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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인공, 루이 비통 2026 크루즈 컬렉션 비하인드

2025.06.20

당신이 주인공, 루이 비통 2026 크루즈 컬렉션 비하인드

루이비통 2026 크루즈 컬렉션, 우리는 무대 위에 있었습니다.

Getty Images
Louis Vuitton 2026 Cruise Collection

니콜라스 제스키에르는 1335년 건축된 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튼튼하면서 쓸모없다’고 평가받았던 아비뇽의 교황청 팔레 데 파프(Palais des Papes)로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던 5월 어느 날, ‘아비뇽 연극제’가 진행되는 교황청의 앞마당이었죠. 유럽에서 중요한 중세 고딕 양식으로 칭송받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그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패션쇼를 감행했습니다. 제스키에르는 “연출가 장 빌라르가 1947년 이곳에 공연을 하러 왔을 때 ‘여기서 연극을 하는 건 불가능하니, 이곳에서 반드시 연극을 하자!’고 말했다”라며 불가능에 도전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그날 밤 루이 비통의 쇼는 장엄한 대서사시 같았고, 45벌의 룩을 입은 모델들은 각기 다른 45가지 전사 이야기를 품은 배우처럼 보였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친구들과 에디터, 게스트들을 무대 위에 앉히고, 모델들이 객석 사이에서 나타나도록 배치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무대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요? 누구이길 바랐던 걸까요? 답은 ‘런웨이 리플렉션: 아비뇽에서 온 이야기(Runway Reflections: Tales from Avignon)’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루이 비통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약 16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이번 2026 크루즈 컬렉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디데이를 며칠 앞둔 날부터 컬렉션 당일 무대 뒤 모습과 쇼가 끝난 후까지, 쇼의 모든 것이 응축된 영상에는 루이 비통에서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말하고자 하는 예술적이고도 혁신적인 창작 세계가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내레이션은 패션 평론가 튜바 아발론(Tuba Avalon)이 맡았고, 영상은 ‘중세의 속삭임(Whispers of the Middle Ages)’, ‘스포트라이트 아래(In the Spotlight)’, ‘매혹적인 스펙터클(The Spellbinding Spectacle)’까지 총 3개로 나뉘었죠.

첫 번째 챕터에서는 ‘아비뇽의 교황청’이 지니는 문화·역사적 가치를 다뤘습니다. 한때 교황청이었던 건물이 현대 들어 연극제가 열리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그 뒤를 이어 패션쇼장으로 활용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였죠.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패션쇼는 연극과 매우 흡사하고, 그가 왜 이 교황청을 쇼 장소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연극배우와 감독이 직접 나와 이야기합니다. 사실 제스키에르는 2000년, 교황청에서 진행된 빌 비올라의 설치미술전 <라 보테 인 파불라(La Beauté in Fabula)>를 관람했고, 그것이 이번 쇼를 진행하는 계기가 되었죠. 당시 공간에서 느꼈던 시간의 충돌성과 영원불멸한 미적 감각을 자신의 옷에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노에미 메를랑
마리나 포이스

챕터 2에서는 제스키에르의 예술 세계를 그의 친구들이 직접 소개합니다. “장르를 섞고, 소재를 넘나들고, 시간을 여행하고, 미래와 과거를 오가는 니콜라의 창작 방식에서 유쾌함이 느껴진다.” 그의 친구이자 배우인 노에미 메를랑(Noémie Merlant)의 말이죠. 교황청 벽을 장식했던 정교한 문양들을 이번 쇼의 패브릭에 반영한 것처럼요. 마리나 포이스(Marina Foïs)는 “의상에 관심 없는 배우는 없을 것”이라며 “옷은 우리가 어떤 시대에, 어떤 사회적 현실에,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체득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하며 그의 옷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지에 주목하라고 제안했습니다.

Louis Vuitton 2026 Cruise Collection
Louis Vuitton 2026 Cruise Collection
Louis Vuitton 2026 Cruise Collection
Louis Vuitton 2026 Cruise Collection

제스키에르 또한 패션이 지닌 연극성, 표현 수단으로서 패션을 인정하며 “옷은 런웨이를 벗어나 삶에서도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스타일과 개성을 강조한다”고 이야기했죠. 잔다르크가 나오고, 그의 후예인 1970년대 록 스타가 무대를 휩쓸고 난 뒤, 용감한 기사들과 시녀들이 마무리 지은 이번 쇼는 중세 신화와 의상에서 차용한 다양한 요소가 현대적인 보헤미안과 조화를 이루어 연극과 패션의 융합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일상생활을 위한 여성의 갑옷’이라는 제스키에르의 표현 그대로였죠.

“니콜라는 입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의할 수 있는 독창적인 룩을 만든다.” – 노에미 메를랑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제스키에르는 혼자 객석에 남지 않았습니다. 챕터 3를 보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카메라가 가까이 가지 못하죠. 클로이 모레츠는 “13~14세기로 데려간 듯한 느낌”이라 표현했으며, 제이든 스미스는 “음악과 의상이 어우러진 연극 같았다”며 제스키에르가 들었다면 박수 칠 만한 표현을 한 뒤 “이 의상을 입고, 이 성 안에 살던 다른 시대 사람들을 상상했다. 정말 마법 같았다”라며 이번 루이 비통 2026 크루즈 컬렉션을 관통하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우리의 필릭스 “모든 것이 강렬하고 힘이 넘쳤다.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느낌을 받았으며 매우 고풍스러웠다”고 표현했습니다. 직접 입지 않았는데도요!

니콜라스 제스키에르, 필릭스

이러한 공감은 무대와 객석이 뒤바뀌면서 게스트들이 거대한 작품 속 주인공이 되어 직접 작품을 읽어내게 한 데서 비롯됩니다. 제스키에르는 옷을 입고 살아감으로써 창조에 개입하는 사람을 무대에 올린 것이죠. 이는 당신도 언제나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주인공으로서 살아가기를 권한다는 메시지로도 읽힙니다.

결국 제스키에르는 오늘날의 옷은 일상적인 매력을 지닌 동시에 현실도피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아닐까요? 일상이자 비일상, 예술과 옷의 경계에서 루이 비통이 내미는 창작의 손을 잡아보세요. 입고 살아가는 사람, 그 자체로 당신은 주인공이 됩니다.

포토
Getty Images, Courtesy of Louis Vuitton, YouTube,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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