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 라이프스타일까지, 우리는 왜 토마토에 열광하는가
런웨이 위에서든, 식탁 위에서든, 토마토는 주인공이 된다.

에어룸 토마토(Heirloom Tomato, 전통 방식으로 재배된 토마토 품종)를 빼닮은 우아한 클러치와 실제 에어룸 토마토의 공통점은 둘 다 아름다운 오브제라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멋진 외형은 물론 만족스러운 무게감, 그 속에 반전 매력을 품고 있다는 것도 닮았다. 로에베가 최근 내놓은 이 클러치는 세련된 디자인과 기발한 미학을 성공적으로 접목하는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의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로에베의 토마토 백은 SNS 시대이기에 가능했던 독특한 부흥 시나리오에서 탄생했다. (정말 하나의 밈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 걸까? 혹은 그 밈이 로에베의 계획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것이었을까?) 선명한 빨간색에 울퉁불퉁한 모양이 다소 그로테스크하게 보이지만 흠 없이 매끄러운 에어룸 토마토의 이미지가 예술과 패션 커뮤니티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그것을 본 어느 패션 피플이 “딱 로에베 같다”고 꼭 집어 언급한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알 만한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렸을 말이었다.
그런데 앤더슨이 그 밈에 호응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현실이 된 로에베 밈”이라는 캡션과 함께 그가 금색 꼭지가 달린 붉은색의 둥글둥글한 아이템을 소개하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그리고 이 토마토 백은 로에베의 2025 파울라 이비자 컬렉션의 일부가 됐다. 인터넷 밈에서 실제가 된 이 클러치는 동전이나 열쇠, 휴대폰까지 수납할 수 있다.
사실 로에베는 전부터 토마토에 대한 특별한 친밀감을 내비쳤다. 토마토잎의 상쾌한 식물 향에서 영감을 받은 로션, 향초, 인센스, 손 세정제, 룸 스프레이 컬렉션을 출시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토마토 백은 단순한 컨셉 이상으로, 토마토에 바치는 로에베의 실체적인 찬가였다.
또한 이 클러치는 인간이 지닌 관찰력의 결정체다. 지금 같은 인터넷 시대에 예술과 영감의 완곡하고 불명확한 특성은 어느 정도의 모호함 덕분에 한층 더 흥미로운 집단 대화를 이끌어낸다. 그렇기에 투박한 밈 하나가 불타는 혜성처럼 시대정신을 날카롭게 관통하며 창조의 불씨로 활용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찰나의 영감은 현실을 이롭게 한다. 당신은 토마토에서 어떤 기발한 매력을 보고 있나? (VL)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글
- Hali Bey Ramdene
- 사진
- Elliott Jerome Brown Jr.
- 세트
- Emma Ring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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