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에서 만난 막스마라의 여름
나폴리는 언제나 여성처럼 반짝이며 유혹한다.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의 문장이 말하듯, 이탈리아 남부의 도시 나폴리는 단지 공간이 아니라 감정과 기품이 교차하는 풍경입니다. 막스마라는 나폴리 인근 레지아 디 카세르타(La Reggia di Caserta)에서 열린 2026 리조트 컬렉션 ‘비바 베네레 베수비아나(Viva Venere Vesuviana)’를 통해 이 도시의 고유한 정서와 이탈리아 여성의 강인함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되새겼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브랜드 창립 연도인 1951년과 같은 해 촬영된 사진가 루스 오킨(Ruth Orkin)의 ‘American Girl in Italy’에서 출발합니다. 당당하게 거리를 걷는 여성의 모습은 당대에는 낯선 풍경이었고, 막스마라는 이를 새로운 시대의 여성상으로 바라봤죠. 당시 창립자 아킬레 마라모티는 전문직 여성의 아내를 위한 옷이 아니라 시대를 바꾸는 여성을 위한 실용적이고 세련된 옷을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그 철학은 오늘날까지 이어집니다. 이번 시즌 룩은 자주성과 우아함을 동시에 담아낸 실루엣으로 구성됐습니다. 허리선을 강조한 풀 스커트,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는 숄 칼라 톱, 정제된 브라렛과 함께 스타일링한 쇼츠 수트 등은 절제된 관능미를 구현하며 삶의 태도를 말하는 듯했죠.
나폴리의 전통과 현대를 잇는 디테일은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1914년 설립된 넥타이 브랜드 E. 마리넬라(E. Marinella)와의 협업을 통해 1951년 오리지널 프린트를 실크 셔츠, 파자마 세트, 캐시미어 니트로 재해석한 룩도 등장했죠. 핑크와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 간결한 커프스 디테일, 가볍게 재단된 재킷과 페도라가 조화를 이룬 모습은 현대적이면서도 나폴리 고유의 정취를 강조하는 장치였습니다.
컬렉션은 단지 옷뿐 아니라 장소와 분위기까지 하나의 서사로 연결했는데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레지아 디 카세르타의 왕실 계단 아래에서 펼쳐진 런웨이는 이탈리아의 석양과 대리석의 질감이 어우러지며 그야말로 무대가 하나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배우 이성경을 비롯해 샤론 스톤, 기네스 팰트로, 조이 킹, 알렉사 청 등 전 세계 셀러브리티가 자리를 함께했고, 여러 인플루언서도 참석하며 막스마라의 저력을 보여주었죠.
막스마라의 핵심인 코트 역시 한 번 더 진화했습니다. 숄 칼라, 벨트 디테일, 프린지 장식 등 익숙한 요소에 미묘한 변주를 더했고, 실크 거즈 드레스와 크리스털 장식을 얹은 이브닝 룩은 낮과 밤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었죠. 마지막에는 리미티드 휘트니 백 4종과 실크 스카프 5종도 함께 등장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는 컬렉션이 고객을 위한 것이며, “여성이 더 자신감 있게 느끼되 편안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시즌은 단지 스타일을 위한 옷이 아니라 여성의 존재감과 일상을 위한 제안처럼 느껴졌죠. 막스마라는 나폴리라는 장소를 통해 이탈리아 여성의 내면과 태도를 되돌아보며,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특별한 공간과 시간, 실루엣이 어우러진 이번 컬렉션은 무엇보다 ‘막스마라답다’는 말로 귀결됩니다.
- 에디터
- 신은지
- 포토
- COURTESY OF MAX MARA
- SPONSORED BY
- MAX M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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