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샤넬, 블랙보다 우아한 블루

“블루는 블랙만큼 우아합니다.” 샤넬 부스에 들어서자 가브리엘 샤넬이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중앙의 커다랗고 둥근 구조물이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조명 역시 파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루’라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바닷속이나 밤하늘과는 달랐다. 새로운 차원의 블루, 즉 ‘샤넬 블루’였다.
세라믹 소재를 시계에 접목해 샤넬 워치의 아이코닉한 컬렉션으로 등극한 J12가 25주년을 맞이해 특별한 시계를 선보였다. 2000년 처음 출시한 블랙 에디션, 2003년 화이트 에디션 이후 처음으로 다른 색을 입힌 것. 샤넬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Arnaud Chastaingt)은 오랜 시간 샤넬 하우스의 컬러 코드를 연구했다. 색과 빛이 전혀 없는 블랙에 푸른빛이 감돌기를 바랐고, 5년간의 연구 끝에 ‘J12 블루’만을 위한 특별한 톤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왜 블루일까? 해답은 과거부터 이어온 하우스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단순한 색의 취향을 넘어 시대를 앞선 창립자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샤넬에게 블루 컬러는 특별했다. 그는 1920년 초, 프랑스의 휴양지 도빌과 비아리츠에서 해군 유니폼을 보고 받은 영감으로 네이비 블루 컬러를 여성복에 처음 도입해 마린 룩을 선보였다. 당시 블루는 여성복에서 흔치 않은 색이었지만, 샤넬의 블루는 여성스러운 기존 패션 규범에 도전하는 ‘해방의 컬러’였다. 블랙처럼 시크하면서도 유연한 중성성을 담고 있어서 샤넬이 지향한 젠더리스와도 맞닿아 있다. 이처럼 샤넬에게 블루는 자유, 무한함의 상징이자 삶의 태도였던 것이다. 이후에도 꾸준히 블랙과 네이비 조합을 통해 세련되고 정제된 스타일을 창조했고 이는 패션, 향수를 거쳐 워치에 이르렀다. “블랙 컬러에 은은한 블루빛을 넣고 싶었습니다. 강렬하면서도 우아함이 느껴지고, 블랙에 가까우면서 블루에도 가까운 오묘한 컬러를 원했죠.” 아르노 샤스탱의 말처럼 블랙도 블루도 아닌 그 사이에서 빛의 각도에 따라 블루 컬러가 오묘한 매력을 뽐내는 J12 블루 워치가 기술력을 더해 아홉 가지 에디션으로 탄생했다.
부스 중앙에 자리 잡은 J12 블루는 조명과 각도에 따라 컬러가 다르게 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블랙에 가까운 오묘한 블루 컬러의 세라믹 브레이슬릿에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섬세한 차이가 느껴지는 다이얼이 특징인 시계들이 가장 먼저 보였다. 인덱스에 세팅한 바게트 컷 사파이어가 뿜어내는 블루와 매트한 블루 세라믹이 만나 우아함을 더한 ‘J12 블루 칼리버 12.1 38mm’ 워치와 ‘J12 블루 칼리버 12.2 33mm’ 워치, 블랙 베젤과 유광 인디케이터를 갖춘 ‘J12 블루 칼리버 12.1 38mm’는 이번 컬렉션의 정수를 보여준다. 12개의 다이아몬드 인디케이터를 세팅한 33mm 케이스로 제작한 ‘J12 블루 칼리버 12.2 33mm’도 블루 세라믹 위에서 형형한 빛을 발산한다. ‘J12 블루 다이아몬드 뚜르비옹’ 워치는 케이지 중앙에 세팅된 솔리테르 다이아몬드를 얹어 매혹적인 디자인을 극대화했다.
진귀한 사파이어를 세팅해 오묘한 색감과 반짝이는 광채를 자랑하는 모델도 눈길을 끌었다. ‘J12 블루 사파이어’는 베젤과 다이얼, 브레이슬릿에 블루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세팅해 매트한 블루 세라믹과 대비를 이뤘고, 42mm 모델에는 170개의 바게트 컷 사파이어를 올리고 28mm 모델에는 196개의 바게트 컷 사파이어를 세팅해 차이를 주었다. ‘J12 블루 38mm 사파이어’ 워치는 58개의 천연 바게트 컷 사파이어가 밝은 블루 컬러로 빛나며, 짙은 블루 세라믹과의 강렬한 대비를 보여준다. 이는 샤넬의 뛰어난 보석 세팅 기술력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마지막으로 ‘J12 블루 엑스레이’ 워치는 앞선 시계와 확실히 다른 투명함을 자랑한다. 깊고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블루 컬러로, 제작에만 1,600시간 이상이 소요된 이 타임피스는 화이트 골드 소재의 베젤과 브레이슬릿 링크에 196개의 투명한 블루 바게트 컷 천연 사파이어를 세팅했다. 투명과 불투명을 넘나들며 푸른빛으로 유영하는 아홉 가지 에디션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샤넬 블루’에서는 샤넬만의 노하우와 열정, 자부심이 느껴졌다. 왜 블랙도 화이트도 아닌 블루를 선택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샤넬의 블루는 엄격하고도 우아했다. (VK)
- 디지털 에디터
- 가남희
-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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