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PRINCIPAL 한국을 찾은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 ABT)의 다섯 명의 무용수와 <보그>가 만났다. GS아트센터에서 이루어진 만남에 샤넬(Chanel)의 2025 공방 컬렉션 의상이 함께했다. 수석 무용수 데번 토셔가 입은 러플 장식 블라우스가 드라마틱하다.

RUFFLED DREAMS 러플 장식 블라우스가 전하는 여성스러움이 토셔와 잘 어울린다.

CITY SCAPE 캐머런 매큔, 조셉 마키가 호흡을 맞추는 모습. 트위드 재킷과 새틴 셔츠가 자유로운 움직임에 함께한다.

SPLIT SECOND 검정 배경 속에서 몸을 푸는 레아 플레투의 우아한 순간.

TEXTURED MOVE 때로는 말 없는 손의 움직임이 더 큰 감정을 전한다. 매큔의 손짓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ON THE STAGE 플레투와 마키가 GS아트센터 무대에서 포즈를 취했다.

MISS SHINE 섬세한 레이스 브로케이드 드레스를 입은 박선미가 움직일 때마다 그만의 빛이 따라 움직인다.

UNDER THE SPOTLIGHT GS아트센터 무대에서 만난 매큔. 재킷의 까멜리아 장식이 돋보인다.

GOLDEN WAVE GS아트센터 계단에서 마주하는 반짝이는 순간. 금빛 트위드 스커트 수트를 입은 토셔.

QUIET TALK 플레투가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했다.

DOUBLE ACTS 한국인 솔로이스트 박선미와 토셔가 트위드 수트를 입고 함께 포즈를 취했다.

BEHIND THE SCENE 마키가 공방 컬렉션의 새틴 재킷을 입고 몸을 풀고 있다.

URBAN WALK 실크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입은 토셔가 도심을 걷는 듯한 이미지를 전한다.

DOWN TIME GS아트센터 무대 뒤에서 조용히 몸을 푸는 플레투.

THIS PORTRAIT 트위드 재킷을 입은 마키의 모습.

ON THE TOES 환상적인 트위드 스커트 수트를 입은 박선미. 의상과 액세서리는 샤넬(Chanel).
GS아트센터에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 ABT)의 마지막 공연이 있는 일요일. 아침부터 다섯 명의 무용수가 <보그> 촬영을 위해 대기실에 하나둘 모였다. 수석 무용수 데번 토셔(Devon Teuscher), 솔리스트 박선미와 레아 플레투(Léa Fleytoux), 코르드 발레(군무 단원) 캐머런 매큔(Cameron McCune)과 조셉 마키(Joseph Markey)가 타이츠에 후디를 걸친 편안한 차림으로 내려왔다. 국적도, 인종도 다양하다. ABT에는 19개국에서 온 무용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1939년 설립된 ABT는 2006년 미국 국립발레단으로 승격되었고, 줄곧 다양성과 혁신을 주창해왔다. ABT가 GS아트센터 개관 공연 무대에 선 이유기도 하다. 세계 최고 발레단이기도 하거니와 ‘경계 없는 예술, 경계 없는 관객’이란 GS아트센터의 지향점과도 맞다.
ABT는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 미스티 코플랜드(Misty Copeland)를 배출했고, 비백인 여성 안무가를 비롯해 다양한 배경의 예술가를 적극 기용해왔다.
ABT 역사상 첫 여성 예술 감독 수전 재피(Susan Jaffe)는 이 기조를 더욱 강화한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ABT에 입단해 22년간 수석 무용수로 활동한 뒤 2022년 예술 감독이 된 그녀는 이렇게 다짐했다. “이전에는 백인 남성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 여성, 유색인종 안무가, 다국적 무용수들과 적극적으로 함께해 흥미로운 무대를 올릴 거예요. 다양성의 가치에 헌신하는 것은 ABT의 사명이죠.”
ABT는 나흘간 열리는 공연을 위해 수석 무용수 16명을 포함한 단원 104명이 내한했다. 프로그램 역시 ABT답다. 고전부터 컨템퍼러리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전막과 소품으로 구성했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안무가부터 신성·여성 안무가의 작품을 고루 배치했으며, 신작 두 편까지 포함했다.
ABT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은 수석 무용수 서희와 안주원, 솔리스트 한성우와 박선미, 코르드 발레 서윤정이다. 서희는 말이 필요 없는 발레계의 별이다. 2012년 동양인 최초로 ABT 수석 무용수로 승급된 그녀는 지난 20년을 자존감이라 표현했다.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걸어온 나 자신에게 자신감보다는 자존감을 더 크게 느껴요.” 안주원은 2020년 한국 남자 무용수 최초로 ABT의 수석 무용수가 됐다. 본래 <보그> 화보 촬영에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다른 무용수가 부상을 입으면서 대신 무대에 올라야 했다. “부상은 무용수에게 일상이죠.” 그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사실 안주원도 발을 재활 중이며, 그 때문에 새로운 아침 루틴이 생겼다. “전엔 일어나자마자 바로 발레단으로 향했는데, 이젠 눈을 뜨면 10분 정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져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돈키호테> <잠자는 숲속의 미녀> <주제와 변주(Theme and Variations)>까지 세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모두 만류했어요. 하지만 한국에 꼭 오고 싶었기에 <돈키호테> 무대에 서기로 했죠.”
그가 ABT의 공연 중 강력히 권하는 작품은 <다락방에서(In the Upper Room)>다. “미국에서 처음 보고 ‘이런 발레가 있다고?’라며 굉장히 놀랐어요. 지인들에게도 내가 나오는 무대 말고 이 작품을 꼭 보라고 추천할 정도죠.” 운 좋게도 일요일 오후 3시, <다락방에서>를 관람했다. 미국의 여성 무용가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가 안무를 맡은, ABT를 상징하는 작품 중 하나다. 줄무늬 점프수트에 하얀 운동화 혹은 새빨간 토슈즈를 신은 무용수들이 탭댄스, 복싱 등의 움직임에서 포착한 발레를 선보인다. 이런 패셔너블한 무대라니, 신선했다. 동작은 미니멀리즘 현대음악의 선구자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의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더 극대화되었다.
다시 촬영장. 솔리스트 박선미가 샤넬 트위드 수트를 입고 등장했다. 그녀는 촬영이 끝나고 동료 무용수들과 성수동을 방문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도 들르는데, 수석 무용수 데번 토셔의 친구 작품이 전시 중이기 때문. 출국까지 남은 자유 시간은 이날 오후뿐이다. 박선미는 한국 가이드로서 책임감이 크다며 웃었다. 그녀는 입단 9개월 만인 2022년 9월 솔리스트가 됐다. 말하자면 초고속 승진이다. “처음엔 어리둥절했어요. 당시 한국 시간으로 새벽이었는데도 엄마에게 연락해서 이 소식을 알렸죠.” 그녀는 이번 GS아트센터 개관 공연에서 세 작품에 오르는데, 그중 하나가 <대질주 고트샬크(Great Galloping Gottschalk)>다. 현재 ABT 예술 감독 수전 재피가 열아홉 살에 만든 작품이다. “어린아이들이 춤추고 노는 듯한 작품이에요. 춤이 이렇게 순수할 수 있구나 싶죠.”
박선미는 개인적으로 <라 부티크(La Boutique)>를 가장 좋아한다. “미국스러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클래식과 컨템퍼러리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죠.” ABT 단원이었던 제마 본드(Gemma Bond)가 안무가로서 만든 작품으로 2024년 초연됐다. 서희는 이 작품을 “우리를 잘 아는 친구가 만들었기에 딱 맞는 글러브를 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수전 재피 예술 감독은 “ABT 무용수라면 하나가 아니라 여러 스타일의 작품을 해야 해요”라고 말한 적 있다. 박선미는 이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학교에서 컨템퍼러리 발레나 한국무용도 배웠지만, 이곳에서 더 다양한 춤을 접했어요. 지난해에 공연한 <시나트라 스윗(Sinatra Suite)>은 그야말로 재즈예요. 처음엔 몸이 따르지 않아 동료에게 창피할 정도였죠. 하지만 그 후로 제 춤이 확장됐어요.” 안주원은 이를 ABT의 큰 장점으로 꼽았다. “어떤 무대는 발레보다 현대무용 비중이 큰 경우도 있어서 처음엔 조금 힘들었어요. 패션으로 말하자면 매일 정장을 입어왔는데, 갑자기 아방가르드한 옷부터 힙합 스타일까지 다양하게 어울려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ABT의 매력이죠.”
발레단 분위기도 이처럼 자유롭다. 수전 재피는 “모두가 평등한 ABT를 꿈꾼다”고 했다. 내한 기념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수석 무용수 제임스 화이트사이드(James Whiteside)는 발레단 활동을 하면서 힙합 뮤지션으로서 무대에 오르고, 수석 무용수 이자벨라 보일스톤(Isabella Boylston) 역시 북 클럽을 운영한다. 제임스 화이트사이드는 “창의적인 감각을 무대 밖에서도 유지하기 위해 이런 활동을 한다”고 말했고, 수전 재피 역시 지지한다고 했다. 박선미는 “ABT가 무용수 개인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ABT는 ABT의 춤을 특정 짓기보다 특정 발레리나, 발레리노의 춤을 지지하죠. 한마디로 ‘ABT니까 이래야 해’ 하는 것 없이 모두를 인정해요 그러기에 저도 박선미라는 예술가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VK)
- 포토그래퍼
- 강혜원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패션 에디터
- 손기호, 고주연
- 헤어
- 조미연, 곽한빈
- 메이크업
- 황희정, 윤해리
- SPONSORED BY
- CHANEL
추천기사
-
셀러브리티 스타일
칸영화제 레드 카펫에 위트를 더한 크리스틴 스튜어트
2025.05.19by 오기쁨
-
셀러브리티 스타일
블랙핑크가 칸영화제에 등장한다면 무얼 입을까?
2025.05.16by 황혜원, Alessandro Cariani
-
아트
패티 스미스와 사운드워크 컬렉티브의 10년
2025.05.21by 김나랑
-
패션 화보
김혜수라는 장르
2025.05.20by 유정수
-
셀러브리티 스타일
뻔한 스타일은 싫다! 남자 배우들의 칸영화제 룩
2025.05.21by 오기쁨
-
아트
미쳐야 했던 시대, 이름조차 불리지 않았던 그들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展
2025.05.16by 하솔휘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