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수위가 아니라 액션의 다양성으로 승부를 낸다 ‘굿보이’
드라마 <굿보이>(JTBC)는 메달리스트 특채로 경찰이 된 전직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이 범죄와 맞서는 얘기다. 설정부터 액션에 주력하겠다는 야심이 뚜렷하다. <괴물> <나쁜 엄마>의 심나연 감독, <라이프 온 마스>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대일 작가가 참여했다. <굿보이>도 그들의 일부 전작처럼 미스터리 스릴러를 뼈대로 삼았지만 청춘물의 낭만과 코미디를 결합해 활기찬 분위기를 띤다.


주인공 윤동주(박보검)는 복싱 챔피언 출신이다. ‘굿보이’ 소리를 들을 만큼 순하고 우직하지만 명분이 주어지면 누구보다 파괴적으로 변신하는 인물이다. 그는 은퇴 후 격투기로 전향하라는 코치 오종구(정만식)의 제안을 거절했다가 불법 약물 투약 누명을 쓰고 고초를 겪었다. 그 오종구가 범죄에 깊이 연루되면서 경찰이 된 동주와 악연을 이어간다.
동주가 근무하는 경찰서에는 레슬링 선수 출신 상사 고만식(허성태), 동주가 짝사랑하는 사격 선수 출신 지한나(김소현), 한나와 과거 연인 사이였던 펜싱 선수 출신 김종현(이상이), 원반던지기 메달리스트였던 신재홍(태원석)이 있다. 경찰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던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세관 직원 살인 사건에 엮이면서 팀을 이룬다. 운동선수 출신 마약반 형사들이라는 영화 <극한직업>의 일부 설정을 확장한 듯한 내용이다.
<굿보이>는 이들 엘리트 체육인의 은퇴 후 사회생활을 짠 내 나게 묘사함으로써 드라마에 서정을 더하는 한편, 각 인물의 기능을 활용해 다채로운 액션 신을 구성하는 데 공을 들인다. 초반 에피소드에서 동주는 뺑소니 사건의 범인을 찾으려다 말단 범죄 조직을 혼자 때려 부순다. 지한나는 사망한 세관 직원의 서류를 인계받았다가 그것을 노리는 범죄자들의 습격을 받고는 총을 꺼내 든다. 감찰반에서 비리 경찰을 수사하던 김종현은 몽둥이를 들고 덤비는 악당들을 좁은 도로로 유인한 후 펜싱 기술로 무찌른다. 인형 탈을 쓰고 교통정리를 하던 신재홍은 고만식이 쫓기는 것을 보고는 하수구 뚜껑을 집어 던져서 정확히 적들의 차량을 타격한다. 한국 TV 시리즈의 제약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액션의 오락성을 극대화하는 재치 있는 전략이다.
<굿보이>의 또 다른 매력은 캐스팅이다. 박보검은 점점 강해지는 여성 캐릭터의 반대급부로 남배우의 청순함이 강조되던 최근 콘텐츠 흐름의 대표 주자 격인 인물이다. <굿보이>에서 그가 맡은 윤동주는 여전히 사랑하는 여자에게 앞뒤 안 재고 순정을 바치는 ‘굿보이’다. 하지만 그저 ‘여자의 남자’는 아닌 것이, 합법적으로 상대를 제압할 때는 눈빛이 돌변한다. 박보검은 복싱을 가미한 액션 연기를 실감 나게 해낸다. 요령 없이 좌충우돌하는 캐릭터지만 배우 특유의 섬세함과 서정성이 이런 유형의 캐릭터가 주는 피로도를 낮춘다.
낮에는 착실한 세관 직원으로, 밤에는 범죄자들을 휘어잡는 악당으로 이중생활 중인 민주영 역의 오정세도 흥미롭다. 뺑소니 사건 범인을 찾아 세관을 뒤지던 윤동주가 민주영을 알아보고 시선을 맞출 때 이들 사이에는 강렬한 긴장감이 발생한다. 선량하고 얌전한 표정을 잘 쓰는, 어찌 보면 비슷한 결의 두 배우가 각각 정의와 불의를 대변하며 충돌하는 데서 오는 화학작용이다. <사냥개들> <손해 보기 싫어서> 등에서 어수룩한 이미지로 호감을 얻은 이상이는 모처럼 주인공의 질투를 살 정도로 스마트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꽤 매력적이어서 청춘 로맨스 파트의 삼각관계도 설득력이 있다. 장르물과 로맨스를 엄격히 분리하는 추세에서 나온 시도라 더욱 기대가 된다.
<굿보이>는 <극한직업>이나 <크래시> <강매강> 유의 코믹 경찰물을 즐기는 팬들에게는 좋은 오락거리가 될 만한 작품이다. 여기에 범죄 수사극 요소를 얼마나 치밀하게 채워 넣느냐에 따라 최종 만족도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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