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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의 확장된 ‘삶의 예술’

2025.05.27

루이 비통의 확장된 ‘삶의 예술’

루이 비통은 트렁크를 시작으로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을 거쳐 홈 컬렉션으로 확장된 ‘삶의 예술’을 전시했다. 예술품처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캐비닛, 꾸뛰르처럼 선망이 될 소파, 전설의 디자이너를 기리는 텍스타일까지 면면이 다채롭다.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팔라초 세르벨로니에서 선보인 루이 비통 홈 컬렉션 전시.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슈퍼스타는 역시 루이 비통이었다. 루이 비통 홈 컬렉션을 전시한 팔라초 세르벨로니(Palazzo Serbelloni). 이번엔 어느 디자이너가 합류했고, 스튜디오 캄파나 같은 오랜 우정의 친구들은 또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관심이 컸다.

루이 비통은 디자인 세계와 진심을 주고받아왔다. 1885년 출시한 아이코닉 베드 트렁크를 시작으로 여행 오브제와 가구의 경계를 허문 라이브러리 트렁크까지, 루이 비통은 오랫동안 ‘여행 예술’을 지향했고, 그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 2012년 시작한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이다.

패트릭 주앙의 퍼즐 테이블 위에 일본 디자이너 넨도(Nendo)가 디자인한 깊은 블랙 컬러의 테이블웨어가 놓여 있다.
스튜디오 캄파나가 여덟 가지 컬러당 하나씩만 제작한 칼레이도스코프 캐비닛의 블루 버전.

이번 전시에서는 이를 포함해 총 5개 영역으로 나눠 대규모 홈 컬렉션을 선보였다. 루이 비통 시그니처 컬렉션,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익셉셔널 게임(Exceptional Gaming), 홈 데커레이션 & 텍스타일, 테이블 아트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반긴 오브제는 올해로 설립 41주년을 맞은 스튜디오 캄파나(Estúdio Campana)의 풋볼 테이블 오디세이 베이비풋(Odysée Babyfoot)이다. 움베르토 캄파나(Humberto Campana)는 “전설의 바다 생명체인 사이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왜 사이렌이냐고요? 우리는 ‘여성적인’ 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이 땅에 그들의 위세가 더 커져야 하기 때문이죠.” 안쪽으로 들어가니 루이 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의 F/W 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핀볼 머신을 어린아이처럼 즐기고 있다.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의 단골 디자이너 듀오인 아틀리에 비아제티(Atelier Biagetti)다. 이런 순수함에서 창의력이 발현될 수도 있다. 이 모두는 익셉셔널 게임의 오브제다.

1934년 샬롯 페리앙이 설계하고 루이 비통이 복원한 ‘라 메종 오 보르 드 로’.
패트릭 주앙의 라군 모듈 소파. 샬롯 페리앙에게 영감을 받은 트리뷰트 컬렉션의 쿠션을 올려놓았다. 맞은편의 암체어는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의 페코라(Pecora).
패트릭 주앙이 디자인한 퍼펙토 체어와 퍼즐 테이블.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루이 비통 시그니처 컬렉션의 가구와 조명을 둘러볼 차례. 몸에 맞게 잘 재단된 검은색 수트에 뿔테 안경을 쓴, 두 손 모은 자세까지 단정한 프랑스 디자이너 패트릭 주앙(Patrick Jouin)이 자신이 디자인한 라군(Lagoon) 소파에 앉아 있다. 루이 비통의 여행 트렁크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그는 루이 비통 홈 컬렉션에 처음으로 합류해 의자, 소파, 테이블 등을 선보였는데,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할 오브제로 퍼펙토(Perfecto) 의자를 꼽았다. “디자인은 즉각적으로 말을 걸죠. 이 의자 역시 강렬하고 아름답기에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길 거예요.”

아르헨티나 디자이너 크리스티안 모아데드(Cristián Mohaded)도 루이 비통 홈 컬렉션에 처음 합류했다. 고향인 라틴아메리카의 정서와 수공예 기법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그였기에 홈 컬렉션 역시 그런 성향이 엿보인다. 유순한 인상대로 소파와 테이블은 동글동글 무해한 느낌을 주지만 디테일에는 수공예의 섬세함이 돋보이고, 패턴을 써야 할 때는 라틴아메리카의 강렬함이 들어 있다. 앞서 어린아이처럼 게임을 하던 아틀리에 비아제티는 곡선형 램프를 선보였다. 그들답게 세련되고 유려한 디자인이다.

LP 선율을 들려주는 스튜디오 LV의 토템 바이닐.

전시장은 북적이는 사람들로 다소 소란스러웠지만 이를 비집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스튜디오 LV(Studio LV)의 곡선형 가죽 소재 토템 바이닐(Totem Vinyl)이 돌아가고 있었다.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하나다. 그중 스타는 스튜디오 캄파나가 여덟 가지 컬러당 하나씩만 제작한 칼레이도스코프(Kaleidoscope) 캐비닛이다. 이 중 블루 버전이 전시장의 독립된 방에서 전시됐다. 또한 지난 10월 아트 바젤 파리에서 대규모로 선보인 코쿤 꾸뛰르(Cocoon Couture)의 새로운 제품인 보이타타(Boitatá)와 우이라푸루(Uirapuru) 역시 단 하나만 제작해 공개했다.

시각적으로 가장 화려한 공간은 홈 데커레이션 & 텍스타일 전시장이다. 초록색 점퍼에 검은색 야구 모자를 쓴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 맞이했다. 언제 봐도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이 스페인 디자이너 역시 루이 비통 홈 컬렉션에 처음 참여했다. 그의 점퍼처럼 선명한 색감의 가죽과 세라믹 오브제를 공개했다.

이탈리아 미래주의 운동의 거장 아티스트 포르투나토 데페로에게 경의를 표하며 구현한 미래적인 텍스타일과 테이블웨어.

스페인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Patricia Urquiola)는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아이콘 중 하나인 팔라버(Palaver) 의자에서 영감을 받은 화병과 독특한 색감의 트레이를 선보였다. 또한 여러 디자이너가 홈 컬렉션의 텍스타일 라인 개발에 참여했다. 2023년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에 참여해 바스켓 테이블(Basket Table)을 선보인 디자이너 듀오 자넬라토/보르토토(Zanellato/Bortotto), 크리스티안 모아데드의 현대적인 작품에서 기인한 패턴이 경쾌하다. 무엇보다 루이 비통은 홈 컬렉션의 시작을 기념하며 두 예술가를 기렸는데, 그중 한 명인 샬롯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아 블랭킷과 쿠션을 새롭게 출시했다. 울과 캐시미어 소재에 샬롯 페리앙의 작품에서 보인 기하학적인 문양이 수놓여 있다.

테이블 아트에서는 20세기 초 이탈리아 미래주의 운동의 거장 아티스트 포르투나토 데페로(Fortunato Depero)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의 작품 속 아방가르드하면서 환상적인 그래픽과 동물 그림이 테이블웨어와 홈 텍스타일 컬렉션으로 구현됐다.

전시장을 나선 저녁, 드넓은 안뜰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1934년 샬롯 페리앙이 설계하고 2013년 루이 비통이 복원한 라 메종 오 보르 드 로(La Maison au Bord de l’Eau)가 설치된 것이다. 생동감 넘치는 풋볼 테이블부터 우아하고 아늑한 소파, 컬러풀한 텍스타일, 예술품 같은 캐비닛과 코쿤 꾸뛰르에 이어 모더니즘의 정수 오두막까지, 루이 비통 홈 컬렉션의 여정은 슈퍼스타의 월드 투어 같았다. (VL)

    피처 디렉터
    김나랑
    COURTESY OF
    LOUIS VUITTON
    SPONSORED BY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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