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은 스타일링의 마지막 레이어이자 정체성을 드러내는 고요한 방식이다. 패션 하우스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향기.
FREEDOM NOW
자유를 입은 여자, 그리고 그 자유를 향으로 노래하는 입생로랑 뷰티의 ‘리브르(Libre)’. 여성에게 남성의 수트를 입힌 혁신의 순간, 금기를 미학으로 바꾼 이브 생 로랑의 손끝에서 시작된 변화는 패션을 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의 전환점이 되었다. 경계를 허무는 아름다움, 성별의 이분법을 가볍게 비틀며 탄생한 그 새로운 시선은 지금, 하나의 향으로 피어오른다. ‘리브르’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을 위한 도구이자 감각의 상징이다.
(위부터) YSL BEAUTY ‘Libre Flowers & Flames Eau de Parfum’ 백합을 중심으로 네 가지 화이트 플라워가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게 어우러진다. 차분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자아내며 리브르가 지닌 본연의 관능적인 뉘앙스를 강조한 플로럴 향. ‘Libre Eau de Parfum’ 깨끗한 라벤더와 부드러운 오렌지 블로섬이 조화를 이루며, 마지막에는 은은한 파우더리 머스크가 따뜻하게 자리 잡는다. 전통적인 남성 향조를 여성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이 향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감도와 애티튜드를 지닌 이들을 위한 것이다. 자신만의 목소리로 세상과 대화하려는 이들을 위한 향취. ‘Libre L’Eau Nue Parfum de Peau’ 지중해의 뜨거운 여름을 닮은 이 시트러스 플로럴 향은 산뜻함 속에 깊이 있는 아로마를 품고 있다. 알코올을 배제하고 오일 인 워터 포뮬러를 채택해 촉촉하게 스며드는 텍스처와 더불어 하루 종일 이어지는 뛰어난 지속력이 인상적. 최신작인 ‘리브르 로 뉘’는 태양 아래 보석처럼 빛나는 순백의 보틀을 통해 워터 베이스 향수의 순수성과 투명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EN VOYAGE
루이 비통이 향을 통해 풀어낸 여행의 언어. 메종의 노마드 정신을 상징하는 퍼퓸 컬렉션은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트뤼(Jacques Cavallier-Belletrud)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울창한 자연에 둘러싸인 유서 깊은 향수의 요람 그라스에서 태어나 조향 명가의 유산을 3대째 계승한 그는 꽃과 원료, 배합 기술을 모두 마스터해 향이 지닌 감각적 여정을 이끌어낸다. 루이 비통의 프래그런스는 흔적처럼 남아 시공간을 뛰어넘는 감정의 지도를 완성한다.
(위부터) LOUIS VUITTON ‘L’Immensité’ 신선한 생강과 자몽의 쌉싸래함이 어우러져 산뜻한 여운을 주고, 중독성 있는 앰버 향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 ‘Afternoon Swim’ 청량한 바닷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에너지 넘치는 향. 비타민 과즙을 듬뿍 머금은 상큼한 오렌지와 진저, 베르가모트, 만다린이 어우러졌다. ‘Spell on You’ 플로렌스 아이리스와 그라스산 로즈, 아카시아 플라워 등 꽃과 식물 향의 베이스가 기분 좋은 긴장감을 준다. 구름처럼 가벼운 화이트 머스크의 파우더리함이 조화를 이룬다. ‘eLVes’ 불가리안 로즈 앱솔루트와 센티폴리아 로즈가 섞여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장미의 이중적 매력을 담아낸 신제품. 여기에 블랙커런트, 복숭아, 코코넛 밀크를 더했다. 파촐리의 베이스 노트와 고순도의 암브록산이 깊이 있는 여운을 남긴다. ‘Attrape-Rêves’ 깊은 밤 유성이 쏟아지는 것을 바라볼 때 느끼는 황홀함에서 영감을 받은 향. 아프리카산 카카오꽃과 작약의 조합, 여기에 파촐리 에센스와 튀르키예 장미 원액을 더한 우아함의 결정체다.
BREAK THE FRAME
‘패러독스(Paradoxe)’는 여성 안에 공존하는 수많은 얼굴을 ‘역설’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 향. 클래식 스타일의 공식을 깬 트라이앵글 보틀이 전통과 혁신 사이를 우아하게 가로지르는 프라다 뷰티만의 미학을 드러낸다. 조향사 앙투안 메종뒤(Antoine Maisondieu)와 나데주 르 갈란테젝(Nadège Le Garlantezec), 샤말라 메종뒤(Shyamala Maisondieu)의 손끝에서 탄생했으며, 동시대 여성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는 타임리스 꾸뛰르 오브제다.
(아래부터) PRADA BEAUTY ‘Paradoxe Eau de Parfum’ 이탤리언 베르가모트의 톱 노트를 시작으로 싱그러운 네롤리와 깊이 있는 재스민 아로마가 이어진다. 마지막엔 우디 앰버와 머스크의 포근한 향이 오래도록 남는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대담한 이 향은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여성을 오마주했다. ‘Paradoxe Virtual Flower Eau de Parfum’ 기존 패러독스의 농밀한 재스민과 달리 신선한 재스민의 투명한 플로럴 향이 더해졌다. 자연에서 갓 채취한 듯한 싱그러운 향이 가볍고 자유로운 무드를 전한다. ‘Paradoxe Hair Mist’ 매트한 새틴 피니시의 패러독스 헤어 미스트는 향수의 풍성한 느낌을 한층 산뜻하게 풀어낸 신제품. 30ml의 콤팩트한 사이즈에 아르간 오일과 쌀 식초 등 식물 유래 성분을 함유해 모발에 은은한 향기와 윤기를 선사한다.
NATURE WHISPERS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오뜨 꾸뛰르 철학을 향으로 구현한 ‘프리베(Privé)’는 아르마니 뷰티가 지닌 순수함의 정수다. 그중 ‘레 조(Les Eaux)’ 컬렉션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미스터 아르마니의 신념에서 비롯되었으며, 세계 각지의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향으로 재해석했다. 모두 아르마니가 추구하는 향을 본질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제작한 오 드 뚜왈렛.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ARMANI BEAUTY ‘Vétiver D’Hiver’ 청량한 하늘이 연상되는 세룰리안 블루 컬러의 ‘베티베 디베’는 베스트 제품으로 레몬, 베르가모트 등 시트러스 계열로 상쾌하게 시작된 뒤 진한 풀 내음의 베티베르와 파촐리 향으로 마무리되어 리프레시에 제격. ‘Orangerie Venise’ 베니스의 오렌지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시트러스 플로럴 향. 네롤리와 비터오렌지가 신선하게 퍼지며, 시더우드와 앰버우드의 부드러운 잔향이 은은한 관능미를 더한다. ‘Rose Milano’ 불가리안 로즈와 파촐리, 화이트 머스크가 어우러져 도시적이고 세련된 플로럴 시프레 향을 완성했다. ‘Jasmin Kusamono’ 일본의 작은 정원 구석에 핀 재스민꽃에서 착안한 향. 새벽녘의 정원을 우디한 향조로 표현했으며, 재스민과 시더우드, 샌들우드가 더해져 그윽한 향이 매력적이다. ‘Rose Alexandrie’ 알렉산드리아의 햇살 아래 피어난 장미에서 모티브를 얻은 향. 투명한 느낌의 로즈 향에 네롤리와 베르가모트가 더해져 부드러운 플로럴 감성을 전한다. ‘Cyprès Pantelleria’ 미스터 아르마니가 사랑했던 휴식처 판텔레리아섬에서 영감을 받았다. 베르가모트와 시트론의 청량함, 사이프러스나무 향이 떠오른다. ‘Pivoine Suzhou’ 중국 쑤저우의 작은 정원을 담은 플로럴 프루티 향. 싱그러운 피오니와 로즈, 라즈베리 위로 머스크의 포근한 잔향이 이어진다. ‘Iris Bleu’ 동트는 지중해의 새벽을 연상시키는 향.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하나가 되면서 푸른빛을 만드는 블루 아워에서 착안한 신제품이다. 베르가모트와 갈바넘의 그린 노트를 시작으로 아이리스와 재스민이 중심을 잡아주고 샤프한 시더우드와 가이악우드를 화이트 머스크가 부드럽게 감싼다.
NEW CHAPTER
이른바 ‘조용한 럭셔리’의 유행이 저물고 있다지만 이 향수만큼은 오래도록 기억되길. 미니멀리즘의 절대 강자 질 샌더의 프리미엄 향수 라인 ‘올팩토리 시리즈 1(Olfactory Series 1)’. 식물학적 원료와 알데하이드 노트의 조합으로 완성된 브랜드 최초의 여섯 가지 유니섹스 향은 ‘정제된 모던함’ 그 자체다. 시선을 사로잡는 보틀 디자인은 밀라노·로테르담 기반의 스튜디오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의 손길로 완성했다. 종 모양의 흰색 알루미늄 캡은 빛을 차단하는 효과는 물론, 종교의식에서 사용하는 성물 같은 우아함을 겸비했다.
(위부터) JIL SANDER ‘Black Tea Eau de Parfume’ 중국산 오스만투스, 스리랑카 시나몬,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추출한 홍차를 더해 앰버리하고 스파이시한 향이 펼쳐진다. 여기에 알데하이드 노트의 입자가 깊이 있는 우디 향을 날렵하게 감싼다. 스모키한 블랙 가죽 향이 오래 남는다. ‘Miel Eau de Parfume’ 은은한 단맛과 업사이클 시더우드, 베티베르, 재스민이 만들어내는 플로럴 우디 향. 밝고 직관적인 구조감이 돋보이며, 따뜻하면서도 지적인 인상을 준다. ‘Smoke Eau de Parfume’ 따뜻한 케이드, 시더우드로 완성해 스모키하며 스파이시한 우디 노트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정제된 알데하이드 노트를 더해 벽난로 근처에서 세탁한 옷을 말리는 듯 포근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중적 매력을 지닌 향. ‘Earth Eau de Parfume’ 비 내린 뒤 숲에서 날 법한 신비로운 흙 내음과 비슷한 향이 난다. 두 가지 장미와 파촐리잎, 알데하이드가 조화를 이루며, 시프레 로즈의 구조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향이 매력적. 묵직한 자연의 울림과도 같다.
COASTAL COUTURE
프랑스 남부의 햇살 가득한 리비에라는 디올 하우스와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크리스챤 디올에게 이곳은 지중해의 눈부신 자연과 햇살, 평온함이 공존하는 성역이자 안식처였다. 그가 사랑한 리비에라의 여유롭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담아낸 서머 리미티드 에디션. ‘쟈스망 데 쟝주’ ‘디올리비에라’ ‘그리 디올’ 이 세 가지 향수는 디올 하우스의 꾸뛰르 감성이 짙게 느껴지는데, 특히 이번 한정 에디션은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Maria Grazia Chiuri)가 재해석한 투알 드 주이 패턴의 패키지에 담아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CHRISTIAN DIOR BEAUTY ‘Jasmin des Anges Eau de Parfum’ 잘 익은 살구의 달콤한 노트에 풍성한 재스민이 어우러진다. 몇 방울만으로도 단숨에 잔잔하게 스며드는 초여름날의 정취가 떠오른다. ‘Gris Dior Eau de Parfum’ 플로럴과 우디 노트가 다층적으로 펼쳐진다. 시트러스와 장미, 바이올렛, 오크모스 위에 시프레 향이 얹히며 섬세한 균형을 완성하는 향. ‘Dioriviera Eau de Parfum’ 향긋한 무화과의 프루티함과 메이 로즈의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리비에라 해변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처럼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POETRY IN A BOTTLE
로에베가 향의 본질에 한층 깊이 있게 다가갔다. ‘엘릭시르(Elixir)’는 브랜드의 대표 향수에 에센셜 오일 농도를 높여 만든 고농축 퍼퓸 컬렉션으로, 익숙한 향이 짙고 관능적인 매력을 더해 강렬하고 밀도 높은 여운을 남긴다. 깊고 진한 향을 넘어 감각을 확장하는 이 컬렉션은 로에베가 ‘향’으로 써 내려간 시와 같다. 시시각각 바뀌는 공기 속에서도 이야기를 지닌 채 오래도록 머무는 것이 장점.
(위부터) LOEWE ‘Earth Elixir Eau de Parfum’ 록로즈 야생화에서 비롯된 레진 향이 강인하면서도 고요한 아우라를 연출한다. 앰버리한 따뜻함 위에 머스크 향이 부드럽게 남는다. ‘Esencia Elixir Eau de Parfum’ 허브와 스모키 레더, 우디 노트가 어우러져 남성적인 힘과 섬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향. ‘Solo Elixir Eau de Parfum’ 최근 출시한 ‘솔로 엘릭시르 오 드 퍼퓸’은 라벤더와 삼박 재스민, 만다린의 화사함에 너트메그와 시나몬, 파촐리까지 더해져 그윽하고 모던한 향을 발산한다. ‘7 Elixir Eau de Parfum’ 스페인산 록로즈와 앰버, 레드 페퍼로 만들어 우주적 상상을 자극하는 대담한 향조. 로에베의 독창성을 집약한 향수다. ‘Solo Ella Eau de Parfum’ 투베로즈, 배, 샌들우드가 조화를 이룬 프루티 플로럴 향. 은은하게 퍼지는 스파이시 노트가 잔잔하게 머문다.
GARDEN IN GLAM
한 번만 분사해도 생경한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운 자르뎅(Un Jardin)’은 에르메스 뷰티의 독창성과 자연에 대한 경외를 담은 컬렉션이자, 지구 곳곳의 정원을 향으로 풀어낸 여행자의 일기장과 같다. 빛과 바람, 풀잎의 질감까지 포착해 완성한 향은 일상에 감각적인 쉼표를 더해준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HERMÈS BEAUTY ‘Un Jardin sur le Nil Hair Mist’ 싱그러운 그린 망고와 로터스, 무화과 향이 모발에 은은하게 스며든다. 산뜻한 향이 하루 종일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기는 신제품. ‘Un Jardin à Cythère Hair & Body Dry Oil’ 올리브나무와 피스타치오, 목초의 따스한 향이 감도는 멀티 오일. 모발은 부드럽게, 피부는 끈적임 없이 매끈하게 감싸준다. ‘Un Jardin sur le Toit Eau de Toilette’ 파리 에르메스 본사 옥상에 있는 정원에서 영감을 받았다. 사과와 배 등 신선한 과즙미가 장미와 목련, 로즈메리와 어우러져 도시 한가운데서 자연 속을 거니는 듯 생동감을 선사한다. ‘Un Jardin sur la Lagune Eau de Toilette’ 물의 도시 베니스에 있는 비밀 정원을 상상하며 향으로 풀어냈다. 매그놀리아, 마돈나 릴리, 해안 식물인 삼피어가 어우러지며 소금기 묻은 바람과 함께 플로럴 앰버 향이 느껴진다. ‘Un Jardin en Méditerrannée Eau de Toilette’ 하늘과 노을 진 바다가 연상되는 블루와 옐로를 적용한 오묘한 컬러. 지중해 연안의 울창한 정원을 모티브로 한다. 무화과나무와 렌티스크, 올레안더, 레드 시더가 조화를 이루어 햇살 아래 신비의 오아시스를 떠올린다. ‘Un Jardin à Cythère Hair Mist’ 그리스 키티라섬의 섬세한 향을 담은 헤어 미스트 신제품. 올리브나무와 피스타치오, 목초의 따스한 향이 오래 남는다. ‘Un Jardin Après La Mousson Eau de Toilette’ 폭우가 지나간 뒤 생기 넘치는 인도의 풍경을 향으로 표현했다. 스파이시한 생강과 고수, 카다멈, 베티베르와 라임이 이국적 분위기를 완성한다. ‘Un Jardin sur le Nil Eau de Toilette’ 이집트 나일강을 따라 펼쳐진 정원의 생명력을 담았다. 그린 망고와 로터스를 메인으로 시카모어우드의 조합이 생동감 넘치는 그린 우디 향으로 마무리된다. ‘Un Jardin à Cythère Eau de Toilette’ 따사로운 햇살을 품은 듯 진한 옐로 보틀이 매력적이다. 키티라섬의 황금빛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다. 올리브나무와 피스타치오, 말린 풀 향이 어우러져 건조하면서도 따뜻한 지중해의 풍경을 구현한다. ‘Le Jardin de Monsieur Li Eau de Toilette’ 중국 전통 정원을 거닐며 명상에 잠기는 시간을 재해석한 향. 금귤과 삼박 재스민, 민트의 향조가 정제된 느낌을 선사한다. ‘Un Jardin sur le Nil Hair & Body Oil’ 수 르 닐의 신선한 향기가 머리카락과 피부에 머문다. 그린 망고와 로터스가 조합된 향이 부드러운 오일과 어우러져 온종일 촉촉함이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