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먹는 패션’ 혹은 ‘필수 사치품’이 된 음식

2025.05.26

‘먹는 패션’ 혹은 ‘필수 사치품’이 된 음식

셰프의 한 접시가 잇 백보다 중요하며, 노화 여부가 지위를 결정한다. 음식이 ‘먹는 패션’이자 ‘필수 사치품’으로 변화하고 있다.

패션계와 뷰티계는 전에 없이 음식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 입소문 난 초포바 로위나의 마요네즈 잇 백, 설탕 시럽을 끼얹은 도넛 같은 윤광 피부, 나라 스미스의 ‘처음부터 직접 구운’ 마크 제이콥스 토트백, 로에베 토마토 클러치까지! 특히 Z세대는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20달러짜리 에러헌(Erewhon) 스무디와 캔에 든 4달러짜리 리퀴드 데스(Liquid Death) 생수를 선택한다. 이는 어려운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도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은 노력의 일환이다.

빠르게 떴다 사라지는 마이크로 트렌드의 영향력이 점차 약해지면서, 소비자의 관심은 단일 제품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개별 아이템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담아낼 수 있는 전체적인 미학이 중요해진 것이다. 그 결과 트렌드는 더 이상 단일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고 패션, 가정용품, 뷰티, 음식 등 다양한 분야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

핀터레스트 트렌드 보고서는 패션, 뷰티, 홈웨어와 함께 식품 트렌드도 다룬다. 핀터레스트 글로벌 트렌드 및 인사이트 책임자 시드니 스탠백(Sydney Stanback)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Z세대는 감각적인 경험을 갈망하고 있어요. 이제는 단순히 사물의 모양뿐 아니라 맛과 촉감 같은 감각에 기반한 경험을 중시하죠.” 디지털에 능숙하고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진 Z세대는 기성세대가 지나칠 수 있는 트렌드를 더 깊이 탐구한다. 이들은 핀터레스트,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올해 이 여름이라는 뜻의 ‘브랫 서머(Brat Summer)’ 또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같은 주제를 다양한 분야에서 탐색한다. 이런 트렌드는 음식을 포함해 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유행한 ‘토마토 걸 서머(Tomato Girl Summer)’는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 라이프스타일을 패션으로 구현한 대표적인 예다. 시장조사 기관 민텔(Mintel)의 식음료 담당 부국장 멜라니 바르텔미(Melanie Bartelme)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중해는 맛있는 음식뿐 아니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우리가 입는 곳, 메이크업 스타일, 풍기는 향기까지 매력적이니까요.”

바르텔미는 이런 다중 감각적 트렌드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트렌드는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아페롤 스프리츠(Aperol Spritz)를 주문하거나 줄무늬 원피스와 모자를 쓰는 것만으로도 그 감성을 경험할 수 있죠.” ‘건강을 중시한 식단’부터 ‘카오스 케이크(Chaos Cake)’, 음식이 제3의 공간으로 떠오르는 현상까지, Z세대는 이런 트렌드를 소비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의 핵심으로 바꿔나간다. 이런 문화적 변화의 중심에 서는 브랜드는 앞으로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생물학적 나이가 권력

오젬픽(Ozempic) 같은 체중 감량 약물이 문화적 대화를 지배하는 요즘, 음식이 최고의 사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는 것은 다소 역설적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인간에게 음식이 단순한 생존 수단에서 벗어나 최적화와 자기 관리를 위한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리서치 회사 유로모니터(Euromonitor)의 식음료 인사이트 책임자 매튜 배리(Matthew Barry)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들이 세상이 통제 불능 상태라고 느끼기 때문에 벌어져요. 세상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여겨지면 어떻겠어요. 결국,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단순한 통제를 넘어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벌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에너지가 더 충만하고 면역력이 강해지고 수면 습관이 나아진다면, 비록 세상이 흔들리더라도 더 잘 맞설 수 있습니다. 확실히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식품이 이런 변화의 최전선에 있어요.”

전략 예측 기관 퓨처 래버러토리(The Future Laboratory)의 식음료 분석가 세이 오듀월(Seyi Oduwole)은 “소비자들은 우리가 ‘건강을 중시한 식단’이라고 부르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기능성 식품의 인기가 앞으로 더 높아질 거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브랜드는 기능성 식품 트렌드를 활용해 제품 라인을 특정 건강 효능을 제공하는 성분으로 강화하고 있다. “장 건강을 위한 프리바이오틱스, 대사 및 근력 강화를 위한 단백질 보충제, 인지 기능 향상을 위한 뇌 건강 성분을 사용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요.” 특히 단백질 보충제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가운데, 기능성 식품과 음료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에러헌 스무디는 이제 연예인들의 명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특히 헤일리 비버의 ‘스트로베리 글레이즈 스킨 스무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콜라겐, 해조류, 히알루론산이 풍부하게 함유된 20달러짜리 이 스무디는 피부를 탱탱하고 촉촉하게 가꿔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국의 식품·패션 소매업체 막스앤스펜서(Marks&Spencer) 역시 2025년을 맞아 기능성 스무디 라인을 출시했다. 이 스무디는 ‘활성화(Revitalise)’나 ‘두뇌 음식(Brain Food)’ 등의 라벨을 붙여 건강을 중시한 식단이라고 주장한다. 유로모니터의 매튜 배리는 이 현상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오늘날 최고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수단은 고급 자동차나 럭셔리 핸드백이 아니에요. 오히려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은 생물학적 나이’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지위의 상징이죠.”

그러나 민텔의 멜라니 바르텔미는 기업에서 지나치게 많은 라벨을 부착할 경우 소비자와 동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10년 전만 해도 거의 모든 제품에 ‘글루텐 프리’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어요. 심지어 생수병에도요. 우스꽝스럽고 불필요한 일이었죠.”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자신이 먹는 음식의 성분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기업이 유행 중인 모든 식습관에 맞춘 제품이라고 강조할수록, 이런 트렌드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꺼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녀 역시 “예를 들어 ‘GLP-1(체중 감량 약물) 친화적’이라는 라벨을 붙인 제품이 맛이 없거나 ‘다이어트 음식’처럼 느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요”라고 동조했다.

크루아상 핸드백을 들며

웰빙과 최적화가 대화의 중심이 되고 있지만, 음식이 우리 삶에서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피곤하고 불안하며 극도로 지쳐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한 가지 방법은 ‘음식은 이래야 한다’는 기대치를 낮추는 일이죠.” 민텔의 멜라니 바르텔미가 강조했다.

정해진 식사 시간에 얽매이는 대신 온종일 간식을 먹는 것이 흔해졌다. 과거에는 낯설게 여겨지던 조합, 예를 들면 맥도날드가 ‘아이스커피+감자튀김’을 간식으로 광고하는 것도 이제 자연스럽다. 이 같은 흐름에서 틱톡에서 유래한 ‘걸 디너(Girl Dinner)’라는 개념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거창한 형식에서 벗어나 간식처럼 간단한 식사나 어울리지 않는 음식을 조합해 차린 가벼운 저녁 식사를 의미한다. 이런 트렌드는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기쁨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트렌드 예측 업체 WGSN의 식음료 담당 이사 제니퍼 크리비(Jennifer Creevy)는 ‘진지하지 않은 음식과 음료’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복합적인 위기가 지속되면서 불안과 스트레스를 상쇄할 수 있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무언가가 필요해졌어요.” 음식과 음료는 위로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장난기 넘치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장난스러운 질감, 대담한 색상, 독특한 형식, 실험적인 조합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디저트와 음료는 이런 실험이 펼쳐지는 또 다른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시드니 스탠백도 동의했다. “그중 주목할 만한 트렌드 중 하나는 ‘카오스 케이크’입니다. 여기서는 완벽주의가 완전히 사라지죠.” 이는 정돈된 기존 디자인에서 벗어나 혼란스럽고 기이하면서도 불완전한 방식으로 케이크를 장식하는 트렌드다. 완벽한 디자인보다 자유로운 창의성과 재미를 우선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트렌드로는 ‘초현실적인 저녁 파티(Surreal Dinner Party)’가 있다. 이는 풍부한 상상력의 기발하고 창의적인 테이블 세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핀터레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초현실적인 테이블 장식’ 검색량이 전년 대비 55% 증가했고, ‘살바도르 달리 미학'(+40%)과 ‘케이크 꽃다발'(+30%)도 증가했다. 참고로 케이크 꽃다발이란 케이크처럼 보이는 꽃다발을 가리킨다. 스탠백은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이제 전통적인 꽃 장식 대신 식용 장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게트로 만든 꽃다발이나 딸기 센터피스처럼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실제 식사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요소가 주목받고 있어요.”

셰프와 패션 브랜드의 협업도 이런 트렌드를 더 강조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음식과 패션을 결합한 체험형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다. 그 예로 에카우스 라타(Eckhaus Latta)의 2025 봄/여름 패션쇼가 정교한 디너 파티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이런 흐름은 확산될 것이다.

초현실주의 트렌드 또한 덧대 패션 브랜드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협업을 탄생시킬 수 있다. 크루아상 핸드백, 소시지 롤 귀고리, 피클 모양 신발처럼 통통 튀면서도 유쾌하고 기발한 디자인이 컬렉션을 수놓을 수 있다. 이미 패션계는 지난해 초포바 로위나의 헬만스 마요네즈 백, 케이트 스페이드의 하인즈 케첩 컬렉션, 케이트 바튼의 금붕어 스낵 백 같은 실험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한정판 스니커즈 같은 한 접시

‘핫 플레이스’는 단순한 미식적 경험을 넘어 패션 아이템처럼 문화적 지위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접시의 음식이 한정판 스니커즈를 손에 넣는 것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다.

뉴욕의 라파트먼트 4F(L’Appartement 4F)나 런던의 포르노(Forno) 같은 베이커리는 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이 대중화한 ‘드롭 방식(한정 판매 전략)’을 도입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화제가 될 만한 제품을 내놓으며, 고객은 인기 있는 빵을 손에 넣기 위해 몇 시간이라도 기꺼이 줄을 선다. 미래 연구소에서 만든 신조어 하이프 베이킹(Hype Baking)은 독점성이라는 매력과 음식이 주는 공동체적 즐거움을 결합한 개념이다. 비단 베이커리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음식을 선택한 사람들을 겨냥한 또 다른 트렌드도 등장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하이프비스트 식료품점(Hypebeast Grocers)이라는 개념이 떠오른다. 음식 전문 뉴스 사이트 스낵스샷(Snaxshot)에 따르면 팝업 식료품점과 해피어 그로서리(Happier Grocery) 같은 혁신적인 컨셉을 가진 가게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 식료품점은 기존 동네 가게나 보데가(Bodega, 작은 마을 상점)를 고급스럽고 엄선한 고품질 식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하며, 해당 지역의 에러헌이 되기를 목표로 삼는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적 화폐입니다.” 미래 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식음료의 미래’ 보고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틈새 커뮤니티가 그 지역의 제품과 장소를 컬트적 지위(아는 사람만 아는 핫한 제품, 장소 등을 의미함)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그 진입 장벽은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지식이죠. 이런 분위기를 타고 음식에 대한 하위문화가 더욱 확산되고 있어요.”

럭셔리 패션 브랜드도 이미 이런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지난해 7월 마이테레사(Mytheresa)는 홈 앤 가드닝 브랜드 플라밍고 에스테이트(Flamingo Estate)와 협업해 ‘편리하지 않은 가게’라는 팝업 스토어를 이스트 햄프턴(East Hampton)에 열었다. 이곳에서는 플라밍고 에스테이트의 올리브 오일, 향신료, 셔벗 등과 함께 마이테레사에서 엄선한 고급 의류, 가방, 신발이 함께 전시됐다. 플라밍고 에스테이트의 창립자 리처드 크리스천슨(Richard Christiansen)은 <보그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파는 채소를 사는 사람들은 주방과 욕실에서 플라밍고 에스테이트 제품을 쓰고, 옷장에는 마이테레사에서 구매한 옷이 걸려 있을 거예요.”

향수를 곁들인 무알코올

민텔의 연구에 따르면, 18세부터 24세까지 Z세대 가운데 약 3분의 1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술을 마셔도 가끔씩 즐기는 작은 행복 정도로 여긴다. 이런 변화 속에서 무알코올 음료는 점점 더 다양해진다. 스탠백은 “소다가 다시 인기를 끌고, 특히 Z세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가 이 오래된 인기 음료에 현대적인 변화를 더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른바 ‘레벌 플로츠(Rebel Floats)’의 부활은 무알코올과 과거에 대한 향수를 선호하는 Z세대의 성향을 보여준다.

비타민, 미네랄, 강장 성분 등이 함유된 기능성 워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물 역시 단순한 필수품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진화했다. 이제 물 마시는 일 자체가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되고 있다. 틱톡에서는 #WaterTok이라는 해시태그 검색어가 12만8,000개 이상의 창의적인 음료 관련 영상에 사용되었으며, 콘텐츠 제작자 켈리 그레이스 메이(Kelly Grace Mae)는 이를 섹시한 물이라고 불렀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전해질 음료 시장은 2030년까지 약 59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컬트 워터 브랜드 리퀴드 데스는 2024년 2월 데스 더스트(Death Dust)라는 전해질 혼합 음료를 출시했다. ‘갈증을 죽여라’라는 강렬한 슬로건과 함께 블링크-182(Blink-182)의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Travis Barker)와 협업하며 생수 브랜드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과 독창적인 브랜딩 전략 덕분에 리퀴드 데스는 2024년 기준 기업 가치 14억 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대비 2배 성장했다.

피클과 체리의 해

2025년에는 피클과 체리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본격적인 문화적 미학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핀터레스트의 스탠백은 ‘올해 주인공은 단연 피클’이라고 선언했다. “피클 데 가요(Pickle de Gallo, 피클 샐러드)부터 피클 마르가리타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죠.” 그녀는 굿 걸 스낵(Good Girl Snacks)을 예로 들면서, 이 브랜드가 ‘핫 걸 워크(Hot Girl Walk)’라는 짧은 영상에서 파생된 ‘핫 걸 피클’로 온라인 세상을 사로잡은 피클 열풍을 성공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런 트렌드가 흥미로운 건 단순히 맛 때문이 아니에요. 소비자들이 피클의 초록색을 하나의 미학으로 받아들이고, 대담하고 모험적인 맛을 시각적인 정체성과 결합하고 있습니다.” 이런 열풍의 배경에는 유명인이 있다. 벨라 하디드의 피클 칵테일은 피클의 명성을 더욱 높였고, 두아 리파가 다이어트 콜라와 할라피뇨, 피클을 섞어 만든 음료 레시피 역시 실험적인 미식 트렌드를 부추긴다.

체리를 중심으로 한 미학 역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핀터레스트에서 ‘체리 바이브’(+325%), ‘체리 침실’(+100%), ‘체리 자동차’(+270%), ‘체리 마티니’(+80%), ‘다크 체리 레드’(+235%) 등의 검색량이 급증했다. 스탠백은 이 트렌드와 관련된 검색어만 카테고리 전반에서 100개 이상 확인했다고 한다.

이런 음식 트렌드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더 다채롭게 한다. 행사, 캠페인, 제품 디자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와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소비자 인사이트 분석 기관 캔버스8(Canvas8)에서 활동하는 인류학자이자 행동 분석가 리아니 케니언(Riani Kenyon)은 “푸드계와 패션계의 협업은 맛, 촉감, 시각적 매력을 결합한 다중 감각적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성공하죠”라고 말했다. “이런 융합은 기억에 남을 만한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창출함으로써 브랜드와 소비자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돕죠.” 예를 들어 던킨도너츠를 테마로 한 메이크업 제품이 뷰티 브랜드 엘프(Elf)에서 출시하자마자 완판된 사례는 유머와 문화적인 미학이 젊은 고객에게 다가간다는 점을 증명한다. 실제로 오스카 마이어(Oscar Mayer)의 베이컨 향이 나는 신발 끈이나 모시언(Mociun)의 무를 모티브로 한 주얼리 같은 액세서리 제품이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체리를 테마로 한 의류 컬렉션, 초록색 피클을 반영한 뷰티 제품, 건강에 중점을 둔 보충제 또는 초현실적이고 독창적인 테이블 세팅이 포함된 체험형 행사까지, 이런 음식 트렌드는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브랜드가 더 창의적이고 신선한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 그럼 다음 테이블은 누가 차릴 건가? (VL)

    피처 디렉터
    김나랑
    Amy Francombe
    사진
    Tina Sturzene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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