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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푸드 트립_테마를 가지고 여행하기

2025.05.29

미시간 푸드 트립_테마를 가지고 여행하기

신선한 식재료와 유서 깊은 메뉴, 젊고 패기 넘치는 요리사들 덕분에 미시간주의 미식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최신 미식 트렌드와 꾸준히 인기 있는 식문화를 아우르는 미시간 푸드 트립을 <보그 리빙>이 민첩하게 구상했다.

그래너 팜의 새콤달콤한 꽈리.

시카고에서 해안가를 따라 미시간으로 향하다 보면 수많은 광고판을 보게 된다. 케니 지의 카지노 공연부터 미시간주 최고의 건설사(“우리는 겨울에 짓습니다”)와 수많은 주류 판매점까지 앞다투어 저마다의 차별점을 홍보한다. 그러나 레드 애로 고속도로(Red Arrow Highway)를 타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한 호숫가, 목가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모래언덕, 휴양지에서 구입한 엽서에서 본 모습 그대로 푸르고 투명한 바다 같은 것이 시야를 독차지한다. 이곳이 바로 미시간주 남서쪽을 일컫는 하버컨트리(Harbor Country)다. 하버컨트리를 이루는 8개 작은 마을은 전부 미시간호와 맞닿아 있으며 어디든 호수로부터 차로 15분 거리에 자리한다. 시카고에서 1시간 30분, 디트로이트에서 3시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2시간 30분을 달리면 도착하는 이곳은 오래된 선술집뿐 아니라 긴 세월 한 번도 방문객의 발걸음을 놓친 적 없는 유명한 버거집과 소박한 아이스크림 가판대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농장주와 레스토랑 소유주의 도전적인 행보로 새로운 미식 열풍의 중심지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들은 약 600㎢ 규모에 이르는 지역 농지를 기반으로 삼은 독창적인 음식을 통해 자신이 발 딛고 살아가는 땅을 보존하는 역할까지 도맡는다.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Lake Shore Drive)를 따라가다 보면 미시간호의 광활한 전망을 파노라마 뷰로 즐길 수 있다.

미시간의 과일 재배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에는 사과와 복숭아 과수원이 드넓게 펼쳐진다.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탐스러운 광경은 미시간의 수많은 농산물 판매점과 포장된 주스, 잼, 그래놀라 바, 맥도날드 애플파이의 원천이다. 또한 이곳에서 재배한 콩, 곡물, 홉, 아스파라거스와 모든 종류의 농산물은 지역 최고의 레스토랑 인기 메뉴로 각광받는다. 그 말은 곧 적당한 주방을 갖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전 세계 셰프들도 탐낼 만한 최고의 식재료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며, 외식을 하는 경우 왕처럼 식사를 만끽할 수 있다는 말이다.

레드 애로 고속도로와 맞닿은 곳에 자리한 휘슬 스톱 그로서리에서는 ‘해변’ 하면 기대하게 되는 온갖 샌드위치와 간식을 맛볼 수 있다.

미시간 여행 계획을 구상 중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그래너 팜(Granor Farm)에서 제공하는 저녁 식사부터 예약하라. 이곳의 테이스팅 메뉴는 지역 최고의 특산물만 골라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로 미국 전역의 미식가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 다음엔 푸드 트럭 햄버거, 거대한 샌드위치, (때로는 볼링 게임을 하면서) 사이다나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모래언덕 하이킹, 해변 일광욕으로 나머지 일정을 채워라. 이후엔 식탁에 대한 영감을 잔뜩 얻은 상태로 여행 가방에 제철 과일을 두둑이 담아 흡족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면 된다. 이제 조식부터 평생 잊지 못할 저녁 식사를 모두 아우르는 <보그 리빙>만의 미시간 미식 여행 팁을 낱낱이 공개한다.

MORNING

평화로운 환경에서 방목하는 그래너 팜의 암탉.

하버컨트리 여행의 베이스캠프는 뉴버펄로(New Buffalo)로 삼을 것을 추천한다. 휘태커(Whittaker)는 시내와 다소 경사진 동네를 지나 곧장 해변으로 이어지는 메인 스트리트이니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데이비즈 델리카트슨(David’s Delicatessen) 주위로 특히 긴 줄이 늘어선다. 이곳의 공동 대표 조 린지(Joe Lindsay)와 엠마 브루스터(Emma Brewster)는 로컬 아티스트의 사진과 그림으로 꾸민 공간에서 푸짐한 베이글과 샌드위치, 델리 메뉴와 함께 정신이 번쩍 드는 인텔리젠시아 커피를 내놓는다. 가장 인기 있는 아침 메뉴는 루벤(Reuben) 샌드위치. 얇게 저민 콘비프와 끈적하게 흘러나오는 달걀프라이, 러시안 드레싱이 두툼하게 쌓여 극한의 쾌락을 제공한다. 구운 호밀, 황금 비트, 구운 양파 스프레드, 매콤한 당근, 절인 오이, 완두콩, 파슬리 샐러드, 비건 허브 마요네즈를 얹은 ‘우리는 살아갈 거야, 호밀밭의 파수꾼처럼!(We’re Going to Live On, We’rre Going to Surv-rye-ve!)’이란 메뉴와 같이 현지 농작물과 말장난을 활용한 특식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 레스토랑 칠판을 늘 눈여겨보라.

레드 애로 고속도로와 맞닿은 휘슬 스톱 그로서리(Whistle Stop Grocery)로 향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허니 시나몬 라테와 바삭한 메이플 스콘의 환상적인 궁합을 맛볼 수 있다. 해변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면 샐러드와 랩 메뉴, 다채로운 탄산음료를 테이크아웃해서 즐기는 것도 좋겠다.

MIDDAY

데이비즈 델리카트슨에서 아침을 먹은 후, 휘태커를 따라 모랫길을 조금만 걸어가면 뉴버펄로 해변에 도착한다. 모래 위에 담요를 깔고, 맑고 시원한 물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햇빛 아래서 느긋하게 몸을 뉘어라. 미국 동부 끝자락에 있는 하버컨트리에서는 7월 중순이면 저녁 9시까지 햇살을 즐길 수 있다.

북쪽의 워런 듄스 주립 공원(Warren Dunes State Park)에는 사파이어 호수와 모래언덕이 나란히 펼쳐진 5km 길이의 해변이 있다. 해변에서 낮잠을 자기 전에 하이킹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마운트 랜들 루프(Mount Randall Loop)는 모래언덕과 매혹적인 숲길을 아우르는 6.5km 길이의 등산로다. 미시간호의 경치를 음미하며 호젓하게 거닐기 좋은 곳. 꽤 관리가 잘되는 해변 화장실 근처 주차장에는 괜찮은 타코 트럭이 있다. 누워서 독서하는 일에 그다지 흥미가 없다면 카누와 카약에 도전해도 좋다.

LUNCH

햄버거 전문점 레다막스는 미시간주를 거쳐간 모든 이들이 그리워하는 곳이다.

최근 문을 연 레스토랑 레이 앤 앨스 인 걸리언(Ray & Al’s in Galien)은 소박한 숲속 마을 어귀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공동 소유주 레이나 라슨(Reyna Larson)과 앨리스 호프만(Alice Hoffmann)의 이름을 내건 곳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현지인마다 서로 ‘달링’이라고 인사를 주고받는 정감이 넘치는 카페다. 햇살이 깊숙이 들어오는 자리에서 속이 꽉 찬 칠면조 샌드위치와 베이컨을 곁들인 맥 샐러드를 맛보길 추천한다.

해변 분위기가 짙게 풍기는 개더 올 데이(Gather All Day)는 더 모던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다. 제철 채소를 가득 넣은 곡물 샐러드, 육즙이 가득한 로스트 치킨, 아주 얇게 썬 감자튀김은 통통 튀는 내추럴 와인과 특히 궁합이 좋다. 엠마 하스 앤 마켓(Emma Hearth & Market)에서 쫄깃하고 크리스피한 화덕 피자와 레몬 소다 혹은 시원한 로사토 한 병을 테이크아웃해 야외 피크닉 테이블에서 즐겨도 좋다. 마르게리타 피자에 곁들이는 바질잎은 무화과잎만큼 큼지막해서 피자를 뒤덮을 정도다.

AFTERNOON

레드 애로 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앤티크 숍이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온갖 빈티지 패브릭을 내놓은 하버트 앤티크 몰(Harbert Antique Mall)과 나무로 만든 소 모양 오브제로 유명한 소여 앤티크 몰(Sawyer Antique Mall)이 방문할 만하다. 인테리어 소품에 무관심한 스타일이라면 중세풍으로 리모델링한 볼링장 안에 자리한 피츠 사이다 소셜(Peat’s Cider Social)에서 톡 쏘는 현지 사이다를 마시며 느긋한 오후를 보내자. 날씨가 눈에 띄게 화창한 날에는 시즈 브루어리(Seedz Brewery)에서 가볍고 거품이 많은 체코 스타일의 믈리코(거품이 많아 우유처럼 보이는 맥주)를 한잔 마시고 싶을 것이다. 혹은 홉 헤드 농장(Hop Head Farms)에서 직접 재배한 홉으로 만든 전통 사워나 트랜지언트 아티잔 에일스(Transient Artisan Ales)의 팜하우스 에일을 즐기는 오후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DINNER

그래너 팜의 디너 코스는 마법 같은 온실에서 펼쳐져 더 인상적인 기억을 남긴다.

그래너 팜은 미시간주의 유일무이한 레스토랑이자 지역 농업을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곳이다. 미국 농업의 미래를 상상하게 할 만큼 선구적인 장소로 CSA(공동체 지원 농업), 농작물 상점, 곡물과 양조 프로그램, 아이들을 위한 캠프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래너 팜의 저녁 식사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요리 대회인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에도 노미네이트된 적이 있으며, 농장은 유명 셰프이자 요리책 작가, 미시간 농부의 딸인 아브라 베런스(Abra Berens)의 총괄 아래 일군다. 당연히 주말 저녁 식사 예약은 빠르게 마감되는 편. 일곱 가지 메뉴로 구성한 디너 코스는 농장의 풍성한 식재료로 정교하면서도 소박하게 구성한 요리를 선보인다. 갓 딴 샐러드 채소, 가리비처럼 보이는 콜라비 요리(진짜 가리비보다 더 맛있다), 자두를 구워 만든 깃털처럼 가벼운 클라푸티(검은 체리를 구워 만든 프랑스 전통 디저트)가 그 예다. 운이 좋다면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꺼리는 베런스가 직접 그날 식사에 대해 소개한 후(“오늘은 토마토를 배불리 먹게 될 것입니다”) 오픈 키친에서 플레이팅에 매진하고 있는 셰프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특별한 광경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본격적인 와인 페어링이 시작되고 대화가 무르익으면 이 음식이 운 좋게 레스토랑에 입성한 이방인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생태계를 지켜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CSA를 위해 미시간을 찾는 이들과 요리에 필요한 싱싱한 고기와 치즈를 공급하는 미시간주 농장, 이곳에서 일하기 위해 멀고 먼 텍사스에서 이주한 직원에 이르는 거대한 미식 생태계에 핵심 영양분을 공급하는 곳이 바로 그래너 팜이니 말이다.

LATE NIGHT

더 폴스 프런트의 칵테일 메뉴는 심하게 유동적이니 꼭 맛보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사전에 문의한 후 방문하길 권한다.

오후 6시가 되면 데이비즈 델리카트슨의 조명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가구 배치가 뒤바뀌며, 공간은 순식간에 칵테일 바 더 폴스 프런트(The False Front)로 탈바꿈한다. 이곳 직원들은 전부 미시간주의 다른 요식업계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재배하는 농산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경외심을 갖고 있으며, 그 열정은 칵테일을 전에 없던 방식으로 만드는 일에 발휘된다. 무화과 타임 시럽, 배 브랜디, 염소 치즈 맛을 입힌 오피르 진으로 만든 칵테일 피그 레보스키(Fig Lebowski)가 좋은 예다. 이곳에서 칵테일을 즐긴 다음엔 근처 아이스크림 가판대 오잉크스 더치 트리트(Oink’s Dutch Treat)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큼지막한 쿠키 조각이 알알이 박힌 초콜릿 아이스크림 미시간 포트 홀(Michigan Pot Hole)과 함께 밤을 마무리하는 것만큼 미시간의 밤을 행복하게 누리는 법은 없다.

꼭 알아둘 것

최고의 기념품 그래너 팜과 뉴버펄로 파머스 마켓에서 만날 수 있는 콩, 잼과 곡물. 인스타그램(@dunedough)에서 현지 베이커리 브랜드 듄 도우 브레드(Dune Dough Bread Co.)의 사워도우를 살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자.

방문하기 좋은 시기

피서 인파를 피하려면 5월 말이나 9월 초를 겨냥하라.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도 여름만큼 아름다우니 참고할 것.

집처럼 아늑한 숙소

하버 그랜드 호텔(The Harbor Grand Hotel)은 대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부티크 호텔 같은 느낌이라 특히 요즘 세대에게 인기가 좋다. 객실마다 벽난로가 있는 것도 매력 포인트. 실내 수영장, 스파, 투숙객용 자전거를 1박에 255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모두 누릴 수 있다.

꼭 방문할 곳

미시간주와 일리노이주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맛집을 한 곳만 권한다면 1946년부터 수많은 여행객과 임시 거주자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한 레다막스(Redamak’s)를 꼽을 것이다. 낡은 나무판자가 뿜어내는 광택이 실내를 기름진 빛으로 물들이는 가운데 아이들은 곧장 오락실로 달려가고,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바(Bar)에 모인다. 10대 종업원들은 부스와 테이블 사이 좁은 공간을 분주히 오가며 대체 누가 사이드 메뉴로 샐러드를 주문했는지 알아내려고 애쓴다(사이드 샐러드를 주문하는 것은 초짜 방문객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레다막스는 확실히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은 아니다. 2016년이 되어서야 상추와 토마토를 제공하기 시작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이곳 주방은 어느 곳보다 활력이 넘치고, 올여름에도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할 전망이다. 당부하건대 주문은 최대한 간결하게 할 것. 체더 바이트, 벨비타(Velveeta) 버거, 어니언 링 정도가 적절하다.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왁자지껄한 공간에서 민첩하게 빠져나와 신선하고 고요한 여름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며 손에 잡히는 햄버거가 선사하는 행복을 충분히 만끽하라. (VL)

    피처 에디터
    류가영
    Alex Beggs
    사진
    Christina Holmes, Emily Berger, Wesley Mogu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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