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이 확실한 리프팅 효과를 주는 시술이 가능할까?
리프팅 시술 초보자, 그리고 고통에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리프팅 ‘세르프’를 받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피부과에 ‘관리’를 목적으로 가는 것만큼 귀찮은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파서도 아니고(그러니까 필수적인 일이 아니고), 그다지 관리받는 기분이 들지도 않으며(의사를 대면하는 시간보다 실장과 상담하거나 대기하는 시간이 길고), 못해도 2시간은 잡아야 하는 데다(대체로 기다리느라 1시간은 쓰는 거 같지만), 무엇보다 엄청나게 아프다(게다가 비싸다).
정말이지 나는 고통, 그것도 얼굴에 가해지는 고통에 무척 취약하다. 얼마나 참지 못하냐면, 중간에 시술을 포기했을 정도다. 4년 전쯤, 피부과 의사인 친구의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그의 얼굴은 마치 20대 후반처럼 팽팽했다. 그가 털어놓기를, 슬픈 일이지만, 동안 비결은 유전자 아니면 꾸준한 관리뿐이라고 했다. 말보다는 그의 얼굴에 믿음이 갔다. 마취 크림을 두껍게 바르고 30분쯤 지나 얼굴이 거의 사라져간다고 느낄 때쯤 ‘슈링크’ 리프팅 시술을 받았다. 통증이 비교적 없다는 시술인데도 불쾌한 고통에 왼쪽 얼굴 시술이 끝나자마자 오른쪽 팔을 번쩍 올렸다. 친구는 “이렇게 중도 포기하면 반만 예뻐져”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상관없었다. 그 후 그가 다시 추천해준 ‘인모드’도 마찬가지였다. 슈링크가 갑작스럽게 기분 나쁜 통증이라면 인모드는 갑작스럽게 훅 뜨거웠다. 뭐, 인모드는 오른쪽 얼굴만 받았으니 나름 얼굴 전체 시술을 마친 셈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그냥 늙기로 했다.

4년 후 마흔이 됐다. 피부과는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다 과거의 오만이었다. 거울 속 내 모습에 깜짝 놀라는 일이 많아졌다. 팔자주름이 점점 선명해졌고 입가 주변 심부 볼이 서서히 처지고 있다는 게 확연히 보였다. 어제 9시간을 푹 잤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피곤해 보인다고 걱정했다. ‘하루하루가 다르다’거나 ‘남은 날 중 오늘이 제일 예쁘다’는 건 그냥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100% 진심에서 우러나온 얘기였음을 깨달았다.
이제 때가 됐다.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 선물로 구두나 재킷 대신 리프팅 시술을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온 것이다. ‘리프팅’이라고만 검색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 화려한 명칭이 등장했다. 잔주름이 고민이면 A가 좋고, 다운타임이 걱정되면 B가 제격이며, C는 다섯 번은 받아야 효과가 난다고 했다. 다 모르겠고(귀찮다) 본격적으로 40대에 진입했으니, 정석대로 가기로 했다. 울쎄라인가, 써마지인가. 누군가는 리프팅에는 울쎄라만 한 것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나처럼 얼굴 살이 없는 사람은 써마지가 답이라고 조언했다. 두 가지를 합친 울써마지라는 것도 있다는데, 후기를 검색했다가 ‘비수면으로 했다가 거의 울면서 받았다’는 이야기를 보고는 재빨리 검색창을 닫았다. 효과는 울쎄라 혹은 써마지만 한 것이 없다는 게 공통 의견인데, 리프팅 때문에 수면 마취까지 해야 한다니,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었다.


혼자 고민해봤자 아는 것도 없으니 병원부터 찾기로 했다. 다만, 병원을 좀 까다롭게 골랐다. 피부과에 가는 일이 그저 귀찮게만 느껴졌던 건 공장형 피부과에서의 불쾌한 경험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예전 같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갔을 텐데, 이번엔 후기를 꼼꼼히 읽었다. ‘상담은 실장, 시술만 의사’인 병원은 무조건 제외하고 처음부터 의사와 대면하고 부담스럽게 이것저것 추천하지 않는 곳으로 선택했다. 압구정에 위치한 ‘디에이 도산’이 딱 그런 곳이었다. 1층은 호텔 로비 같았고(컨시어지만 있다) 지하에는 깨끗한 대기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에스테틱처럼 모든 관리실이 1인실이라 여러 명이 일렬로 누워서 혹은 관리실 앞 소파에서 날것의 모습으로 내 차례를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얼굴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3D 촬영을 하고 무자비한 현실을 마주한 뒤 ‘세르프(XERF)’를 추천받았다. 낯선 이름이었지만,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세르프는 나처럼 볼살은 좀 더 채우고 싶지만 턱선은 매끈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기기였다. “여느 고주파 장비와 달리 깊이 조절이 가능해서 깊은 층에서 지방을 정리하거나 조금 더 얕은 층에 사용해서 콜라겐 재생 목적, 즉 볼륨감을 높여주는 쪽으로 사용해볼 수 있어요. 이마같이 아주 얇은 부분은 타이트닝 효과만 줄 수도 있고요. 즉 깊이를 세분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 장치입니다.” 디에이 도산의 김유정 원장은 듀얼 주파수(6.78 MHz & 2MHz)를 이용한 ‘Shallow-Middle-Deep’ 3단계 관리가 가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피붓결을 정돈하고 생기를 부여하고 싶다면 얕은 층(Shallow)으로, 진피층까지 도달해 피부 밀도와 탄성을 높이고 싶다면 중간 층(Middle)으로, 선명한 페이스 라인과 강력한 리프팅을 원한다면 깊은 층(Deep)으로 설정해 얼굴 부위에 따라 즉각적인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같은 고주파 기기인 써마지와 비교했을 때 ‘가성비’ 면에서 탁월한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주파 시술을 받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게다가 써마지는 볼륨감을 줄여주는 데는 효과를 보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세르프는 깊은 층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울쎄라 시술 없이(울쎄라는 초음파다) 고주파 장비 하나만으로 불륨을 채워주거나 날렵하게 만들거나, 양쪽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탄력 면에서는 써마지보다 효과가 떨어지지 않을까? “과학적인 부분을 따져보면 써마지보다 피부에 침투되는 에너지가 1.5~2배 가까이 많습니다. 물론 세르프는 2024년 출시된 기기다 보니 써마지나 울쎄라에 비해 환자의 경과를 오랜 시간 지켜봐오진 못했어요. 하지만 이론적으로 봤을 때는 부족하다고 하긴 어렵고, 오히려 이점이 많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이 결정타였다. “통증이 거의 없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에요. 고주파 시술을 받아보고 싶은데 써마지가 너무 아플 것 같다, 싶은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어요.”
사실 ‘통증이 적다’는 의사들의 말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시술 직전까지도(세르프를 추천해준 피부과 고수 지인은 마취 크림 없이 받았다며 걱정하지 말라 했지만 난 당연히 마취 크림을 아주 두껍게 발랐다) 불안했다. 넓고 두꺼운 부위, 전체 부위, 작고 굴곡진 부위, 좁고 얇은 부위까지, 원하는 부분에 따라 효과적으로 커버 가능하도록 세르프에는 네 가지 이펙터가 있었는데. 나는 직사각형의 큰 사이즈로 에너지를 빠르게 전달하는 이펙터 60을 선택했다. 얼굴에 밀착되는 부분이 커서 울써마지 900샷 효과를 세르프 600샷으로 낼 정도록 효과적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술 시간이 가장 짧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진짜로 참을 만했다. 애초에 열을 피부에 침투시키는 기기이기 때문에 고통의 종류로 따지면, 서서히 얼굴이 달아오르다 찌릿, 하는 아픔인데 쿨링과 열 전달이 반복되면서 통증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턱선 같은 경우에는 뜨거운 기운이 좀 강하기도 했으나(원래 턱선 주변, 입가가 가장 아프다고 한다), “오, 뭔가 좀 찌릿해요” 할 때마다 차가운 바람이 고통을 씻어줬다. ICD 쿨링 시스템을 적용해 청량할 정도의 가스가 훅 나오는 식이었다. 나 같은 엄살쟁이도 의사와 편안하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 정도였다. 앞에서 설명했듯 깊이 조절이 3단계까지 가능하지만 에너지 세기 조절은 10단계까지 가능하다. 엄살도 심하지만 욕심도 많아서, 세게 받아야 효과가 클 거 같은 마음에 “무조건 강하게”를 외치곤 하는데, 의사는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나를 다독였다. 피부 타입과 부위에 따라 가장 적합한 에너지가 있는 거라고 말이다.
세르프 시술 후 진정 관리까지 한자리에서 모두 마치고 난 뒤 거울을 봤다. 약 2시간이 소요됐지만, 대기보다는 진짜 상담과 시술을 위해 피부 타입별로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주는 사전 관리와 시술 후 관리로 꽉 찬 시간이었다. 머리는 엉망이었지만, 얼굴에서는 번쩍번쩍 광이 났다. 피부과 방문 후 바로 PT를 잡아놓았던지라 운동을 하러 갔는데(원래 그러면 안 된다), 트레이너는 내가 민낯이라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오늘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고 했다. 다른 시술들과 다르게 다운타임이 아예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열감은 좀 남아 있었지만 얼굴이 붉어지거나 붓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시술 후 중요한 미팅과 촬영이 연이어 있어서 좀 걱정했는데, 마스크나 모자를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후 관리도 간단했다.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당일엔 찬물로 세안하지 않고 자외선 차단제를 더욱 꼼꼼히 바르는 정도였다.
기분 탓인가, 당일 샤워를 할 때나 기초를 바를 때 얼굴 면적이 좀 줄어들고 피부가 쫀쫀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2주후, 내 몸을 가장 유심히 보는 트레이너와 요가 선생님이 가장 먼저 변화를 알아챘다. “몸은 이렇게 탄성이 없는데 얼굴은 탱탱해졌네요”라거나 “얼굴 보고 오늘 컨디션 좋은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힘을 못 써요?”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3주 후, 새로운 옷은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지만 나의 얼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집장도 “너 얼굴에 뭐 했지? 눈이 더 올라갔어”라는 말을 했다. 눈이 매서워진 건 그날 아이라인이 좀 더 뾰족하게 완성됐기 때문도 있지만, 눈가 피부의 탄력이 좋아졌기 때문인 게 확실했다. 턱선이 정리됐기 때문인지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살이 얼마나 빠진 거냐고 물었다(안 빠졌다).
무엇보다 자기만족감이 가장 컸다. 아침에도 자외선 차단제와 다크서클을 커버하기 위한 컨실러 정도면 피부 화장을 마무리할 수 있어 간편했다. 그리고 다시 같은 병원에 예약을 넣었다. 피부과에 가는 일이 이젠 필수적인 일이 되었고, 세심하게 관리받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꽉 찬 2시간인 데다,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피부로 알았기 때문이다. 고통 없이 얻는 건 없다고 했는데, 아주 가끔은 있다. 경과를 지켜보면서 6개월 혹은 1년에 한 번씩 리프팅을 받을 계획이다. 다음에도 물론 세르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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