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프라다 모드
패션 하우스가 들려주는 공생의 미학 이야기.
과연 무엇이 다를까? 프라다 모드가 다시 일본에 상륙했다. 도쿄에서 진행한 아홉 번째 에디션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큐레이션 역시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Kazuyo Sejima)가 맡았다. 바뀐 것은 장소뿐이다. 프라다 모드는 개최 도시의 고유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현대 문화 시리즈다. 이토록 빨리 동일 국가에서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오사카로 향하는 내내 의구심이 들었다. 6월 7일, 우메키타 공원에 건축사무소 사나(SANAA)가 설계한 파빌리온의 부드러운 곡선이 ‘프라다 모드 오사카(Prada Mode Osaka)’의 시작을 알렸다. 핵심은 파빌리온 내에서 선보이는 <이누지마 프로젝트> 전시. 나오시마 근처 세토내해에 위치한 작은 섬 이누지마에 대한 세지마 가즈요의 17년 비전을 옮겨놓은 현장이다.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그 오랜 시간 공을 들였는지 궁금해졌다.
이누지마는 1~2시간이면 섬 전체를 걸을 정도로 작은 섬이다. 석재 채굴 및 동 제련 산업으로 한때는 5,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했지만, 산업 쇠퇴로 제련소는 100년 정도 방치됐고 2008년에는 평균연령 70세의 주민 40여 명만 남았다. 세지마가 처음 이곳을 알게 된 것은 2008년,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Benesse Art Site Naoshima)를 운영하는 후쿠타케(Fukutake) 재단이 그녀에게 이누지마의 건축 환경 재구성을 제안하면서부터다. 그렇게 이누지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세지마는 단계적으로 버려진 가옥을 예술 공간으로 바꾸고, 워크숍과 커뮤니티 가든을 조직했으며, 방문객을 위한 숙소를 마련했다. 건축의 개입은 천천히, 때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이루어졌다. 프라다 모드 오사카 개막 이틀 전, 직접 이누지마를 방문했다. 복원된 건물 사이 좁은 길을 걸으며,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 찬 섬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인구가 50명으로 줄어버린 이누지마에 연간 3만 명 정도의 방문객이 찾아온다). 이누지마 라이프 가든(Inujima Life Garden)에 새로 세워진 영구 파빌리온이 이날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세지마가 설계하고 프라다가 기증한 것으로, 다채로운 꽃과 나무 사이에서 거대한 나팔꽃처럼 솟은 파빌리온은 이곳이 희망의 장소임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이누지마가 몰입의 공간이었다면, 오사카는 공유의 장이 되었다. 6월 7일부터 15일까지, 프라다 모드 오사카 파빌리온에서 선보인 전시를 통해 이누지마 이야기가 더 많은 대중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가야만 하는 외딴섬과 달리 이곳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작지만 비옥한 자연의 섬, 이누지마의 방문객은 역사, 건축, 예술, 일상이 공존하는 풍경인 ‘공생(Symbiosis)’을 직접 마주하고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프라다 모드에서는 ‘공생’이라는 개념이 대담과 발견을 통해 구체화되며, 모두의 참여 속에 함께 성장해나가는 새로운 풍경이 그려질 것입니다.” 세지마 가즈요가 의도한 것처럼 말이다. 크레이그 리처즈(Craig Richards)가 큐레이션하고 뮤지션 닉 베르취(Nik Bärtsch), 레지 와츠(Reggie Watts), C.A.R.이 함께한 다중 라이브 퍼포먼스, 작곡가 시부야 게이이치로(Keiichiro Shibuya)의 음악과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Wayne McGregor)의 코레오그래피로 완성한 댄스 퍼포먼스 등 함께 진행된 다양한 워크숍과 프로그램도 개별 작품을 조명하기보다는 어울림에 초점을 맞췄다. 건축가를 주축으로 하는 대담 역시 건축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 사회, 역사적 시스템 간의 조화를 탐색했다. 안도 다다오(Tadao Ando)는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 오사카를 비롯한 일본과 해외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과 도시 개발에 대한 견해를 공유했고, 류자쿤(Liu Jiakun)과 니시자와 류에(Ryue Nishizawa)는 각기 다른 규모와 문화적 맥락을 지닌 중국 청두와 일본 도쿄에서의 프로젝트 및 도시 설계에 대한 접근 방식을 논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라다와 세지마 가즈요가 말하는 건 사실 단순하다. 일상과 예술이 특별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것.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 공원에서 뛰노는 아이들, 곳곳에 놓인 사나의 꽃 모양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떠는 학생 무리, 프라다 패브릭으로 만든 빈백에 기대 아티스트 듀오 베카 & 르무안(Bêka & Lemoine)의 영화를 보는 연인들처럼 평범한 생활의 연장선 말이다.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카메라에 한눈팔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에 머물고 싶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속 대사가 떠올랐다. 어쩐지, 찍어둔 사진이 별로 없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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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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