수도 있지만 톰 크루즈 같은 배우는 없을 것이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스타라는 오라, 그런데도 위험을 마다하지 않았던 고집. 두 가지를 함께 갖춘 새로운 스타를 상상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톰 크루즈는 자신의 마음과 관객의 마음을 함께 달래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파이널 레코닝>은 곳곳에서 지난 30여 년의 역사를 훑는다. 3편(2006)의 주요 설정인 ‘토끼 발’의 떡밥이 20년 만에 회수되는가 하면, 1편에서 가장 안쓰러운 캐릭터였던 윌리엄 던로까지 나타나 향수를 자극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시작과 함께 과거의 장면을 모아놓은 시퀀스를 볼 때 가장 울컥했다. 직접 에단 헌트에게 명령을 하달하는 대통령은 그동안 동료를 잃어야 했고 사랑하는 여자와 이별해야 했던 그의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

이 시리즈 팬이라면 대통령의 등장부터 뭔가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 이전의 에단 헌트는 미션을 받을 때마다 “자네나 팀원들이 적발될 경우 정부는 자네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할 것”이라는 단서 조항까지 함께 듣는 처지였으니 말이다. 그 정도로 세계가 엄청난 위기에 빠졌음을 강조하는 연출이지만 이 또한 톰 크루즈의 감회처럼 보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비공식적 영웅이었던 에단 헌트를 공식적인 영웅의 자리로 옮겨놓는 게 이 임무의 완벽한 마무리라고 생각한 게 아닐지. 심지어 <파이널 레코닝>에서 에단 헌트는 대통령의 승인 아래 전용 헬기 마린 원을 타고 항공모함을 이끄는 사령관을 움직이며 잠수함까지 동원한다. 게다가 대통령은 작전이 틀어질 경우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시리즈의 팬들 사이에서 <파이널 레코닝>이 다소 지루하고 평범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같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설정 때문으로 보인다. 에단 헌트가 공식적인 영웅이 되면서 <파이널 레코닝>의 온도까지 전작들과 달리 훈훈해졌다. 그런데 이 또한 톰 크루즈에게 꼭 필요한 적정 온도였을 것이다. 그에게도 에단 헌트는 따뜻하게 보내줘야 하는 인물일 테니 말이다.

시리즈의 매력을 끝까지 지켜주었으면 하는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그래도 <파이널 레코닝>은 이 시리즈 안에서 전례가 없는 액션 시퀀스를 보여준다. 150m 아래 바닷속 잠수함에 침투해 세상을 구할 단서를 찾은 후 빠져나오는 미션이다. 잠수함의 해치를 열고 들어가 전원을 공급하고 또 다른 해치를 열어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 그리고 다시 빠져나오면서 겪는 위기는 보는 내내 관객의 숨을 죄어온다. 결국 에단 헌트가 산소 마스크와 수트까지 벗어버리고 물 밖으로 헤엄쳐 나오는 모습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영화 속의 그는 이 작전에서도 살아남지만, 관객 시점에서는 톰 크루즈의 마지막 날을 상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지난 30년 동안 팬들은 그가 <미션 임파서블>을 촬영하다가 사고를 당할까 봐 걱정했다. 모든 미션이 끝났으니, 톰 크루즈는 이제 안전한 연기 생활을 추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실생활에서 더 위험한 도전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톰 크루즈의 여생을 바라보는 팬의 입장은 그처럼 이중적이다. 그의 안전을 기원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톰 크루즈다운 도전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날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알 수 없지만, 팬들은 분명 그날 <미션 임파서블>을 다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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