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액티비티 로드_테마를 가지고 여행하기
태양이 작열하기 전 트레킹을 즐기고, 신선한 포케를 먹은 후 서프보드를 끼고 바다로 뛰어드는 삶. 역동적인 에너지가 들끓는 하와이에서 새로운 버전의 나를 활성화하다.

8시간 35분 후면 하와이의 다니엘 K. 이노우에 국제공항에 당도하는 하와이안 항공 비행기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충분히 누린 것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잘한 선택이었다(물론 자체적으로 비행 모드에 돌입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번 하와이 여행에서 웹 서핑을 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일은 허용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미국이 50번째로 품은 주. 태평양 한가운데서 오랜 시간 낙원의 지위를 사수해온 하와이는 4개의 큰 섬과 4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다. 전체 인구의 80%, 약 147만 명이 거주하는 오아후(O‘ahu)와 지난 2023년 산불 피해를 입었으나 여전히 ‘가장 하와이스러운 섬’이라고 칭송받는 마우이(Maui)가 이번 여정의 목적지였다.

오아후에 도착해 공항에서 차로 15분 정도 달리자 매직 아일랜드 해변이 나타났다.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곁을 내주는 와이키키 해변을 외지인에게 양보한 현지인들이 가족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고, 해변과 붙어 있는 널찍한 공원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근처 호놀룰루 메이커스 마켓에서는 지역의 소규모 원예인을 지원하는 취지의 ‘블룸 가든 앤 아트 페스티벌’이 막 시작된 참이었다. 신선한 재료를 가미한 말차 라테와 실용적인 예술품을 구경하는 사람들 뒤로 그래피티 아트로 유명한 카카아코(Kaka‘ako) 예술 거리 내 복합 문화 공간 솔트 앳 아워 카카아코(SALT at Our Kaka‘ako)에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도무지 묵인할 수 없는 환상적인 날씨와 풍경 덕분에 하와이에서는 많은 일이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듯했다.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하는 다음 날 아침, 하와이안 셔츠와 크로셰 니트를 뒤로하고 물병과 선글라스, 선크림을 챙겨서 운동복 차림으로 호텔 방을 나섰다. 왕복 2.6km의 완만한 코스를 거닐며 호놀룰루를 파노라마 뷰로 감상할 수 있는 레아히(Lē‘ahi)에 도착한 것은 오전 8시.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이고 본격적인 하이킹을 시작하려는데 땀범벅이 된 채로 건강한 미소를 지으며 반대편에서 걸어 내려오는 수많은 사람이 보였다. 그러나 조급할 필요는 없다. 자연보호를 위해 분화구 바닥에서 전망대까지 단 한길로 조성한 코스는 성인 기준으로 정상까지는 약 45분, 하산할 땐 30분 정도면 가뿐히 완주할 수 있다.


레아히에서 몸풀기를 완벽하게 마친 덕분일까. 오후에 이어진 서핑 시간에는 과감하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첫 서핑의 기억을 아름답게 추억하게 된 것은 전부 오하나 서프 프로젝트(Ohana Surf Project) 덕분이다. 우리 일행을 전담한 실력파 코치 첼시 루이스(Chelsea Lewis)는 파도를 한 번 탈 때마다 용기를 북돋우면서도 예리한 피드백을 건네며 네 명 중 세 명이 선 자세로 파도를 타게 하는 데 성공했다(내게는 살짝 몸을 낮추고 두 다리에 최대한 힘을 주라고 강조했다). 오하나 서프 센터에서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는 안내 영상을 시청한 후 정확히 1시간 만에 이룬 성취였다.

다음 날에는 알라 모아나 센터나 로열 하와이안 센터 같은 대형 쇼핑몰보다 규모가 약 1,619만㎡에 이르는 광대한 목장 쿠알로아 랜치(Kualoa Ranch)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쥬라기 공원>, <쥬만지>, <고질라>, <첫 키스만 50번째> 등 대작 50편 이상의 배경이 된 목장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역동적인 방식으로 탐방할 수 있었다. UTV, 승마, 집라인 등 14가지 액티비티 중 진취적인 성향의 한국인이 특히 자주 즐긴다는 e-Bike를 추천받아 도전했다.

촬영 명소지만 방해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쿠알로아 랜치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목장을 활보 중인 이들과 쉽게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광활했고, 나는 사진을 찍거나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 시시때때로 멈춰 섰다. 이곳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햄버거(일명 ‘카우보이 스타일’이라 불리는 파니올로 버거(Paniolo Burger)를 골랐다)는 땀 흘린 만큼 풍미가 짙게 배어났다. 다채로운 액티비티를 통해 낯선 땅과 한층 긴밀한 호흡을 주고받았기 때문일까. 마우이로 떠나기 전날 밤, 바다 위에서 라이브 DJ 음악을 들으며 무제한으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오션 앤 유(Ocean and You) 투어에서 바라본 오아후의 풍경이 한층 친근하게 다가왔다.

오아후에서 비행기로 약 40분 거리인 마우이섬은 또 다른 세계였다. 정복자 같은 기세로 산과 바다를 탐험한 오아후와 달리 마우이에서는 더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과 생명을 마주했다. 블루 하와이안 헬리콥터(Blue Hawaiian Helicopters)에 탑승해 내려다본 풍광부터가 아찔했다. 위태롭게 치솟은 해식 절벽 꼭대기에서 에메랄드빛 바다로 직하강하는 폭포수와 무서울 정도로 울창한 열대우림이 141.62km에 이르는 해안선을 매끄럽게 가로지르는 유능한 파일럿의 지휘에 따라 차곡차곡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정도의 상공이라면 운 좋게 목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혹등고래는 마우이 오션 센터(Maui Ocean Center)의 돔 형태 극장에서 생생한 3D로 만났다. 1998년 개관한 마우이 오션 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태평양 산호군을 보호하고 있으며 1년에 약 300마리의 바다거북을 구조하는 고맙고 든든한 곳이다. 2년 전 신설한 하와이안 컬처 앤 보태니컬 플랜트 투어는 식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90분에 걸쳐 애절한 탄생 비화를 간직한 나우파카(Naupaka)부터 타로를 의미하는 칼로(Kalo) 등 센터 곳곳에 자생하는 식물을 관찰하고, 하와이어로 발음하며 하와이 문화에 한발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생각보다 학구적인 분위기로 젊은 커플과 노부부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한데 어우러진다.

할레아칼라(Haleakalā)에서의 일출은 마지막 미션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보기 위해 해발 3,000m 높이의 휴화산에 새벽같이 모여든 사람들과 온기를 주고받으며 발아래 깔린 구름 사이로 뜨거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고대했다. 완벽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해를 보기 위해 두 번이나 하와이를 찾았다는 친구 부부의 말을 떠올리며 눈앞의 풍경을 최대한 오래 눈에 담았다. 조금 더 머물자 불그스름한 땅과 은빛으로 반짝이는 다육식물이 하나둘씩 시야에 포착됐다. 할레아칼라 유경험자들의 증언처럼 하와이 여행의 백미로 삼기 충분한 광경이었다.

하와이에서는 늘 평소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발코니로 나가보면 바다에는 서핑 중인 무리가 수두룩했다. 조식을 먹으러 나가면 이미 러닝이나 요가를 한바탕 마치고 아사이 볼을 주문하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햇살의 축복은 끝이 없었고, 비타민 D를 마음껏 흡수한 사람들은 한창 성장 중인 식물처럼 이른 아침부터 싱그럽게 빛났다. 많이 움직이는 만큼 잘 쉬는 것도 중요했는데, 그런 점에서 하얏트 리젠시는 든든한 베이스캠프였다.
오아후의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 앤 스파에서는 최근 개방한 주니어 스위트룸에 투숙했는데, 이곳에서 만끽한 와이키키 해변의 풍광은 한층 고요하고 프라이빗했다. 오전 6시부터 코나 원두 향을 퍼뜨리는 카이 커피 하와이와 야심한 시각에도 테킬라를 공수할 수 있는 ABC 스토어 등을 갖춘 푸알레이라니 아트리움 숍이 호텔 안에 있으니 시간에 쫓길 일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수영장과 레스토랑, 할레아칼라만큼 황홀한 석양을 품은 하얏트 리젠시 마우이 리조트 앤 스파가 아니었다면, 마우이에서의 여정도 조금 버겁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그렇게 하와이와의 뜨거운 첫 만남이 지나가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나는 일상의 활력이 필요할 때마다 하와이를 떠올린다. (VL)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포토
- COURTESY OF HAWAI‘I TOURIS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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