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패션 피플은 ‘낚시꾼’에 영감을 받는다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시대입니다. 유행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일상생활에 스며들 정도로 친숙해진 트렌드는 거의 없죠. ‘피셔맨코어(Fishermancore)’를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낯설다고요? 알면 알수록 친밀하게 느껴지게 될 겁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잭 런던의 책장을 넘기며 느꼈던 감정, 그리고 모래투성이 손으로 바다 위에 쏟아지는 윤슬을 바라보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트렌드니까요.

어부들의 작업복 스타일, 그리고 해안 지역의 정서가 합쳐져 탄생한 이 미학은 모든 게 과잉 상태인 도시와 가상 세계의 삶에 지친 현대인을 위한 시각적 해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에 젖은 나무 냄새, 햇살 아래 말라가는 빈티지 데님, 해변가에서 주워 주머니 속에 부적처럼 고이 간직한 조개껍질 등 소박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추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죠.
피셔맨코어는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현상입니다. 스트라이프 스웨터, 게 모양 샌들, 버킷 햇으로 구성돼 얼핏 보기에는 단순히 실용적이고 생활감 넘치는 룩 같지만, 그 이면에는 젊은 세대를 매료하는 무언가가 숨어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검색량과 전통적인 패션 하우스들의 런웨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죠. 핀터레스트는 2024년 말 발표한 ‘피셔맨 미학’이라는 제목의 2025년 예측 보고서를 통해 피셔맨코어의 부활을 예측했으며, ‘피셔맨 샌들’과 ‘피시 백’ 등의 검색량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틱톡에서 #피셔맨코어(fishermancore) 해시태그는 6개월 사이 1,200만 뷰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해시태그 아래 크리에이터들은 고전 영화 속 해군 패션에서 영감받은 의상을 재현하고, 관련된 액세서리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미학적으로 볼 때, 피셔맨코어는 ‘할아버지 미학’과 여러 접점을 지닙니다. 과거 패션의 심플함, 기능성, 스토리텔링으로의 회귀를 강조한다는 부분에서 말이죠.
2025년 봄/여름 런웨이에서도 이 트렌드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보다 다양한 형태로 구현됐죠. 랄프 로렌은 기능적이지만 세련된 해변의 이미지를 뉴잉글랜드 특유의 매력으로 선보였으며, 토미 힐피거는 더블브레스티드 ‘캡틴’ 재킷을 재해석해 내놨습니다. 알투자라와 사카이는 현대적인 감각을 덧댄 해군 셔츠를 공개했죠. N°21은 1960년대에서 영감받은 세련된 실루엣을 바탕으로, 어부용 방수 코트를 클래식한 여성복인 봉통(Bon Ton) 스타일에 겹쳐 입혔습니다. 캐주얼 시크 룩에 스포츠 스타일 재킷을 조합하는 트렌드를 미리 선보인 셈이죠.

피셔맨코어의 매력은 바로 이런 ‘모호함’에 있습니다. 단순함으로의 회귀로 읽힐 수도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세련된 미학의 정수인 ‘콰이어트 럭셔리’로 해석될 수도 있죠. 피셔맨코어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액세서리입니다. 단순히 해양 스타일의 고전 아이템을 재해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창의적인 변화를 꾀한 아이템이 등장했죠. 물고기 모양의 주얼리나 참 장식, 심지어 정어리 통조림에서 영감받은 가방까지 말이에요.

조개나 물고기처럼, 한때는 벼룩시장의 기념품 정도로만 여겨졌던 형태의 아이템 또한 이제는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잇템’으로 등극했습니다. 리조트나 요트 클럽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지만, 위트를 담은 스타일이 주목받으며 일어난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걸 담고 있는 피셔맨코어는 결코 요란하지 않습니다. 바이럴을 노리지도 않고요. 그저 진정성 있는 추억을 떠올리게 할 뿐입니다. 이에 대한 동경 덕분에, 결국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됐지만요!
2025년을 위한 피셔맨코어 스타일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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