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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스칸디나비안 인테리어의 결합, 재팬디 스타일의 도래

2025.06.11

일본과 스칸디나비안 인테리어의 결합, 재팬디 스타일의 도래

평화와 자연,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을 바라는 현대인이 재팬디 스타일을 불러왔다. 자포니즘과 스칸디나비안 인테리어의 결합이다.

재팬디 디자인은 과한 것을 기피한다. 각각의 용품과 가구를 역할에 맞게 스타일링해야 한다.

여러분이 이 스타일의 정확한 이름은 몰라도 인스타그램이나 잡지에서 이런 분위기의 방을 자주 봤을 것이다. 차분하고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공기, 부드러우면서도 직선적인 가구, 촉감이 강조된 소재로 채운 방 말이다. 이 방 어딘가에는 (보통 목재 테이블 위) 나뭇가지나 식물이 꽂힌 토기 화병이 놓여 있다. 모든 게 잘 정돈되어 있지만 딱딱하다기보다는 평화롭다. 언뜻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같은데 온전히 서구적인 느낌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그렇다고 완전히 동양적인 느낌은 아닌 그런 스타일. 이는 두 미학이 하나로 융합된 ‘재팬디 스타일’이다. ‘재패니스(Japanese)’와 ‘스칸디(Scandi, 스칸디나비안을 편하게 줄여 부르는 말)’의 합성어인 ‘재팬디(Japandi)’는 현재 가장 핫한 인테리어 스타일이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재팬디 스타일은 미국에서 역대급 검색량을 기록했으며 이는 계속 늘고 있다. 이 말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팬디 스타일은 전통적으로 ‘적을수록 좋다’고 강조해온 두 문화의 결합이라는 데 동의한다. 재팬디 스타일에 푹 빠진 유명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콜린 킹(Colin King)은 이렇게 설명한다. “미니멀리즘과 고요함을 중시하는 두 문화의 자연스러운 결합이죠. 일상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교감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기하학적 형태, 세련된 색상, 소재가 가진 고유의 느낌에 충실하며,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합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레미아 브렌트(Jeremiah Brent)는 재팬디 스타일의 핵심적인 특징은 “장인 정신, 텍스처, 균형감, 차분함”이라고 설명한다. 가공하지 않은 목재, 뉴트럴 색조, 정갈한 공간이 핵심이고, 거기에 화병과 머그잔 같은 실용적인 소품이 멋을 더한다. 종종 화가 얀 페이메이르(Jan Vermeer)를 연상시키는 예술적인 느낌이 짙게 연출되는 자연광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가구와 소품은 최소한으로만 사용해요.” 킹이 강조했다. “각각의 요소는 그에 딱 맞는 역할이 있어서 적절함, 질서, 장소성이 강하게 느껴지죠. 또한 재팬디 디자인은 자연과의 밀접한 연관성을 바탕으로 해요.” 재팬디 스타일의 공간으로는 뉴욕 아만 호텔(The Aman), 생제르맹의 엘/유니폼(L/Uniform) 매장, 일본과 스칸디나비아 장인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로만앤윌리엄스(Roman and Williams)의 RW 길드(RW Guild)와 갤러리 등이 있다.

출판사 라누(Lannoo)에서 발행한 라일라 릿베르헌(Laila Rietbergen)의 <재팬디 리빙(Japandi Living)>에 따르면, 이 스타일의 기원은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덴마크 해군 중위 빌리암 카르스텐센(William Carstensen)은 불과 10년 전 국경을 개방한 일본을 탐험하러 배를 타고 도쿄(당시는 에도)로 갔다가 일본 문화에 심취한다. 덴마크로 돌아온 그는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수도와 일본인(Japan’s Capital and the Japanese) >이라는 책을 펴냈고, 이는 코펜하겐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덴마크 디자이너들이 이 새롭고 흥미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 일본의 ‘와비사비(わびさび)’라는 개념이 덴마크의 ‘휘게(Hygge)’라는 개념과 동일한 원칙인 미니멀리즘, 천연 소재, 단순함이라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때부터 노르딕 디자인은 일본식 미학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

다만 서양 디자인계에 미친 동양 미학의 영향은 당시 새롭게 등장한 현상인 자포니즘(Japonisme)과는 거리가 멀다. 자포니즘은 18세기에 시작되어 1960년대 모더니즘 운동 시기까지 계속 이어진, 일본 양식에 대한 프랑스식 해석이다. 서양 인테리어에 사용된 중국식 모티브를 뜻하는 시누아즈리(Chinoiserie)는 18세기에 영국을 휩쓸었고 여전히 드 고네(de Gournay) 같은 기업이 활용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재팬디 스타일도 서양에서 만든 것이다. “그 트렌드는 일본 밖에서 시작된 것이다.” <재패니스 인테리어(Japanese Interiors)>의 저자 미호코 이다(Mihoko Iida)의 설명이다. “일본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재팬디 트렌드는 기본적으로 스칸디나비안 트렌드로 보인다. 왜냐하면 애초에 일본인은 일본식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포니즘과 시누아즈리가 자국 스타일과 매우 다른 시각적 스타일에 대한 프랑스와 영국의 해석인 반면, 일본과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 철학과 문화적 관점은 늘 어느 정도 공생 관계에 있었다. “두 문화는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문화 예술이 가진 오랜 무형적 매력은 여전히 많은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죠.” 킹이 단언했다. “노르딕 디자인은 일본 예술 미학에 의해 더 발전했어요. 북유럽 국가들이 본질적으로 지닌 자연에 대한 애정은 모든 일본 예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그렇기에 두 문화가 자연스럽게 하나로 융화될 수 있죠.”

릿베르헌은 두 스타일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니멀한 생활이라고 하면 보통 스칸디나비아나 일본식 인테리어 디자인을 떠올리죠. 두 스타일은 분명 다르지만, 상호 보완적이에요. 일본식 인테리어가 단정한 느낌이라면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는 소박하죠. 일본 디자인의 풍부한 자연 색감 덕분에 스칸디나비아 집에서 흔히 보이는 무채색 색조가 단조로워 보이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두 스타일이 재팬디라는 이 새로운 미학으로 융화되는 건 시간문제였죠.”

그렇다면 왜 지금 이 스타일이 각광받는 것일까? 킹은 기술이 우리를 에워싸고 종종 압도하는 현시대에 재팬디 스타일의 자연 친화적이고 기능적인 에너지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냈다. “그런 일상적 생활양식의 직접성과 단순성이 지금 우리에게 놀라움을 줘요.” 나도 같은 의견이다. 재팬디 스타일의 본질은 차분함과 편안함이다. 모두 공감하고, 우리 삶에 필요한 것들이다. 시기적절하게도, 구글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인해 자연과 내 집 인테리어, 평화로움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 2020년부터 재팬디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브렌트는 여느 인테리어 스타일과 달리 재팬디 스타일은 몇 세기 전에 뿌리를 둔 만큼 유행이 빨리 지나가진 않을 거라고 예견했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인테리어를 원해요. 재팬디는 유행을 넘어선 하나의 경향이고, 오래 두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초월한 좋은 디자인에 투자해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아름다움과 기능에 기반해 집을 꾸미는 하나의 양식이죠.”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노구치 램프, 매끈한 나무 테이블, 토기 화병에 투자하라. 시간이 지나도 함께할 수 있는 스타일이니까. (VL)

    피처 디렉터
    김나랑
    ELISE TAYLOR
    사진
    GENTL & H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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