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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반바지를 입지 않던 사람이 쇼츠를 입는 법

2025.05.28

절대 반바지를 입지 않던 사람이 쇼츠를 입는 법

반바지를 입지 않습니다. 아주 짧은 쇼츠가 아니고서야 그 어떤 반바지도 입지 않습니다. 이건 스키니 진과 거의 박빙에 달하는 승부죠. 저는 무릎 아래 다리 길이가 짧습니다. 그 뜻은 허벅지가 길다는 의미고, 밝히고 싶지 않은 저의 약점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다리를 고스란히 드러내면, 특히 반바지를 입을 때 훨씬 더 짧아 보입니다. 뭐, 비율이 엉망이죠.

Design Vogue, Photo GoRunway

그래서 작년에 버뮤다 팬츠가 유행한다고 했을 때 ‘최악의 시기가 왔다’라고 생각했죠. 올해 들어 전 세계 <보그>에서 ‘2025년은 반바지야!’, ‘반바지를 입으세요!’, ‘버뮤다 팬츠가 얼마나 세련됐는지 아시나요?’라는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애써 무시하려고 했고요. 반바지에 관한 기사는 다른 에디터에게 맡겨두었습니다. 그러나 기온이 슬슬 올라가면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반바지 기사로 도배됐고요. 그중 <보그 런웨이> 패션 뉴스 에디터인 라이아 가르시아 푸르타도(Laia Garcia-Furtado)의 조언을 발견했습니다.

주제는 ‘반바지 입는 법’이고 부제는 멋지게 입는 법이었죠.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한 기사인가 싶어 클릭해보니 ‘반바지 이렇게 입으면 다리가 길어 보입니다’ 따위의 기사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최고로 시크한 쇼츠 스타일링’이라고 소개했더군요. 홀린 듯 글을 읽고 나니 반바지를 입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재고 따지지 말고 그냥 입으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거든요.

Rokh 2024 S/S RTW
Stella McCartney 2025 S/S RTW
Christian Dior 2025 F/W RTW
Elisabetta Franchi 2025 F/W RTW

가장 먼저 다룰 이야기는 ‘길이’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밑단이 무릎 바로 아래로 떨어지는 살짝 헐렁한 누 메탈(Nu-Metal) 스타일의 버뮤다 팬츠가 강세입니다. 2025년 컬렉션에서도 여러 디자이너가 비슷한 실루엣의 반바지를 런웨이 위로 올렸죠.

경쟁자는 또 있습니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팬티도 바지로 입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지 어언 2년. 팬티의 사촌 격인 얌전한 ‘마이크로 쇼츠’가 강력하게 부상했거든요. 한쪽 끝에는 길고 루스한 매니시 무드가, 다른 한쪽에는 여성 속옷에서 영감받은 극단적인 미니 스타일이 동시에 떠올랐죠. 두 극단은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지금은 애매모호함보다는 선명함이 필요한 때니까요.

Sandy Liang 2025 S/S RTW
Alberta Ferretti 2025 S/S RTW
Shiatzy Chen 2025 S/S RTW
Versace 2025 S/S RTW

길든 짧든 반바지를 조화롭게 연출하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2025년 스타일이 조금 다를 뿐이죠. 지난해와 달리 런웨이에서는 반바지를 수트처럼 활용했습니다. 깔끔한 스커트 수트를 떠올려보세요. 그다음 스커트 대신 반바지만 입으면 되죠. 발렌티노는 크로셰 크롭트 재킷에 짧은 레이스 쇼츠를 매치했고요. 드리스 반 노튼은 프린트가 들어간 롱 실크 쇼츠에 편안한 실크 재킷을 걸쳤습니다. 두 경우 모두 ‘온전한 한 벌’로 보였습니다.

Dries Van Noten 2025 S/S RTW
Valentino 2025 Pre Fall RTW

수트 셋업이라 하여 꼭 오피스 룩처럼 갖춰 입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이힐이나 메이크업은 집에 두고 와도 됩니다. 윌리 차바리아의 룩처럼 워시드 데님 쇼츠에 버튼다운 셔츠, 넥타이까지 맨 뒤 오버사이즈 데님 재킷을 덧입어 청청의 쇼츠 셋업을 완성할 수 있죠. 과하지 않으면서도(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점 인정합니다만, 하이힐보다 덜 과해 보입니다), 쿨한 룩이었고요.

Willy Chavarria 2025 S/S RTW
Fiorucci 2025 S/S RTW, Courtesy of Fiorucci

핵심은 모든 아이템을 꼼꼼하게 고려해 매치했음에도 깔끔해 보인다는 겁니다. 저는 피오루치(Fiorucci)처럼 청청으로, 혹은 스텔라 맥카트니처럼 후디에 오버사이즈 블레이저를 걸쳐 캐주얼한 무드로 시도해볼까 합니다. 자꾸만 까먹게 되지만, 올여름만큼은 ‘원하는 대로 뭐든 입어라!’라는 미우치아 프라다의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고서 말이죠.

Laia Garcia-Furtado
사진
GoRunway, Courtesy Photos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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