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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 홈 컬렉션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 디자인의 코어

2025.05.27

루이 비통 홈 컬렉션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 디자인의 코어

루이 비통 홈 컬렉션에 새롭게 합류한 디자이너 패트릭 주앙, 하이메 아욘, 크리스티안 모아데드. 이들이 말하는 ‘잘 디자인된 오브제의 힘’.

존재의 이유를 찾아서, 패트릭 주앙

©Adrien Dirand

왜 세상에 존재하나? 프랑스 산업 디자이너 패트릭 주앙(Patrick Jouin)은 이렇게 자문한다. 세상이 어두울 때 희망의 빛을 건네고 싶은 인도주의자, 지속 가능성에 늘 각성 상태인 환경주의자인 그가 오브제를 말하다.

당신의 디자인을 정의하는 단어는?

하나의 단어만 고르기 어렵지만, 선택하자면 ‘혁신(Innovation)’. 이 단어는 단지 새로움만 의미하진 않는다. 기능성과 편안함, 사용자 중심의 사고방식까지 포괄한다. 단순히 목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놀라움이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오브제를 만들고자 한다. 형태와 기능을 기반으로 하되 그 너머를 지향하는 것. 오브제는 몸의 감각을 중심으로 설계하며, 거기엔 본능적인 직관과 감각이 담긴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런 직관성이 내 모든 작업에 흐르고 있다.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은?

‘왜 이 세상에 존재하나?’라는 본질적인 물음. 살아 있음은 어떤 의미일까? 자칫 무거운 이 질문이 자주 떠오른다.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기술을 의미 있게 사용하고 있나? 내가 하는 일이 나와 다른 이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하나? 세상이 어두울 때도 작은 희망이나 빛을 건네는 존재가 되고 싶다. 특히 지금처럼 ‘진보’라는 개념이 실패한 것 같은 시대에 말이다. 기술의 발전은 많은 것을 가져다줬지만, 동시에 지구를 파괴했다. 디자이너로서 이런 기술 진보의 중심에 있으면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내 작업에 충분히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지 늘 자문한다. 결국, 내게 주어진 것으로 ‘진정 옳은 일’을 하고 있나? 이 질문을 멈추지 않겠다.

‘잘 디자인된 오브제’의 힘은?

단순히 기능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환경을 경험하는 방식을 깊이 있게 변화시킬 수 있다. 어떻게 살아갈지까지 영향을 미친다. 내가 디자인한 루이 비통 소파는 단순히 좌석의 편안함을 넘어 ‘환영받는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다. 디자인은 너그럽고 포근하도록 의도했다. 소파의 곡선은 일부러 부드럽고 감싸는 형태로 설계해, 사용자가 몸을 맡기고 쉴 수 있다. 촉감이 좋은 가죽은 따뜻한 느낌과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이 구조는 사용자를 지지하고 감싸며, 물리적 편안함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우리가 선택한 재료, 예컨대 가죽이나 목재는 단지 미적 요소가 아니다. 우리가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느끼는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감각을 자극하고 땅에 닿아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활력이 있는 재료다.

루이 비통에서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즐기고, 일하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들었다. 디자이너로서 이 요청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 오브제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개념은 내 디자인 접근법과도 일맥상통한다. 디자인이란 일상 속에서 직관적이고 유연하며 풍요롭게 작용해야 한다는 내 신념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소파, 테이블 등 당신이 디자인한 홈 컬렉션을 관통하는 주제는?

균형이다. 형태와 기능, 우아함과 편안함의 균형. 각 작품은 단지 아름다움을 넘어 일상의 경험을 더 풍요롭게 하고자 한다. 하나의 예술품이자 기능적 오브제로, 모든 디자인 요소가 조화로운 환경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도록 고안했다.

‘우아함과 내구성’에 관한 당신의 인터뷰를 봤다. “강하지만 무겁고, 아름답지만 연약하다는 모순을 극복하고 싶었다”고 했다. 루이 비통 홈 컬렉션에서도 뛰어넘고 싶은 과제였나?

물론이다. 시각적으로 매력적이면서 일상에서 무리없이 사용할 만큼 견고한 오브제를 만드는 것이 도전이었다. 아름다움과 강인함의 균형을 찾고 싶었다.

홈 컬렉션 전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은 디테일은?

캐비닛을 여는 것. 연다는 행위는 아름다움 자체다. 자동차 문을 연다고 간주해보자. 이후에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무언가가 나타난다. 경이롭지 않은가?

홈 컬렉션 가운데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을 하나만 고른다면?

테이블은 어떨까? 표면이 수평적 예술품 같다. 그래도 가장 디자인하기 어렵던 퍼펙토(Perfecto) 의자를 고르겠다. 디자인은 즉각적으로 말을 건다. 이것 역시 강렬하고 아름답기에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길 거다. 오브제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이 의자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고 행복을 나눈다면 충분하다. 사실 그간 얼마나 많은 의자를 디자인했는지 셀 수 없다. 하나를 마무리하면 또 다른 창조를 해야 했다. 그래도 의자는 언제나 특별하다.

패트릭 주앙의 라군 모듈 소파와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의 암체어. 그 너머엔 크리스티안 모아데드의 아틀라스 테이블에 우르키올라의 디아고(Diago) 화병을 두었다.

의자가 디자인하기 가장 어려웠다면 빠르게 완성된 오브제는?

라군 소파는 단 몇 초 걸렸다. 종종 이런 행운이 일어난다. 꿈에서 작품 아이디어가 슬라이드 쇼처럼 흘러간다. 그때 나는 직관이 발동하도록 둔 채 그 쇼의 사진을 찍으려 한다. 그중 흥미로운 것을 디자인으로 발전시킨다. 이성보다 직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소파 디자인은 ‘루이 비통 초기 트렁크에 대한 헌사’라고 들었다. 과거의 디자인에서 무엇을 도출했나?

영감은 루이 비통 트렁크의 구조와 장인 정신에서 직접적으로 출발했다. 보강된 코너 처리나 가죽 활용 등이 그 출발점이었다. 소파 또한 트렁크처럼 견고하고 보호하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포근하고 편안해야 했다. 등받이의 조각적인 형태와 가죽 디테일은 트렁크에 대한 직접적인 오마주이며, 현대 생활공간에 어울리도록 유연하고 시간성을 뛰어넘는 형태로 재해석했다.

당신의 특정 생활 습관이 묻어난 오브제가 있나? 2023년 마크 뉴슨은 루이 비통의 ‘호기심의 트렁크(Cabinet des Curiosities)’를 만들 때 여행이 잦은 자신을 위해 “더 가볍고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내 삶의 단 한 가지 측면을 디자인에 축약하기는 어렵다. 내게 진정한 영감을 준 것은 루이 비통의 역사적인 트렁크와의 깊은 연결, 그 안에서 비롯된 여러 요소의 결합이다. 이 트렁크는 실용성과 세심한 설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행할 수 있도록 고안된 기술적 발전을 담은 오브제다. 또한 나는 ‘기다림’이라는 개념에도 깊이 매료되어 있다. 졸업 프로젝트에서 주요 사안으로 다룬 적도 있다. 기다림은 흥미롭다. 시간의 흐름이 잠시 멈춘 듯한 그 순간은 우리에게 주변 디테일에 몰입해 사유하게 만든다. 시간에 몸을 맡기고,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흘러가는 가운데 숨겨진 놀라움을 발견하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잘 고안된 오브제가 만들어내는 환경 속에서의 몰입감, 디자인에 담긴 세심한 디테일에 대한 집중, 그것이 나를 사로잡는다. 또 하나, 오브제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공유하는 순간도 중요하다. 소파든 테이블이든 의자든 이들은 단순한 기능적 요소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개인의 영역을 구성하는 동반자다. 오브제는 친밀한 일상의 일부이며, 우리가 모여 하루를 나누고,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공간의 중심이다. 이런 오브제는 우리의 일상적 경험을 더 풍요롭고 특별하게 만든다.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불어넣고, 친밀한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다.

스케치할 때 당신만의 버릇 혹은 고집은?

스케치는 내 작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다. 머릿속 이미지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아이디어에 생명을 불어넣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다. 늘 빨간색 시넬리에 스케치북을 사용한다. 디자인 여정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단순하지만 소중한 도구다. 거기에 연필이나 수채화 물감, 때로는 익숙한 도구가 없으면 커피로도 그렸다. 물론 초기 스케치가 끝나면 3D 모델링, 프로토타입, 여러 단계의 수정이 이어진다. 하지만 내 아이디어와 상상, 형태와 미학은 종이에 그린 스케치로부터 시작된다.

당신이 태어난 1967년 무렵은 모두가 플라스틱을 마구 쓰기 시작할 때다. 자신은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과 소재를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이번 컬렉션도 지속 가능성을 고민했나?

내게 중요한 것은 ‘시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움’과 ‘지속 가능성’을 모두 지닌 소재 선택이다. 이번 컬렉션의 핵심 소재 중 하나는 나무다. 올바르게 관리한다면 나무는 무한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를 실천하고 있으며, 이는 성장이 끝난 나무만 선택해 벌채하고, 벤 나무는 모든 부분을 낭비 없이 활용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된다. 예를 들어 울창한 숲에서 자라는 나무 중에서 필요한 나무만 간벌함으로써 빛이 숲 아래까지 도달하게 하고, 남은 나무가 더 곧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한다. 이런 방식은 수 세기 전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를 고안한 수도사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전통에 뿌리를 둔다. 나무 외에 가죽, 패브릭도 선택했다. 모두 고품질이며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소재다. 이번 컬렉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대를 걸쳐 물려줄 수 있는 오브제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시간이 지나도 본연의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모든 작업은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설계하며, 최소한의 낭비와 오래도록 지속되는 가치를 지향한다.

당신에게 ‘루이 비통 라이프스타일’이란?

우아함과 자유, 기쁨과 약간의 대담함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삶이다. 우아함은 흔히 정제되고 진지하며 엄격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루이 비통은 여기에 감각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삶을 즐기고 여유를 느끼며 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게 루이 비통이 말하는 우아함이다. 루이 비통의 라이프스타일은 전통적인 의미의 세련됨에 국한하지 않는다. 딱딱하거나 지나치게 진지한 것이 아니라 창의성과 유희의 표현을 담는다. 패션처럼 색감, 형태, 텍스처를 자유롭게 조합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이 브랜드는 우아함과 창의성을 동등하게 품고 있으며, 퍼렐 윌리엄스의 카무플라주 패턴이나 무라카미 다카시의 생기 넘치는 디자인처럼 유쾌하고 대담한 시도를 장인 정신과 결합해 보여준다.

유쾌함이 지구를 구한다, 하이메 아욘

하이메 아욘이 보타닉 컬렉션의 드로잉을 들고 있다.

유머와 생동감,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작품에 담는 스페인의 대표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 그는 루이 비통과의 협업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든다.

만날 때마다 아주 유쾌하다. 당신 작품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의 성격은 오브제에 스미는 듯하다. 동의하나?

그렇다. 디자이너의 성격이 분명히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 내 작품엔 늘 유머, 생동감과 약간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담겨 있다. 조형적 실험을 통해 오브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오브제가 나의 작은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당신의 디자인을 정의하는 단어는?

‘상상력(Imagination)’이라는 단어로 내 디자인 세계를 설명하고 싶다. 늘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깃든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내게 디자인은 기능보다 감각과 서사로 먼저 다가오는 언어다.

루이 비통 홈 컬렉션의 가구와 장식 라인 디자인에 합류한 소감은?

이번 협업은 예술적이고 정서적인 여정을 확장하는 계기이며, 루이 비통이라는 메종의 탁월한 장인 정신과 나의 창의적 비전을 하나로 연결하는 기회였다. 전통과 현대성, 정밀함과 상상력이 공존하는 공간에 들어가는 듯한 경험이었다.

홈 데커레이션과 텍스타일을 관통하는 주제는?

컬렉션의 중심에는 ‘자연과 생명력’이 있다. 식물학에서 영감을 받아 감정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오브제를 만들고자 했다. 각각의 오브제는 이야기의 일부이며, 형태와 질감, 색감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듯한 감각을 전달했다.

가장 만족스러운 디테일은?

소재 간의 조화다. 가죽, 세라믹, 금속, 옻칠, 무라노 글라스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도 각 소재가 지닌 정체성과 감성을 훼손하지 않는 균형을 완성했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면서도 내 디자인 언어가 분명히 살아 있다는 것이 특히 자랑스럽다.

의외로 쉽게 디자인이 도출된 오브제는?

보타닉(Botanik) 컬렉션의 일부 오브제는 거의 직관에 가까운 과정으로 완성됐다. 특히 유리 화병이나 가죽 트레이는 처음부터 명확한 이미지가 떠올랐고, 실물 제작 과정도 매우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익숙한 오브제를 조각처럼 새롭게 바라보는 데서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컬렉션 가운데 딱 하나만 집에 가져갈 수 있다면?

솔직히 모든 작품이 소중하다. 하나하나가 새로운 시도의 결과였고, 내 창작 세계의 확장이며, 루이 비통과의 특별한 대화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 하나만 선택하긴 정말 어렵다. 각각의 오브제에 고유한 감정과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모든 조합이 이번 컬렉션의 정체성을 완성한다.

‘잘 디자인된 오브제’의 힘은?

오브제가 단순한 기능을 넘어 감정을 자극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설명 없이도 호기심과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오브제야말로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존재다. 그런 오브제를 만들기 위해 언제나 장인 정신과 상상력을 결합한다.

지속 가능성, AI 등 여러 이슈가 있다. 2025년을 살아가는 디자이너로서 갖는 고민은?

우리는 디자인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무엇을 만들지’보다 ‘왜 만드는지’를 더 깊이 고민한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할수록 인간적인 터치와 이야기의 힘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손으로 만든 감각, 오래 남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지금의 도전이다.

한국과 인연이 깊다. 관련 프로젝트가 있나? 이 외에도 올해 가장 설레는 계획은?

한국은 내게 아주 특별한 나라다. 예술과 디자인을 대하는 섬세함, 실용성과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서 진행할 프로젝트도 조심스럽게 준비 중이다. 올해는 특히 설치미술과 공공 공간 디자인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시인의 애향가, 크리스티안 모아데드

COURTESY OF LOUIS VUITTON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적 유산을 디자인에 투영해온 크리스티안 모아데드(Cristián Mohaded). 그는 오브제마다 서사를 부여하고 시적 감성을 입힌다.

디자인의 핵심이 이야기인가? 202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장식 미술관(Museo Nacional de Arte Decorativo)의 전시 <테리토리오 이브리도(Territorio Híbrido)>에서 30여 명의 지역 장인과 협업했다. 당시에 “단순히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처럼 디자인 산업의 실질적 힘이 없다. 내 비전은 늘 공예에 닿아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무척 큰 나라고, 여러 종류의 재료와 여러 분야의 공예 기술이 존재한다. 이 프로젝트와 전시를 통해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모두가 AI 이야기를 하는 지금이 오히려 공예와 물질의 힘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잘 디자인된 오브제’의 힘은?

오브제는 서사를 가져야 하며, 설명 없이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물건 하나하나에 깃든 시적 감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내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디자인이다. 의미 없거나 비어 있는 오브제는 우리 작업 방식과 맞지 않다. 특히 지금 시대에는 디자이너 개인의 정체성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함께 드러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크리스티안 모아데드의 선셋(Sunset) 컬렉션 담요와 쿠션을 놓은 아벤투라 소파.

루이 비통 홈 컬렉션을 관통하는 주제는?

이번 컬렉션의 모든 작품은 현대적 미학과 인지 가능한 형태,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담고 있다. 루이 비통의 뛰어난 장인 정신과 탁월한 미감, 기술을 통해 그 균형을 구현해냈다. 무엇보다 루이 비통의 정신과 나의 라틴아메리카적 디자인 관점의 조화에 중점을 뒀다. 유산과 혁신을 결합해 시대를 초월한 조화로운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었다.

루이 비통에서 디자인과 관련한 특별한 요청이 있었나?

브랜드의 세계관을 ‘직관적이지 않은’ 형태로 표현해달라는 과제였다. 미묘하면서도 심오한 도전이었다. 이를 위해 루이 비통을 정의하는 본질적 요소를 탐구했다. 단순히 시각적인 참고가 아니라 그들의 정신, 럭셔리를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이해하려 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홈 디자인 언어를 구축했다.

2023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아파체타(Apacheta)’라는 8m의 패브릭 조각 탑이 인상적이었다. 아파체타는 안데스산맥 여행자들이 대지의 어머니에게 감사하며 쌓은 돌탑을 일컫는다. 아르헨티나 카타마르카주의 작은 마을인 레크레오에서 태어난 당신의 뿌리가 작품에 영향을 줬다고 짐작했다. 이번 컬렉션도 그런가?

당연하다. 모든 디자인은 내면에 문화적 유산을 간직한다. 디자이너에게 이것이 큰 역할을 한다고 믿고,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전하려 노력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작은 도시에서 보낸 나의 유년 시절에서 파생된 비전, 꿈, 흥미를 디자인과 결합하려 한다. 질문에서 언급한 아파체타는 여행에 대한 프로젝트였다. 루이 비통에서도 트렁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역시 여행과 관련 있다. 루이 비통 하면 트렁크와 패션 세계, 가방를 떠올릴 것이고, 이런 상징성과 디테일을 포착한 뒤 기술과 장인 정신을 융합하려 했다.

아틀라스 테이블.

가장 쉽게 도출된 디자인과 반대로 가장 쉽지 않았던 오브제는?

노에(Noé) 램프는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루이 비통 핸드백을 떠올리자 바로 참고하고 싶은 요소가 명확히 보였다. 실루엣, 금속 디테일, 가죽 스티치, 정제된 마감 등 패션 요소를 자연스럽게 소형 조명으로 풀어냈다. 반면 아틀라스(Atlas) 테이블은 복잡했다. 다양한 커팅과 소재 구성이 요구됐고, 홈 컬렉션의 조형성과 존재감을 잘 보여줘야 했기에 개발 과정이 꽤 까다로웠다.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밀라노에서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홈 컬렉션 중에서 하나만 스튜디오에 들일 수 있다면?

아벤투라(Aventura) 소파. 멋진 데다 오래 머물기 좋다.

가장 마음에 드는 디테일은?

페가소(Pegaso) 의자의 뒷면. 의자 자체는 단순하지만, 뒷면의 선이 변화를 주면서도 우아하고 섬세하다.

당신에게 루이 비통적인 라이프스타일이란?

‘의도적이고 아름다운 삶.’ 세련됨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동시에 환기하는 인생이다.

인티(Inti) 컬렉션의 세라믹 화병과 접시.

무엇이든 끊임없이 배운다고 들었다. 특히 바구니 짜기 같은 수공예 세계에 관심이 많다.

배우기를 좋아한다. 아르헨티나와 라틴아메리카에는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수공예 기술이 많다. 특히 바구니 공예, 텍스타일, 석재, 도자, 목재 등 자연 소재를 기술적으로 다루는 데 관심이 많다. 그중 도자기는 인류 역사상 오래된 공예 중 하나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 아르헨티나는 북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매우 다양한 직물 문화가 존재하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텍스타일을 다루려는 실험이 계속되고 있어 흥미롭다. 이런 점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더 깊이 탐구하도록 격려한다.

오늘날 창작자에게 가장 큰 도전은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를 잘 해석하고, 진심으로 좋아하고 열정을 느끼는 것에 집중할 때 가장 솔직해진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런 자기 탐구를 해왔고, 모든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디자이너든 예술가든 크리에이터든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과 연결되어야만 진정성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

디자이너로서 무거운 고민과 설레는 계획은?

늘 스튜디오의 틀을 넘을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찾는다. 현재 다양한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브랜드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설치미술이나 조형 작업, 프라이빗 클라이언트를 위한 아트 프로젝트 등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인테리어 디자인 컨설팅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도했다. 개인적으로는 예술적 접근이 가장 큰 추진력을 준다. 예술, 디자인, 목적, 기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 그것이 작업의 핵심이다. (VL)

    피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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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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